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건강한 집은 공사할 때 만들어진다

구성 정사은 2014. 10. 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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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세 가족 2/2, 건축가의 좌충우돌 집짓기

우리 시대 '집'의 가치가 변하고 있다. 혼란스러운 부동산 시장에서 진정한 내 집 마련의 의미, 그리고 정답은 아니지만 하나의 방법으로서의 가이드를 제시한다. 직접 땅을 사고 설계에서부터 시공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한 한 건축가의 집짓기 수기, 그 좌충우돌 분투기가 지금부터 펼쳐진다.

07 단열재는 콘크리트와 일체화로 공사하고 단열재와 단열재 사이 몇 ㎜ 공극도 허용하지 말자

아무리 좋은 단열재라도 콘크리트 벽면과 촘촘히 붙어있지 않다면 단열 효과를 제대로 기대하기 힘들며, 결로가 생기기도 쉽다. 그러므로 골조 공사 시 콘크리트 타설 전 외벽과 바닥에 단열재를 미리 설치한 뒤 콘크리트를 타설하여 콘크리트와 단열재가 일체화되게 해야 한다. 간혹 열반사단열재(통칭 '온도리'라 불리며 일반인이 보기엔 은박 돗자리와 비슷하다)라고 불리는 제품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제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외장재와 내장재 사이에 공기층도 있어야 하고, 까다로운 조건을 다 맞추어야 하기에 많은 경우 단열에 취약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많은 이들이 스티로폼으로 알고 있는 부피 단열재 중 많은 수가 물에 젖으면 단열 효과를 내기 힘들고, 6개월 이상 지나면 단열 효과가 반으로 뚝 떨어지면서 그 성능을 보장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그래서 우리집은 패시브하우스에서 쓴다는 폴리우레탄 단열재를 사용했고, 이 때문에 공사비가 많이 증가했지만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단열재와 단열재 사이 틈새가 있으면 그 사이에 결로가 발생한다. 단열재는 비용이 몇 배가 들더라도 최고의 것을 사용하고 될 수 있으면 비를 맞히지 않는 것이 좋다. 나는 콘크리트 타설 전 바닥과 벽면의 단열재와 단열재 사이 틈새를 우레탄폼을 가지고 다니며 직접 채우고 다녔다.

08 창호 설치 후 벽체와 프레임 사이는 단열재로 빈틈없이 채우자

창문 프레임은 창문 크기보다 5~10㎝ 정도 크게 개구부를 뚫고 설치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창문틀을 설치하고 난 뒤 창문틀과 벽체 사이 공간을 무엇으로 막을 것인가? 만약 그 공간을 그냥 시멘트로 미장 처리해버린다면 겨울철 창문틀 주변에 결로가 생기고, 창문은 닫았지만 어디선가 한기가 솔솔 들어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결로는 필연적으로 곰팡이를 불러 하자를 일으킨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집임에도 이런 하자가 있는 집은 의외로 많다. 하지만 거주자는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왜 창문 주변이 특히 심한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창문틀과 벽체 개구부 사이는 우레탄폼 등의 단열재로 촘촘히 채워야 한다. 벽체 단열재 두께만큼 단열재를 설치한 뒤 미장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여건에 따라 단열재 두께가 좀 줄더라도 최선으로 빈틈없이 단열해야 한다.

09 서쪽 창문은 반드시 로이유리를 사용하자

로이유리는 관공서나 대형 커튼월 건물에서 많이 사용했지만 요즘 주택에서도 사용 빈도가 늘고 있다. 로이유리는 육안으로 보았을 때 일반 유리와 다를 게 없지만 열 차단이 30~40% 정도 되고, 차가운 외기도 차단된다. 전체 창을 다 하면 좋았겠지만 유리 가격이 비싸서 우리 집은 서쪽과 북쪽 창, 프로젝트 창인 단창 유리에 로이유리를 사용했다. 덕분에 더운 여름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면 창문을 열어두는 것보다 닫았을 때 뜨거운 열기가 차단됨을 느낀다. 이론이 아닌 실제로 경험하니 참 신기하기도 했다. 우리 집은 250㎜ pvc창호에 복층유리 두 장을 사용하니 겨울철 창문을 통한 한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디자인 때문에 프로젝트 단창을 사용한 곳이 있는데, 프로젝트 단창 프레임과 외부 터닝도어 프레임은 150㎜ 이하임을 알 수 있었다. 그곳에서 겨울철 바와 유리에서 결로가 발생하는 것을 경험했다. 프로젝트 단창 창호와 외부 터닝도어는 '3중 유리에 아르곤가스를 주입 할 걸'하는 후회가 된다.

