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자발찌 차고도 버젓이 '몹쓸짓' 2014년 8월까지 78건.. 4년새 15배로

2014. 10. 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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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손해도 솜방망이 처벌, 재범 부추겨

[동아일보]

전자발찌 착용자 김모 씨(38)는 2012년 10월 대구 신암동 주택가를 배회하던 중 열린 대문 사이로 낯선 집에 발을 들였다. 특수강간죄로 10년간 옥살이를 하고 나온 지 두 달을 겨우 넘겼을 때였다. 훔칠 물건을 물색하다 자신을 본 10개월 된 아기가 울어대는 바람에 주부 A 씨(36)가 모습을 드러내자 김 씨는 오랜 버릇을 감추지 못했다. 흉기를 휘두르며 A 씨를 협박한 뒤 안방에 데려가 강제로 성폭행했다. 김 씨는 범행 후 '평소 사회생활을 방해해 스트레스 준다'는 생각에 미리 준비한 절단기로 발목에 찬 전자발찌 끈을 자르고 휴대용 위치추적장치를 버렸다. 범행은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김 씨는 경북 경산시로 이동해 영남대 캠퍼스 안에서 귀가하던 여대생 B 씨(19)를 목 졸라 기절시킨 뒤 추행했다.

대구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최월영)는 지난해 5월 특수강도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폭력 범행 등으로 합계 17년간 수감 생활을 했으면서도 출소 두 달 만에 같은 범죄를 저질러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병석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5년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재범을 저지른 전자발찌 부착자 수가 약 15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5건이었던 재범 건수는 올해 8월 말 현재 이미 78건을 넘어섰다.

성폭력 등 재범률이 높은 범죄를 억지하고자 도입했지만 '서울 중곡동 주부 살해사건' 등 전자발찌 부착자들의 재범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08년 9월 전자발찌제도 시행 이후 부착 중 범죄를 저지른 사건은 모두 205건인데 이 가운데 절반가량(100건)은 성폭력 범죄인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상반기에도 30건의 성폭력 재범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전자발찌를 부착해도 재범 건수가 늘어나는 데는 "전자발찌 훼손이나 준수사항을 위반했을 경우 '솜방망이식'의 관대한 형사처벌이 돌아오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망가거나 외출 금지 등과 같은 준수사항 위반 사례도 최근 5년 새 약 4배로 증가했다. 2010년에 22건, 2011년 43건, 2012년 59건이던 수사 건수(전자발찌 훼손과 준수사항 위반)가 지난해부터 100건을 훌쩍 넘겨 올해는 8월 현재 103건을 기록했다.

그러나 전자발찌 훼손 등으로 재판을 받은 사건은 제도 시행 이후 54건에 그쳤다. 법원 판결을 살펴보면 1년 이상 징역을 받은 사례는 단 6건에 불과하다. 재판 중인 사건과 재범병합 사건을 제외하면 40건이 벌금이나 징역 1년 이하의 비교적 가벼운 선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는 국정감사 자료 제출을 통해 "최종 판단 기관인 법원의 처벌 수위가 낮은 실정"이라고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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