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해주겠다"약속에 성희롱 견뎠던 20대 여성 끝내 자살

박준철 기자 2014. 10. 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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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에 계약직으로 근무했던 20대 여성이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겠다는 희망을 믿고 일하다가 해고된 뒤 한 달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여성은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 대표 등에게 성희롱 등을 당했다며 유서도 남겼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인천 삼산경찰서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방안에서 목을 매 숨진 ㄱ씨(25·여)가 성추행 등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김에 따라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6일 밝혔다.

ㄱ씨는 2012년 9월 중소기업중앙회 인재교육본부 인턴(업무보조)사원으로 입사한 뒤 1년만에 계약이 종료됐으나 중소기업중앙회측에서 정규직 전환을 약속해 재계약했다. 지난 2월 퇴직하려던 ㄱ씨에게 중기중앙회 인사담당자는 6개월만 더 근무하면 정규직 전환을 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헛말이 됐다.

ㄱ씨는 "더 참아야 정규직이 될 수 있겠다"는 마음에 갖은 설움을 버텼다. 직장에서 성희롱 등이 발생해 직언을 했다가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결국 정규직 전환은 되지 않았고. 지난 8월 재계약이 종료돼 해고됐다.

ㄱ씨는 중소기업중앙회 간부에게 항의했으나 이 간부는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퇴직 이후 자신과 당한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기 위해 노무사 준비를 하던 ㄱ씨는 자살 직전 중기중앙회 ㄴ팀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는 중기중앙회에서 중소기업 CEO들의 교육프로그램을 관리했다. 어머니(52)와 단 둘이 살던 ㄱ씨는 자살하면서 유서 3장을 남겼다. 한 장은 어머니에게 '미안하다'고 남겼고, 나머지는 중기중앙회로 상사와 기업 대표들로 부터 성희롱과 스토킹 등을 당했다고 썼다. ㄱ씨는 업무 특성상 야근과 중소기업 대표 등 원우회 회원들의 관리를 했다.

유서에는 "회식자리에서 아버지뻘 되는 기업체 대표가 몸을 더듬거나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성희롱 발언을 하고. 노래방을 가자고 손목을 잡아 끌었다"는 등의 내용이 있다.

ㄱ씨는 조금만 더 견디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에 그동안 꾹 참고 견뎠다.

ㄱ씨의 어머니와 가족들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내 굴지의 경제단체에서 정규직을 미끼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믿어지지 않고, 어이가 없다"며 "딸이 받은 상처에 대해 말이 나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 내용 등을 토대로 직장내 성희롱과 성적발언 등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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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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