10 내부 콘크리트 바닥과 외부 콘크리트 바닥은 같은 층이라도 10㎝ 이상 단차가 생기도록 공사하자

골조 공사 시 같은 층의 내부와 외부 바닥의 레벨차이를 두는 것은 까다로워 작업자들이 싫어한다. 하지만 건축주 입장에서는 꼭 지키면 좋다. 대부분 바닥 콘크리트가 굳은 후 벽체와 그 위층 바닥 골조 작업을 하므로 바닥과 만나는 벽체 위치에는 많은 먼지와 쓰레기가 쌓인다. 위층 콘크리트 타설 전 이 부분을 청소하긴 하지만 미세 먼지까지 제거되지는 않는다. 추후 그 부분으로 외부의 빗물이 스며들어 외부와 만나는 벽면의 바닥 부분이 젖고, 곰팡이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콘크리트 구체로 10㎝ 정도 단차를 두면 방수에 큰 도움이 된다.

11 골조 공사부터 공정별 방수에 신경을 쓰자

공사 완료 후 방수제를 바르는 것을 방수의 시작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공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방수는 같이 가야 한다. 우리 방수업자는 내가 너무 자주 불러 짜증을 낼 정도였다. 하지만 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단열과 방수이기에 타협할 수는 없었다.

골조 공사 시 외부 바닥이 되는 슬래브나 지붕 슬래브에 콘크리트를 타설할 때 미장공을 불러 우수배수구 방향으로 물매를 잡으며 면을 잡게 시켜야 하고, 콘크리트 물이 가라앉을 때 계속 바닥면을 면 처리를 해주는 것(제물방수)이 방수의 기본이다. 특히 많은 경우 그냥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사람이 면까지 한 번 잡아주고 끝나는 경우가 많은데, 외부와 면한 슬래브는 꼭 제물방수를 요청하자. 콘크리트 구체가 금이 가거나 틈이 생기면 아무리 좋은 방수제를 발라도 좋은 방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또한, 외부 바닥면과 만나는 벽체 부위는 30㎝가량 일체화된 단열재를 깨끗이 뜯어내고 방수를 감아올린 후 다시 단열재를 붙이고 외부 마감재를 시공하자. 그리고 전체 공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외부 비계를 털고 바닥 방수를 하면 된다. 현장에서는 번거로워서 전체 공사가 마무리된 후 한 번에 방수공사를 하려 할 수도 있으나 번거롭더라도 중간마다 방수업자를 불러 공정에 따라 필요한 방수를 해야 한다.

지하층 벽면인 경우 흙에 덮이는 벽면은 골조 공사가 끝나고 외부방수를 한 뒤 흙을 덮어야 하며, 안쪽으로도 방수를 하고 단열재 시공 후 5~10㎝ 정도 띄우고 시멘트 벽돌을 내부에 쌓도록 하자. 이를 '공간벽'이라고 하는데, 외부와의 온도차에 의한 결로와 혹시 모를 방수가 깨질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흙 덮은 부분은 재시공이 어려우므로 공간벽으로 시공하면 결로를 예방하고 지하층도 습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 공간층 안에는 바닥 배수가 될 수 있도록 시공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화장실 방수 공사 후 일주일간 10㎝ 정도 물을 받아두고 살피며 누수가 되는 곳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집도 두 군데서 누수가 되어 재방수 후 타일 시공을 하였다. 아무리 좋은 방수재를 사용하더라도 다음 공정 이전의 확인은 꼭 필요하다.

12 층간 소음재는 꼭 시공하자

공동주택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층간 소음이다. 층간소음재로 단열재를 두껍게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오히려 단열재가 둥둥 울려 소음이 더 커질 수 있다. 층간소음재는 슬래브 상단에 고무발로 '뜬바닥 구조'를 설치하고 그 위 단열재를 시공한 후에 바닥 난방 시공을 하는 것이 좋다.

우리집은 층간소음재 설치 후 자갈을 깔고 그 위에 바닥 난방을 위한 온수배관을 설치하고 그늘막으로 덮은 뒤 시멘트 몰탈을 시공했다. 또한 바닥 마감선까지 층간소음 전달을 막는 스펀지 띠를 벽 쪽으로 10㎝가량 둘렀다. 층간소음은 기둥, 보 구조보다 벽식 구조에서 더 심하게 발생한다. 소음이 구조벽을 타고 내려오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위층 바닥 난방 슬래브를 양쪽 벽과 바닥에서 띄워주어 소음이 바닥이나 벽을 통해 내려오지 않게 차단해 주는 것이 좋다.

층간소음 방지재는 인증받은 제품을 선택한다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집은 층간 소음은 없지만, 계단까지 미처 고려하지 못해 내부계단 부분에서는 약간의 소음이 발생한다.

