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브란스병원 폐 이식팀(흉부외과 백효채·호흡기내과 박무석·감염내과 안진영·마취통증의학과 나성원 교수)이 100번째 이식환자를 건강하게 퇴원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96년 국내 최초로 폐 이식을 시도해 성공한 세브란스 백효채 교수팀은 국내 첫 양측 폐 이식, 양측 폐의 재이식, 기증자와 혈액형이 다른 환자에게 양측 폐 이식, 백혈병으로 골수 이식을 받은 후 발생한 '이식편대 숙주병'으로 폐 기능을 잃게 된 환자에서 양측 폐 이식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번 사례를 통해 다시금 국내에서 처음으로 폐 이식 100례에 도달한 것이다.
100번째로 폐 이식을 받고 퇴원한 37세 여성 환자는 지난 8월 29일 양측 폐 이식수술을 받았다. 폐가 점차 단단해지는 폐 섬유증으로 폐 기능을 거의 상실하고 '인공 심폐장치(ECMO)'로 생명을 유지하던 환자는 자신에게 적합한 뇌사자의 폐를 기증받았으나, 상태가 위중해 입원해있던 부산에서 서울로 이송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환자가 입원해 있던 대학병원에서는 필요한 응급후송조치를, 그리고 인근 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가 응급차에 직접 동승해 400km가 넘는 이송과정 동안 환자 곁에서 필요한 조치에 전력을 다했다. 동시에 세브란스병원 폐이식팀은 환자의 도착시간에 맞춰 뇌사자로부터 적출한 장기를 준비했고, 도착 즉시 바로 이식 수술에 들어가 당일 밤 건강한 양측 폐를 무사히 이식했다. 백효채 교수는 "세 병원 의료진의 값진 협력으로 한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며 현재 101번째 폐 이식 환자도 순조롭게 회복해 일반 병실에서 조만간 퇴원을 앞두고 있으며, 102번째 환자도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백효채 교수는 "국내 단일 병원으로는 가장 많은 폐 이식 100례에 도달했지만, 타 장기 이식 수술 성과에 비해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장기기증을 뇌사자로부터 밖에 얻을 수 없어 많은 폐이식 대기자들이 대기 중 생명을 잃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더욱이 적은 수의 뇌사자들로부터 얻는 폐조차 장시간이 소요되는 뇌사자 판정 기간 중 2차 감염과 폐부종이 발생하곤 한다. 이 때문에 폐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막상 장기 기증결정이 이뤄져도 약 85%에서는 기증자의 폐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백효채 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보완하기 위해 뇌사자 판정 절차가 보다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며, 우리나라도 일본·미국과 같이 신장과 간에서 시행되는 부분 생체 폐 이식이 가능하도록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백효채 교수는 "간·신장·심장과 달리 폐는 이식 수술 직후부터 호흡을 통해 외부환경에 직접 노출되는 장기이기 때문에 타 장기이식 환자보다 집중적인 감염관리와 면역억제치료 조절이 필요하다"며 향후 이를 향상시키기 위한 연구에 중점을 둘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세브란스병원 폐이식팀은 오는 10월 15일 환자와 가족, 그리고 폐 이식에 관심을 가진 이들을 초대해 폐 이식 100례 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