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뉴스] 中, 급증하는 기독 인구 탄압에도 굳센 믿음

베이징 2014. 9. 25.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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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성장 바라보는 중국의 고민과 과제

중국에는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900만명이 사는 곳에 기독교인이 100만명이나 됩니다. 바로 저장성의 원저우라는 곳입니다. 올 초부터 중국 당국은 이곳을 비롯해 저장성 일대에서 대대적인 기독교 탄압에 나섭니다. 360곳 이상의 교회 십자가가 끌어내려졌고 올 초 완공된 싼장교회 건물도 강제로 철거됐습니다. 당국은 불법 건축물을 없애는 것이라고 항변합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공산당원보다 더 많은 기독교인?

홍콩성공회 주교의 고문으로 활동하는 필립 비케리는 지난 1일 홍콩 외신기자간담회에서 저장성에서 자행되는 기독교 탄압의 본질을 이렇게 규정합니다. "저장성의 기독교 영향력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말입니다.

중국 기독교 인구가 얼마나 되면 영향력이라는 말까지 나올까요. 현재 누구도 중국의 기독교 인구를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가장 최근 공식 통계는 중국사회과학원의 2010년판 '종교청서(宗敎靑書)'에 나온 2305만명입니다. 지난달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의 기독교인은 2300만∼40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7∼2.9%라고 추정했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50만명이 세례를 받고 있다고 전합니다. 서양 연구자들 중에는 적게는 7000만∼8000만명, 많게는 1억명 이상으로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중국계 미국인 변호사 고든 창은 "중국의 기독교인 숫자는 공산당 당원(2013년 말 현재 8668만명)보다 많다"고 말합니다. 사회과학원 세계종교연구소가 2008∼2009년 설문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전체 기독교인 중 1965년 이전에 신앙생활을 시작한 사람은 3%, 66∼81년은 5.7%, 82∼92년은 17.9%, 93∼2002년은 42.4%, 2003∼2009년은 31%에 달합니다. 근래 들어 기독교인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 퍼듀대 양펑강 교수는 "최근 30년간 중국의 기독교 인구는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다"면서 "2025년이면 1억600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중국식 기독교

중국에는 기본적으로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있습니다. 기독교도 마찬가집니다. 다만 국가에서 인정하는 교회로 제한됩니다. 중국에는 기독교삼자애국운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삼자(三自)는 자치(自治) 자양(自養) 자전(自傳)으로 스스로 교회를 운영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전도도 스스로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한마디로 중국이 알아서 하니까 다른 나라는 관심도 접고 개입할 생각은 더더욱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겠지요.

중국 기독교의 특징은 뭘까요. 중국 국가종교사무국 왕줘안 국장은 지난달 기독교삼자애국운동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기독교의 중국화가 삼자교회의 목표"라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을 쏟아냅니다.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기독교 기본신앙을 따르더라도 중국의 국가 형편 및 상황에 적응해야 하고 중국문화에 융합돼야 한다. 중국에 존재하는 기독교가 아니라 중국의 기독교로 변해야 한다. 기독교도는 공산당 영도와 사회주의제도를 옹호하고 개인의 작은 꿈은 국가의 큰 꿈에 녹아 들어가야 한다."

거세지는 기독교 탄압은 두려움의 반영

엄격하게 관리는 하고 있지만 성장하는 기독교에 중국 지도자들은 두려워하고 있다는 인상이 듭니다. 기독교가 공산당 정치시스템을 전복시킬 수 있는 반정부 정치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기독교 탄압의 광풍이 몰아치는 저장성의 한 목사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끝까지 십자가를 지킨다. 우리가 십자가를 내리기 전에 공산당이 먼저 당기를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당국 입장에서는 괘씸하면서도 한편으로 섬뜩한 말일 수 있습니다. 특히 중국은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는 이른바 가정교회와 사이비 종교단체에 대해서는 '경기'를 일으킬 정도입니다. 가정교회 신도는 삼자교회 신도의 1.5배로 추정됩니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가정교회와 사이비 종교단체를 동일시합니다. 지난 5월 중국 산둥성의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젊은 여성이 사이비종교 '전능신' 신도들의 집단구타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신화통신 등은 즉시 14개의 사이비 종교단체 목록을 발표하면서 여론을 환기시킵니다. 그리고 환구시보는 "지하교회와 사이비 종교단체들이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중국이 사이비 종교를 철저히 차단하는 것은 역사적 경험에 기인한 듯합니다. 청나라 말기 중국은 태평천국의 난 당시 사이비 종교에 호되게 당한 적이 있습니다. 난을 일으킨 홍수전(洪秀全)은 배상제회(拜上帝會)를 만들고 스스로를 하나님의 둘째 아들이라고 칭합니다. 전형적인 사이비 교주입니다. 홍수전으로 인해 청나라는 망국 일보직전까지 갔습니다. 90년대 리훙즈가 창시한 기공 수련법인 파룬궁의 확산도 공산당 지도부의 간담을 서늘케 했습니다. 당시 순식간에 수련자는 5000만명을 넘어섰고 수련자들 속에 관료 공안 군인 등 정권 요직의 엘리트들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사이비 종교의 토양은 빈부격차와 부정부패 등 중국 내 사회적 모순입니다.

기독교인들과 소통은 중국 당국의 또 다른 과제

중국은 '중국식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실질적으로 '마르크시즘'을 포기한 이후 이념적 공백기를 겪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그 공백을 메워가기 위해 뭔가를 찾고 싶어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유교를 중심으로 한 전통사상입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집권 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비전으로 제시합니다. 중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경제 발전은 그저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난해 11월 시 주석이 공자의 고향 취푸(曲阜)를 방문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시 주석은 "공자와 유가사상을 연구할 때 역사 유물주의적 태도를 견지하고 잘못된 것을 버리고 핵심만을 취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유교와 마르크시즘의 대립과 모순을 해결한 논리라고 칭송합니다. 중국 지도부의 의도와 달리 민중들은 이념적 허기를 채우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기독교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중국의 기독교인들은 대다수가 농촌지역에 사는 못 배운 여성이었습니다. 이제는 고등교육을 받고 성공한 대도시 청년의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조만간 중국은 주장만이 아닌 실질적으로 공산당원보다 많은 기독교인을 가진 나라가 될 것입니다. 이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대화할지는 중국의 또 다른 과제가 될 것입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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