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강간도 불기소 처분..일벌백계는 말뿐

2014. 10. 12.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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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여군 성범죄 피해 83건재판 끝난 60건 중 실형 단 3건

지난 5일 0시10분쯤. 육군 26사단 소속 A(22) 하사는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한 거리에서 귀가 중인 여대생 B씨를 뒤따라가 목을 조르며 "소리를 지르면 때리겠다"고 협박했다. B씨를 성추행하던 A 하사는 피해자가 반항하자 수차례 뺨을 때린 뒤 가방을 빼앗아 달아났다. 이날 육군 17사단 송모 사단장은 부하 여군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로 창군 이래 처음으로 긴급체포돼 구속 수감되기도 했다.

성군기 위반 사례가 늘면서 군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一罰百戒)하겠다"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육군은 10일 "앞으로 군내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한 번만 문제를 일으켜도 퇴출시키는 '원 아웃(One-Out)제도'를 적용하겠다"며 "가해자는 진급과 각종 선발 때 제외하고, 성군기 예방교육 이수 결과를 군 인사관리에 반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해마다 급증하는 군내 성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군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제식구 감싸기' 식 솜방망이 처벌과 군의 폐쇄적 조직 문화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이 군사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0∼2014년 6월)간 여군 피해 범죄는 132건으로 이 중 83건이 강간과 성추행 등 성범죄였다. 하지만 재판이 끝난 60건 중 실형은 단 3건으로 실형률이 5%에 그쳤다. 심지어 강간과 강간미수, 강제추행 등의 혐의에도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경우가 허다했다.

홍 의원은 "2012년 육군의 모 대위는 강간 혐의로 입건됐지만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같은 해 육군에서 발생한 7건의 강제추행 범죄행위자 역시 모두 형사처벌을 피해갔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해군 소속 모 중사의 경우, '키스를 하며, 가슴을 만지는 등 20회 이상 추행'을 한 범죄사실이 밝혀졌지만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다.

'성실한 군복무 태도', '깊이 반성', '우발적 범행' 등의 이유로 지휘관이 형량을 줄여주는 현행 '관할관 확인감경권'이 군내 성범죄를 고착화시킨다는 우려도 나온다.

군의 한 소식통은 "여군이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당해도 진급이나 조직문화 때문에 제대로 이의제기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신고를 하더라도 가해자가 오히려 큰 소리를 치면서 피해자가 구설수에 휘말리는 등 피해자 보호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고 군의 폐쇄적 조직문화를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 의원은 "국방부는 '국방부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 훈령'에서 성군기 위반사건에 대해 가중처벌을 명시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며 "징계위원회에 민간인 외부전문가를 일정 수 이상 반드시 참여시켜 성군기 가해자들에 대한 징계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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