13 벽돌 마감이라면 줄눈 색상을 꼭 비교해본 후 시공하자

많은 이들이 벽돌은 까다롭게 고르는데 줄눈의 색상은 간과하는 것 같다. 아름다운 집은 작은 것 하나까지 신경 쓰고 배려했기 때문에 같은 벽돌을 사용하더라도 그 느낌이 다르다. 벽돌을 다 쌓은 후 몇 가지 줄눈의 샘플을 벽에 시공해 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줄눈의 색상을 정하여 발주하기를 바란다. 이전 내가 설계한 건축물 중 하나는 벽돌 선택은 잘 했는데 줄눈이 내가 요청한 것과 다른 것으로 시공되어 낭패를 본 일이 있다. 외벽 마감이 벽돌이라면 벽돌이 주인이고, 줄눈은 그 보조자다.

14 주차장 마감도 신경을 쓴다면 좀 더 쾌적한 외부공간을 즐길 수 있다

건축물의 외장 마감과 내부 마감재에는 돈을 아끼지 않지만 주차장에 드는 돈은 아까워 최소의 비용으로 시멘트 미장 벽면에 페인트만 바르고 끝내는 경우를 많이 본다.

우리 집과 같이 필로티 구조로 1층을 주차장으로 계획하는 경우, 주차장은 우리 집으로 진입하는 주 출입구이기도 하다. 사람이 인지하는 건물의 레벨은 눈높이에서 위, 아래로 1m 정도가 가장 강하게 느껴진다.

2층부터 위로 아무리 좋은 자재로 마감한들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그 집 앞을 거닐거나 그 집에 들어가는 사람에게 1층 필로티 주차장 공간이 첫인상이 될 것이다. 너무 열악하게 마감해 놓으면 집에 들어가기도 전부터 인상이 찌푸려지기도 하고 쾌적하지 못한 환경에 건물 전체가 열악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돈이 두 배 든다 생각하지 말고 1층 필로티 주차장의 바닥과 벽을 아늑하게 만들 수 있는 재료를 쓴다면 차와 사람이 모두 행복한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필로티 공간이 환기가 잘 되도록 설계하는 것도 잊지 말자.

여기까지가 내가 내 집을 지으며 몸소 느끼고 깨달은 내용이다. 직접 현장에서 공사를 지휘하면서 피곤하고 힘들긴 했지만, 꼭 챙겨야 할 것과 아쉬운 점들을 정리해보았다. 17년 이상 설계를 해왔지만 내가 설계하고 지은 집에 살며 겨울과 여름을 보낸 감회는 자기 집을 지은 다른 건축주들과 마찬가지로 뿌듯하고 새롭다.

좋은 건축물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때로는 감시도 필요하다. 사실 나처럼 감독해가며 집을 짓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 또한 설계와 감리는 할 수 있지만, 우리 집 현장에서 하던 청소와 단열재 뿜칠 작업, 페인트 작업 등을 의뢰받은 현장에서 직접 하기 힘들고, 누군가를 고용한대도 그만큼 공사비가 더 들기 때문에 선뜻 나서서 맡겠다고 하기 힘들다. 그래서 더욱 이 지면을 통해 건축주들에게 집 짓는 가이드라인을 전하고 싶었다.

위의 사항을 다 지킨다면 분명 후회하지 않을 건강한 집, 아늑한 집을 얻을 수 있겠지만, 이 사항을 건설사에게 내밀면 그들은 혀를 찰 게 분명하다. 하지만 전부 다는 아니더라도 선택적으로 골라 공사한다면 분명 쾌적한 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단열과 방수는 입주 후 더 큰 돈을 들이지 않으려면 꼭 신경 쓰기를 당부한다. 몇 개월의 고생으로 몇십 년의 우리 가족의 행복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이는 분명 가치 있는 고생일 것이다.

글을 쓴 이에스건축사사무소 곽은선 소장은 건축 17년차 베테랑 건축사이자 현재 충북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4년 서울의 흑석동 다세대 전셋집에서 신혼을 시작했고 10년간 다세대•다가구에 살며, 우리 시대 공동주거가 왜 이렇게 열악한지, 왜 사람들은 아파트라는 하나의 건축 유형에 자신의 전 재산과 인생을 저당 잡혀 살아가고 있는지 의구심을 가지고 주거 환경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결국 불혹을 앞둔 지난해, 시어머니와 시누이를 꼬드겨 서울 한복판, 상도동 국사봉 자락에 세 가구가 살 집 한 채를 짓기로 결심하고 일을 벌였다. 02-2611-7759 chobabb@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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