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조성목, 어디서 이런 요물이 나타났나? (인터뷰)

조지영 2014. 9. 2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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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 조지영 기자] 요물은 요물이다. 보면 볼수록 진국이란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고작 13세. 이제 갓 중학교에 들어간 풋내기에게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행동 하나하나, 입에서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 진중함이 담뿍 묻어난다.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탈을 쓰고 있지만 그 속내에는 만고풍상을 겪은 중년의 포스를 가진 배우 조성목. 대체 넌 어느 별에서 온 거니?

김애란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이재용 감독, 영화사 집 제작)에서 얼굴은 80살, 마음은 16살 소년 아름이를 연기한 조성목. 그는 EBS에서 단역 배우로 활동하면서 애니메이션 더빙을 한 게 전부인 신예 중의 신예였다. 그런 그에게 '두근두근 내 인생'은 본격적인 배우의 포문을 연 두근두근한 첫 작품이었다.

사실 강동원, 송혜교가 부부로 출연한다는 소식만으로 '두근두근 내 인생'은 제작 단계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덩달아 두 사람의 아들로 나오는 아름이에 많은 이들의 궁금증이 쏠렸다. 이른바 스타 아역으로 불리는 몇몇의 아역배우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추측됐지만 모두의 예상과 달리 생소한 신예 조성목이 아름이를 잡았다.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 필자는 '두근두근 내 인생'의 제작자인 영화사 집의 이유진 대표에게 "신인, 그것도 어린아이인데 조로증을 연기할 수 있겠어요?"라면서 오지랖 넓은 걱정을 한가득 퍼부었다. 그럴 때마다 뜻 모를 웃음을 지으며 "최선을 다해야죠"라고 말하는 이 대표였다.

생각해보니 지금 그 웃음의 의미는 이 대표의 자신감이었다. 운명인 듯 필연인 듯 조성목은 아름이의 정서와 똑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신통하고 방통했던 캐스팅이었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왜 조성목이어야만 했는지 납득을 시키는 묘한 재능. 모두의 우려를 비웃듯 완벽한 호연을 선보인 그는 '두근두근 내 인생'의 진정한 주인공이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인 강동원, 송혜교도 이번만큼은 기꺼이 자리를 내줬다.

'두근두근 내 인생'을 통해 처음 해보는 일이 많아진 조성목은 팬들의 호응에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심장이 뛰는 기분을 느꼈다며, 그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이후 그 작고 앙증맞은 입에서 나온 말은 입이 쩍 벌어질 만큼 꽤 충격적이었다. 중견 배우도 이보다 진지할 수 없는 순간이었다.

"제가 일찍부터 사회 일을 하다 보니까 실제 정신연령이 딱 제 나이 또래는 아닌 것 같아요. 배우라는 일이 특히 그런 것 같아요. 아역 친구들을 만나면 퍼즐이 맞춰져요. 병아리들 속에서 저 역시 병아리라면 배우 일을 못하잖아요. 적어도 까마귀라도 돼야죠. 하하."

과연 13세 소년에게 나올 말인가. 생각보다 더 일찍 철이 들어버린 조성목은 영화 속 아름이처럼 의젓하고 묵직했다. 아니, 어쩌면 아름이 보다 더 깊은 마음을 가진 소년이 아닐까 싶다.

"이번 '두근두근 내 인생'을 통해 정극 연기는 처음 해봤어요. 영화를 보면서 부족한 부분이 참 많이 보이더라고요. 처음 봤을 때는 눈물이 고일 뿐 흐를 정도는 아니더라고요. 나중에 곰곰이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제가 영화를 보면서 단점만 찾기에 급급했더라고요. 영화에 푹 빠져들어서 봐야 하는데 제 연기만 보느라 큰 산을 보지 못했죠. 부끄러워요. 헤헤."

첫 작품부터 제대로 싹을 틔운 조성목. 생글생글 웃으며 "이런 시간이 참 좋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연기하면서'라는 말을 붙일 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고.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그 모습이 예쁘기 그지없다. 부디 이대로만 자라달라 부탁하니 "노력해보겠다"고 머리를 긁적이는 조성목이다.

유달리 어른스러운 조성목이 유일하게 아이 같았던 순간, 바로 3개월간 아빠 그리고 엄마가 되어야 했던 강동원과 송혜교의 첫 만남이었다. 그날을 생각하니 아직도 부끄러운지 얼굴이 발그레 홍조를 띄는 게 영락없는 소년이다.

