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암, 투병 후 사회 적응 잘해야 진정한 완치"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2014. 9.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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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완치시켰으니 꼭 훌륭한 아이로 키워주세요."

연세암병원 소아청소년암센터 유철주 교수는 소아암으로 투병한 후 아이가 완치되면 부모들의 손을 잡고 이렇게 부탁을 한다.

국내 소아암 치료의 권위자인 유 교수는 백혈병·악성림프종·뇌종양의 항암치료를 담당하고 있다. 25여 년 동안 그의 치료를 받고 완치된 어린이가 1000명이 넘는다. 소아암 환자들은 투병 기간이 보통 1~3년이다. 힘겹게 암 투병을 하는 어린이들과 오랜 기간 함께 지내면서 유 교수는 치료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바로 치료 후 일상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유 교수는 "아이가 병에서 자유로워졌다고 해도 가정 불화, 부모 이혼, 왕따 등 여러 문제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적지 않더라"고 말했다.

소아암을 유전병이나 전염병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그 때문에 아이가 소아암 진단을 받으면 부모들은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린다. 유 교수는 "소아암은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유전병이 아니다"라며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해서 아기가 태어나기 전까지 자체적으로 유전자 변이가 생겨 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아암이 전염병이라는 그릇된 편견 때문에 아이가 불행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유철주 교수는 "병이 나은 뒤 학교에 가면 왕따를 당하는 아이가 많다"며 "행여나 아이가 상처를 받을까 봐 엄마가 전학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소아암을 '사망선고'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소아암 생존율은 70~75%로, 성인의 암보다 훨씬 높다. 유 교수는 "2~10세에 암이 걸리면 치료 경과가 아주 좋다"며 "백혈병도 소아 환자는 치료 예후가 좋은 유형이 많아 성인보다 완치율이 높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완치된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학교와 사회에 복귀하도록 돕기 위해 2000년 세브란스병원에 '어린이 병원학교'를 만들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음악·미술·수학·영어·한자 등을 가르친다. 2006년에는 교육부에 정식 교육 과정으로 등록돼 수업 일수도 인정받고 있다. 또 소아암을 겪은 아이와 부모, 현재 투병 중인 환자와 가족이 참가해 소통하는 캠프도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유철주 교수는 "소아암은 단지 암 제거로 치료가 끝나는 게 아니다. 치료 후 잘 성장해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잘 적응할 수 있게 되는 게 진정한 완치"라고 말했다. 유철주 교수의 치료를 받고 완치된 1000여 명의 환자 중에는 세브란스병원 소아심장과 김남균 교수도 있다. 연세대 의대 본과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도 있다. 유 교수는 "내가 치료한 아이들이 건강도 찾고 열심히 공부해서 잘 자라난 것을 보면 뿌듯하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 소아암

18세 이하에서 생기는 암을 말하며, 대표적인 게 백혈병, 뇌종양, 악성림프종이다. 매년 약 1400명에게서 발생하며, 백혈병 환자가 전체 소아암 환자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뇌종양 10~15%, 악성림프종 10% 정도다. 암의 원인을 모르고 예방도 안 되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최선이다. 백혈병은 빈혈·감염병이 잘 생기거나 멍이 잘 들고 코피가 잘 터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뇌종양은 마비, 간질, 뇌압 상승으로 인한 두통·구토 등이 나타난다. 악성림프종은 림프절이 많은 목, 사타구니, 복부가 부풀어 오르는 증상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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