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괴물쥐' 뉴트리아, 수도권 상륙 초읽기

이승훈 2014. 10. 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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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으로 알려진 뉴트리아라는 동물이 있습니다.

일명 괴물 쥐로 불리고 있고, 물론 외래종인데요.

예전에도 저희 뉴스에서 이 내용을 전해드린 바가 있었는데요.

그때만해도 낙동강 일대에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죠.

하지만 최근에 서식지가 남한강 수계까지 확산 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승훈 기자 나와 있습니다.

그동안 뉴트리아를 퇴치를 위해 노력했던 것이 효과가 없었나보군요?

<기자 멘트>

네, 아예 효과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하는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뉴트리아가 생태 교란종으로 지정돼 퇴치 작전이 벌어진게 벌써 5년인데요,

그런데 역부족이었던 걸까요?

개체수가 줄지는 않고 오히려 물길을 따라 점점 더 확산되고 있는 추셉니다.

이대로라면, 서울 한강변에서도 뉴트리아를 보게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뉴트리아와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리포트>

어제 아침, 경남 김해의 한 하천입니다.

이곳 낙동강 일대에서 뉴트리아 퇴치 활동을 하고 있는 전홍용 씨.

이른 시간부터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전홍용(낙동강유역환경청) : "뉴트리아 퇴치 담당 한낮에는 눈에 잘 안 띄고 아침 일찍 (새벽) 5시 전부터 활동을 하기 시작하니까 이 시간에 많은 개체를 잡을 수가 있어요."

물위에 띄워놓은 포획 틀 안에 걸려든 커다란 동물.

몸길이가 크게는 1미터, 무게도 20킬로그램까지 나간다는 괴물 쥐, 뉴트리아입니다.

근처에 설치돼 있던 또 다른 포획 틀.

어김없이 뉴트리아가 걸려 있습니다.

<인터뷰> 전홍용(낙동강유역환경청) : "뉴트리아 퇴치 담당 잡혔네요. 이 정도면 한 8kg 정도 나오죠."

상당히 큰 게 잡혔네요.

뉴트리아는 이 일대에서만 하루에 스무 마리가 넘게 잡힐 정도라고 하는데요,

<인터뷰> 전홍용(낙동강유역환경청) : "뉴트리아 퇴치 담당 뒤 발톱에 이런 식으로 물갈퀴가 있어서 수영을 잘하기 때문에 잡기가 무척 힘들어요."

뉴트리아는 날카로운 주황색 이빨에, 튼튼한 발톱까지 갖춘 잡식성 동물로 물고기와 농작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웁니다.

순식간에 자기 몸무게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을 먹어 치울 만큼 식성이 대단한데요,

때문에 농민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인터뷰> 박용국(피해 농민) : "콩도 다 따 먹고 고구마도 따 먹고 옥수수도 심어 놓으면 다 그래요. 안 먹는 게 없어요. 농민이 농사지은 것 갉아먹으니까 제일 속상하죠."

인근에서 어업을 하는 어민들 역시 피해가 크기는 마찬가지.

<인터뷰> 김종규(피해 어민) : "(그물에) 붕어가 몇 마리 걸리잖아요. 걸리는 것도 뉴트리아가 머리를 다 먹어버리니까 상품이 안 되고, 어떤 날은 기름 값도 못 할 정도니까..."

이 뿐만이 아닙니다.

습지에서는 수생식물의 뿌리와 줄기를 갉아 먹고 어린 철새나 곤충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뉴트리아 때문에 생태계가 교란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주기재(교수 / 부산대학교 생명과학과) : "원래 서식하지 않는 지역에 가서 세력을 확장하고 기존에 있는 여러 가지 먹이 자원을 훼손하거나 자기가 필요한 부분을 선택적으로 많이 먹기 때문에..."

급기야 환경당국은 얼마전부터, 낙동강 하류와 우포늪 일대에 '퇴치 전담반'을 꾸리고 인공 섬 모양의 덫도 설치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체수는 오히려 확산이 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얼마 전 국정감사를 앞두고 환경부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주로 낙동강 일대에 서식하던 뉴트리아가 불과 7년만에 제주도와 남한강 상류인 충주호까지 서식지를 넓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취재팀은 뉴트리아 확산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충주호 주변을 찾아가 봤는데요,

이 곳에도 석 달 전, 전담 퇴치반이 꾸려질 정도로 뉴트리아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정기용(충주시 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 : "뉴트리아가 자주 나타나는 지역, 뉴트리아가 다닐 수 있는 길목 쪽에 포획 틀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수도권의 상수원으로 비교적 생태가 잘 보존돼 있는 충주호.

뉴트리아가 확산될 경우 수생 환경에 미칠 영향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일부에선 재해의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 강태구(주무관 / 원주지방환경청) : "우리나라 강 생태계에 영향을 주고 뉴트리아가 제방 같은 곳에 굴을 뚫고 살기 때문에 (제방이) 붕괴될 위험이 있습니다."

남미가 고향인 외래종 뉴트리아가 어떻게 국내에 들어와 이렇게 확산되게 된 걸까요?

사실 뉴트리아는 처음에는 사육을 목적으로 국내에 일부러 들여온 동물이었습니다.

80년대, 뉴트리아는 모피와 식용을 목적으로 국내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모피 값이 하락하고 식용으로도 정착하지 못하면서 농가들은 결국 사육을 포기했습니다.

과거 뉴트리아를 사육했다는 한 농장을 찾아가봤는데요,

지금은 흔적만 남았지만 지난 2006년까지만 해도 농장이 운영됐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정기용(충주시 환경보호국민운동본부) : "칸마다 한 가족이 사육되던 자리니까... 이 칸이 상당히 여러 칸이잖아요. 1천 마리 이상을 여기서 사육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농장들은 문을 닫았지만, 풀려난 뉴트리아는 야생 적응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빠르게 번식했습니다.

암컷 한 마리가 한 해 서너 번 씩 새끼를 배고, 또, 한 번에 수 십 마리의 새끼를 낳는 등 왕성한 번식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주기재(교수 / 부산대학교 생명과학과) : "그때만 하더라도 지금처럼 심각하게 얼마나 피해를 줄 것인가에 대한 깊은 생각이 없었고, 이 동물이 추위에 약해서 그렇게까지 확산 되겠느냐 하는 안이한 점이 역으로 수를 늘리는 데 일조했다고 봅니다."

환경당국이 뒤늦게 개체 수 줄이기에 나섰지만, 쉽지가 않은 일입니다.

워낙에 번식속도가 빠른데다, 말이 쥐지, 웬만한 고양이보다 덩치가 훨씬 크고,

또, 크고 강한 이빨에 날카로운 발톱까지 있어, 포획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마땅한 천적도 없는 상황.

<인터뷰> 주기재(교수 / 부산대학교 생명과학과) : "완전히 천적이 없다고는 볼 수 없으나 (천적인) 삵은 굉장히 출연 빈도가 낮기 때문에 이 개체의 증식 속도를 제어할 만큼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상황이 이런만큼, 지금과 같은 포획 작업으로는 뉴트리아를 퇴치하는 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오히려 그동안은 자치단체마다 제각각 포획 작업에 나서는 바람에 뉴트리아가 인접 지역으로 달아나, 거꾸로 확산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터뷰> 주기재(교수 / 부산대학교 생명과학과) : "한 곳에라도 (개체를) 남겨둘 경우 그 종이 다음에 확산의 씨앗이 되기 때문에 일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직까지는 잡아서 없애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뉴트리아로 인한 피해가 지금보다 더 커지기 전에, 좀 더 체계화된 퇴치 계획 수립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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