"먼저 (송)혜교 누나를 처음 봤는데 눈앞에 나타난 혜교 누나가 정말 예뻐서 말을 못 걸었어요. 진짜, 제가 본 사람 중 최고로 예쁜 누나였어요.(웃음) (강)동원이 형은 만나자마자 너무 커서… 크큭. 고개를 한참 들어야 했던 기억이 나요. 무엇보다 동원이 형이 첫 만남 때 예쁜 모자를 선물해줬는데 평생 잊지 못할 뜻깊은 선물이 됐어요. 그때 제가 아름이 역할을 위해 삭발도 하고 흰머리를 만들기 위해 탈색을 하기도 했거든요. 동원이 형이 '한창 멋 부리고 다닐 나이에 안됐다'며 모자를 선물해줬어요. 진짜 제 마음을 알아줘서 고마웠어요. 흐흐."

삭발 고충을 알아준 강동원의 선물. 조성목은 감동 그 자체였다. 초등학교 졸업하고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두근두근 내 인생' 촬영에 들어가면서 삭발을 해야 했던 그는 내색은 안 했지만 여러모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흰머리를 위해 탈색을 다섯 번 시도했는데 그 고통이 말도 못하게 아팠다고. 아무리 어른스러운 조성목이지만 탈색만큼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고통이다.

"5시간 분장하는 것도 그럭저럭 참을만했는데 탈색은 정말 힘들더라고요. 계속 자라나는 머리를 탈색할 생각 하니 눈물이 핑 돌았죠. 이재용 감독님이나 제작 스태프분들이 이런 제 마음을 잘 알아주시고 나중에는 모자를 쓰는 콘셉트로 갔어요. 참 다행이죠. 학교는 어떻게 다녔느냐고요? 하루는 담임선생님이 저를 부르시는 거에요. '성목아 어디 아프니?'라면서요. 머리는 삭발인 데다 눈은 다크서클이 가득했으니까요. 야간 촬영하면서 차에서 쪽잠 자고 다시 학교 가고. 그런 생활을 3개월간 했거든요. 그때는 연기하는 아역배우라는 것만 말하고 '두근두근 내 인생' 촬영 중이다고는 말하지 않았거든요. 비밀로 해야 했어요.(웃음)"

평범하지 않은 외모로 혹여나 따돌림을 당하지 않았을까 걱정도 잠시 조성목은 오히려 친구들이 지켜주고 도와줘서 영화 촬영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훗날 친구들에게 강동원, 송혜교와 영화를 찍었다고 고백하니 친구들은 "거짓말하지 마"라며 믿지 않았단다.

"친구들은 강동원, 송혜교가 부모로 나오면 원빈처럼 잘생긴 아들이 나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다들 안 믿었죠. 하하. 친구들이 시사회에 와서 다 같이 영화를 봤는데 엔딩에서 아름이가 엄마 무릎에 누워 이별하는 모습을 보고 한 친구가 한숨을 쉬는 거에요. 왜 한숨을 쉬느냐고 물어보니 송혜교 무릎에 누울 수 있어 부럽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또 어떤 친구는 촬영하면서 고생 많이 했겠다고 위로해주기도 했어요."

친구의 말처럼 특수분장 때문에 고생이 많았을 조성목. 하지만 그는 결코 고생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되려 기회라고 말하며 자신에게 이런 행운이 오게 돼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것. '두근두근 내 인생'이란 영화가 배우 인생의 첫걸음이 돼 행운이었다고.

"참 좋은 기회였어요. '두근두근 내 인생'을 절대 잊지 못할 거에요. 친구들은 '얼굴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데 섭섭하지 않아?'라고 말하지만 전 전혀 섭섭하지 않아요. 연기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시간이에요. 이 영화를 통해 전 한층 더 성장할 수 있게 됐죠. 아직은 어려서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이 먼저이지만 차차 진로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해보려고요.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은 변치 않아요. 제 나이에 맞는 밝은 연기나 아니면 차분한 연기도 좋고요. 차근차근 생각해 봐야죠. 앞으로 더 노력해서 좋은 배우가 되도록 할게요. 지켜봐 주세요. 하하. "

조지영 기자 soulhn1220@tvreport.co.kr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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