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이 국정교과서 도입".. 황우여의 황당 발언

입력 2014. 10. 2. 12:11 수정 2014. 10. 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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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윤근혁 기자]

지난 9월 28일 KBS의 <일요진단> 프로그램에 출연한 황우여 교육부장관.

ⓒ 윤근혁

교육부가 국정 교과서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나선 가운데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한 "이승만이 국정제 추진했다" 발언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부 관계자도 "이승만은 국정제를 추진한 바 없는데 장관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황 장관 "이승만이 국정으로, 박근혜 정부도 같은 내용으로"

황 장관은 지난 9월 28일 오전 KBS의 <일요진단> 프로그램에 출연해 '교육부에서는 한국사 교과서에 대해서는 국정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을 받고 다음처럼 답했다.

"정부 수립 당시에 이념대립이 심했잖아요. 그런데도 그때 검인정으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이것이 어려움이 있으니까 그때 이승만 대통령께서 그걸 국정으로 하셔서 틀을 잡으셨어요."

정부수립 당시에는 검인정 교과서였지만 이승만 대통령이 국정으로 바꿨다는 설명이었다. 이어 황 장관은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다가 사회가 안정이 되니까 (이승만 대통령이) 다시 이걸 풀었는데, 최근에는 너무 또 이게 갈등이 심해지는 거 아니냐. 그러니까 국민대통합을 외치고 당선된 박근혜 정부로서는... 학생들에게 국사를 가르칠 때는 이념을 배제한 그야말로... 국론분열의 씨를 심지 말고 같은 내용으로 일단 국사를 정리해서 가르치는 게 어떠냐라는 강한 의견들이 있습니다."

이승만 정부 때처럼 박근혜 정부도 국정제에 대한 강한 의견이 있다는 것이다. 이승만의 사례를 들어 박근혜 정부의 국정제 드라이브의 정당함을 주장한 셈이다.

하지만 역사교육학계에서는 '이승만의 국정제설'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사편찬위원회가 운영하는 <우리역사넷> 사이트의 자료를 보면 1948년 이승만 집권 뒤부터 미군정이 만든 교과서 대신 검정교과서가 사용되었고, 이후 집권 기간에도 국정교과서는 없었다. 당시 중등학교 국사교과만 해도 최남선의 <국민 조선역사>(동명사, 1947) 등 10종의 검정교과서가 있었다.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역사교육과)는 "1970년대 이전까지 역사교과서가 국정인 적은 없었으며, 당연히 이승만 때 국정인 적도 없었다"면서 "황 장관이 이 같이 잘못된 내용을 공영방송에서 말한 것은 굉장히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이처럼 황 장관이 이승만의 국정제 추진이라는 잘못된 사실을 박근혜 정부의 국정제 추진 근거로 삼고 있는데, 근거 자체가 잘못된 것이기 때문에 국정제 추진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장관의 공영방송 잘못된 발언은 굉장히 큰 문제"

이에 대해 교육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황 장관의 발언 근거를 알아보기 위해 이틀에 걸쳐 장관님과 해당 부서에 확인하려고 했지만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있다"면서 "지금으로선 해명을 내놓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국정제는 국가가 직접 한 종류의 교과서를 만들어 모든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사용토록 하는 제도다. 검정제는 민간이 여러 종류의 교과서를 만들어 국가가 정한 기준에 따라 심사를 거쳐 사용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해방 뒤 중·고교 역사교과서를 검정제로 유지해 오다가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4년 국정제를 처음 도입했다. 그 뒤 국정교과서에 대해 '정권 찬양 교과서'라는 논란이 불거지자 전두환 정부 시절인 1982년 중학교 <세계사> 교과서부터 점차 검정제로 바꾸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가 검정으로 바뀌었고,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각각 2010년, 2011년에 검정교과서로 바뀌었다.

덧붙이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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