신문과 방송의 '원전 사랑', 돈 때문이었다

입력 2014. 10. 13. 18:30 수정 2014. 10. 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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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넝쿨당'부터 조선일보 인터뷰 기사까지…한수원 협찬금에 반 저널리즘적 행태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이하 원전)사고 이후에도 한국의 신문과 방송은 원전의 안전과 경제성을 강조해왔다. 이들 언론사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으로부터 협찬금을 받고 광고성 기사, 광고성 영상을 내보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원전 찬성진영에 유리한 기사들이 객관적 사실이나 논조가 아닌 협찬금에 의한 대가로 드러나며 '반反저널리즘적 행태'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3년 한수원의 '원전소통종합계획' 문건에는 "탈핵단체들의 조직적 행동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적 대응이 필요하다. TV, 온라인, SNS를 중심으로 원자력의 현실적 필요성 및 불가피성을 지지하는 우호적 정보노출을 강화하고 논쟁보다는 감성에 호소한다"는 전략이 나와 있다. 이 전략은 수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실행되고 있었다.2010년 4월 KBS 교양프로그램 <1대100>에서는 한수원 직원 92명이 출연했다. 방송에선 원자력 에너지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식의 문제가 출제됐다. 원전을 홍보할 수 있는 문제는 한 달에 한 문제씩 노출됐다. 한수원은 그 해 <1대100>에 4억여 원의 협찬금을 집행했다. 2010년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원자력방송지원내역에 따르면 SBS <생활경제>, EBS <다큐프라임>, YTN과 MBN의 원자력 특집 등에도 모두 5억여 원이 집행됐다.

2013년 5월 19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런닝맨>도 한수원의 홍보 전략에 의해 움직였다. 이날 방송의 마지막 촬영지는 월성원자력 홍보관이었다. KBS <전국노래자랑>의 경우 간접광고 건으로 2011년 2800만원, 2012년 1억 원이 집행됐다. 지난 6월 방송된 KBS <출발드림팀>에도 7500만원이 집행됐다. 무심코 예능프로그램을 보던 시청자에게 '친親원전 이미지'를 주입하기 위함이었다.

▲ 한수원와 언론사 간의 기사 매매를 폭로한 뉴스타파의 한 장면.
▲ 2012~2013년 원자력문화재단 신문협찬기사 실태. ⓒ뉴스타파

드라마도 원전의 홍보도구로 이용했다. 2012년 4월 방송된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선 의사인 주인공이 뜬금없이 방사선 세미나를 진행하며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어린이 환자는 10년 완치율이 80%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방사선치료를 홍보하는 대사는 줄거리와 상관없이 여러 차례 이어졌다. 원자력문화재단은 이 드라마에 1억 6500만원의 협찬금을 집행했다. 2012년 TV조선 개국드라마 <한반도>에도 2천만 원의 협찬금이 집행됐다.

한수원은 지난 7월 다큐멘터리 영화 판권까지 계약했다. <판도라의 약속>이란 제목의 이 영화는 원전에 반대하던 서양의 유명 환경운동가들이 원전 찬성론자로 바뀌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수원은 이 영화의 판권을 2016년 7월까지 소유하고 있으며 계약금은 1만 달러가 넘는다.

신문도 방송과 마찬가지였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원자력 문화재단의 신문협찬기사 실태자료에 따르면 신문에 실린 기고의 경우, 건 당 30만원~45만 원 선에서 거래됐다. 돈을 받고 지면을 할애해주는 식이었다. 지난 1월 14일자 동아일보 29면에 실린 천병태 원자력재단 이사장의 기고 제목은 <원자력 활용도 늘려야 경제 대도약 가능>이었다. 한수원은 지경부 출입기자단의 해외 원전 취재를 추진하기도 했다. 물론 목적은 원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 조선일보 2012년 4월 20일자 기획기사. 원자력문화재단으로부터 5500만원을 받은 기사다.

조선일보는 2012년 4월 20일자에서 '원전강국 코리아'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은 "싼값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은 원자력발전 덕분",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은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원자력문화재단은 조선일보에 협찬금 5500만원을 집행했다.2012년 3월 6일자 조선일보의 천병태 원자력재단이사장 인터뷰는 1100만원이었다.그러나 해당 기사에 협찬고지는 없었다. 뉴스타파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마케팅전략팀 담당부서 소속 직원이 원전홍보성 기사를 쓰기도 했다.

이 같은 원전홍보기사 가격에 대해 동아일보 관계자는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다른 거에 비하면 가격이 적다"고 밝히기도 했다. 원자력문화재단은 2012~2013년 홍보차원에서 14개 신문사에 3억 6천만 원을 썼다고 밝혔다. 이 중 조선일보가 1억 2천만원을 가져갔다. 이처럼 언론에 집행된 핵발전 홍보예산은 2014년 기준 한수원 100억원, 원자력문화재단 57억원, 원자력환경공단 37억원, 산업부 4억원, 외교부 7억원 등 총 205억원 수준이었다. 모두 국민 세금이다.

원자력문화재단측은 뉴스타파와 인터뷰에서 "기획보도는 언론 홍보에서 보편화된 방식"이라고 해명했으며 객관적 정보제공이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즉 광고비는 아니었다는 것. 그러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읽는 사람이 홍보로 인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수원으로부터 돈을 받고 광고형 기사를 내보낸 언론 행태를 두고 "독자는 언론이 정보를 객관적이고 독자적으로 판단할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언론은 보도자료를 홍보했다. 광고성 기사는 기사를 매매하는 반저널리즘적 행태"라고 지적한 뒤 "수용자의 신뢰를 배반하며 당장은 이익을 얻을지 모르겠으나 모든 언론사의 이익은 수용자의 신뢰에 기반 한다. 언론이 신뢰를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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