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완수 선생 불후의 명저 추사집 38년만에 다시 나왔다

2014. 10. 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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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38년 깊이와 현대적 감각 더한 '추사집'

'간송학파' 일군 최완수 선생

1976년 역작 개정판 발간

바로잡고 보충해 분량도 2배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후학들과 함께'간송학파'를 일구며, 한국전통미술 연구에 몸바쳐온 가헌 최완수 선생(72·간송미술관 부설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소장)의 노작 <추사집>이 새 모습으로 다시 세상에 나왔다. 19세기 조선 말기의 문화예술계 최고 거장이자 대학자였던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사상과 예술을 집약, 해설한 <추사집> 개정판이 38년만에 재출간된 것이다.

1976년 처음 나온 이 책은 끝없는 장벽 같았던 추사의 학문과 예술 연구에 새 지평을 연 한국미술사 불후의 명저다. 추사는 생전 자신의 학문적 성과를 스스로 정리한 전서나 문집을 남기지 않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추사가 남긴 글과 글씨들을 선별해 서론(글씨), 화론(그림), 금석학(비석글씨 등), 경학·불교학, 편지글 등 5가지 영역으로 모으고 생전 행적인 연보와 해설을 함께 실은 것이 <추사집>이다. 함경도 황초령과 북한산 신라 진흥왕순수비 비문을 고증하고 경주 무장사비 비편의 내력을 추적하는 등 문예 분야에 남긴 추사의 거대한 발자취는 물론, 19세기 세도정치 시기에 정적들의 모함과 유배생활의 고초 등을 겪어야 했던 선비 학자의 속내까지 담고 있다.

평소 최 선생은"문화를 식물에 비유하면, 이념은 뿌리이고 예술은 꽃이기에 예술은 그 시대 문화를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고 역설해왔다. 이런 지론 아래 그는 18~19세기초 문화중흥기를 조선적인 특색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진경시대'로 명명하고, 당대 거장들의 미술작품을 통해 그 시절의 시대상을 되살리는데 전념해왔다. 71년 간송미술관에서 봄, 가을로 나눠 기획전을 시작하면서 본격화한 진경시대 연구는 진경산수의 거장 겸재 정선(1676~1759)과 추사체 글씨를 창안하고 진경문화의 말미를 빛낸 대학자 추사 김정희로 집약된다. 그 첫 결과물이 76년 나온 첫 책 <추사집>이었고, 겸재 연구는 40여년간의 연구 끝에 2009년 세권짜리 대형총서 <겸재 정선>으로 결실을 본 바 있다.  

복간된 <추사집>은 겸재처럼 추사 연구를 종합하고 마무리짓기 위한 첫 발걸음으로 볼 수 있다. 지은이는 서문에서 "틈틈이 수정해왔던 <추사집> 번역문과 원문을 꼼꼼히 대조한 뒤 미진한 여러 부분을 발견해 과감하게 바로잡았고, 주석의 도움 없이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주를 훨씬 많이 보충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 선생은 "새 개정판은 가장 정통한 해석을 담은 정본 <추사집>"이라고 자부하면서"후대 학자들에게 디딤돌이 된다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수년간 후학들과 함께 수십여차례 꼼꼼한 교정과 보충을 거쳐 미진했던 내용을 바로잡거나 보완했다는 그는 가장 눈여겨 볼만한 <추사집>의 자료로 신라 진흥왕의 황초령·북한산순수비문을 탁본하고 유래를 고증한 <예당금석과안록>을 꼽았다."조선금석학 시원이 되는 사료로 내가 30대 시절 가장 심혈을 기울여 번역했던 것"이라고 한다. 또하나 선생이 추천한 것은 추사의 서간문이다."추사의 내면은 아우와 동생들, 흥선대원군 이하응에게 보냈던 서신들에 잘 나타나요. 정치적 고난이 그칠 사이 없던 당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지요."

개정본은 무려 16번씩이나 교정하면서 현재 독자를 감안한 문장과 어휘로 내용을 다듬었다. 추사 글씨 도판을 가급적 모두 실어 이미지와 비교할 수 있게 했다. <추사집> 원문의 원본도 도판으로 싣고, 본문, 주에서 언급되는 비문, 법첩 사진까지 함께 실었다. 초판에 없던 해제논문'김추사의 금석학'을 실어 해설을 늘렸고 추사가계도와 연보의 분량도 키웠다. 덕분에 393쪽이었던 초판 분량은 개정판에서 두배 가량인 768쪽으로 늘어났다.

앞으로는 추사글씨의 연대별 정리를 통해 추사체의 변천과정을 추적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게 선생의 구상이다. 추사 연구성과를 종합한 저작이 언제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추사가 당대의 정치, 문화 쪽에 드리운 그늘이 워낙 커서 5년전 낸 세권짜리 <겸재 정선>보다 훨씬 방대한 분량이 될 것 같다는 말이었다.

출간에 발맞춰 정병삼(숙명여대), 강관식(한성대) 교수 등 간송학파 제자 18명이 18세기 '진경시대'의 문화 이모저모를

상세히 고찰한 글들을 모은 <진경문화>도 현암사에서 나왔다. 또 서울 견지동 아라아트센터에서는 후학들의 기념전시가 7일까지 열린다.(02)733-1981.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제공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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