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소격동'에서 떠올리는 독재의 추억?

2014. 10. 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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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보안사·기무사 자리… 전두환 학원녹화사업 비판? 뮤직비디오 공개 해석 분분

[미디어오늘 정상근 기자]

경복궁 옆,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자리 잡고 있는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 최근 이곳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가수 서태지씨가 새 앨범 발표에 앞서 공개한 '소격동'이란 노래 때문이다. 이 노래는 2편으로 이루어져 있고 1편은 가수 아이유씨가 불러 화제를 모았다. 6일에는 뮤직비디오가 공개됐으며 조만간 서태지씨가 부른 2편이 나올 예정이다.

이 노래가 주목받는 이유는 서태지씨 측의 설명에 있다. 서 씨 측은 이 노래를 발표하면서 "'소격동'은 여자의 입장과 남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80년대 소격동에서 일어난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테마로 했다"고 밝혔다. 이중 '80년대 소격동에서 벌어진 일'은 전두환 정권의 '학원녹화사업'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학원녹화사업'은 전두환 신군부 집권에 반대 목소리가 높던 1981년부터 1984년 까지 전두환 전 대통령 지시에 의해 집회에 참석한 대학생들을 강제 입영시켰던 일이다. 당시 소격동에는 국군기무사령부의 전신인 보안사가 있었는데 여기서 1200여명을 대상으로 '사상 순화' 교육 및 프락치 공작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6명이 의문사했다.

▲ 6일 공개된 소격동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는 곳이 바로 옛 보안사 자리다. 5공 집권 이후 보안사는 전두환 정권의 핵심 권력으로 부상했는데, 이후 윤석양 이병이 보안사가 민간인 사찰을 했다고 폭로하면서 노태우 정권에 의해 이름을 '기무사'로 바꿨다.

6일 공개된 뮤직비디오에서는 지하철 2,3호선의 공사가 진행되고 야간 등화관제훈련이 시행되는 등 시대적 배경을 80년대 초반으로 했다. 뮤직비디오 중간에 '녹화사업'이란 말도 들어가는 등 '학원녹화사업'이 배경이라는 일각의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일부 네티즌들은 소격동의 노래 가사를 거꾸로 읽으면 '메시지'가 더 분명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격동의 가사 중 "나는 그날 밤 단 한숨도 못 잤죠 잠들면 안돼요 눈을 뜨면 사라지죠"와 같은 구절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뒤집어서 "잠들면 안돼요 눈을 뜨면 사라지죠 나는 그날 밤 단 한숨도 못 잤죠"처럼 바뀌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서태지씨는 과거에도 '시대유감', '교실 이데아', '발해를 꿈꾸며' 등 사회 현안에 대해 노래를 통해 발언해왔다. 특히 시대유감은 가요 사전심의에 걸려 서태지와 아이들 4집 발간 당시에는 가사 없이 발매되기도 했고, 사전검열제도를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키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소격동에도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과연 서 씨의 이번 곡에 전두환 정권의 '학원녹화사업'을 비판한 것일까? 답은 다가오는 10일 서태지씨 버전의 소격동이 공개되면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노래 한 곡에 잊혀져있던 과거사가 상기됐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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