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기자의 좌충우돌]초보, '펀(Fun)한 바이크를 타다'

박민규 기자 2014. 9. 2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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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Fun)한 바이크를 탔다. 만만한 몸체. 부담감과 공포감은 '제로'다. 대형 모터사이클이 주는 위압감에서 해방이다. 장난감처럼 마음껏 가지고 놀고 싶은 생각이 든다.

혼다 MSX125. MSX는 미니 스트리트 익스트림(Mini Street X-treme)의 약자다.

미니 바이크를 연상시키는 첫 인상이지만 일부 부품은 표준크기를 사용해 완성도를 높였다.

혼자 놀기 제격이다. 배기량은 124.9㏄. 공랭식 단기통엔진에 부드럽고 신속한 변속 성능을 제공하는 4단 기어박스를 장착했다.

공식연비는 63.2㎞/ℓ. 혼다의 독창적인 전자제어 연료분사 시스템 PGM-FI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 연료탱크 용량은 5.5ℓ. 어지간해서는 1만원어치 이상 주유하기 힘들다. 연료부족 경고 메시지가 점멸되어 집 근처 셀프주유소를 찾았다. 휘발유는 ℓ당 1745원. 넘칠 정도로 가득 채워도 8800원이다.

PGM-FI 전자제어 연료분사 시스템의 공랭식 단기통 엔진.

연비만 보면 극강이다. 기름 냄새만 맡아도 나갈 것 같다. 소형스쿠터의 경제성을 훌쩍 뛰어 넘는다. 게다가 매뉴얼 4단 기어는 스쿠터의 심심함에 '재미'를 더한다.

자칫 어정쩡해질 수도 있지만 스쿠터의 '편안함'과 매뉴얼 바이크의 '컨트롤'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혼다MSX125계기반은 크기만 작을 뿐 속도, 엔진회전수, 시계 등 웬만한 정보는 다 들어 있다.

MSX125는 패션 바이크다. 깜찍한 몸매지만 있어야할 것은 다 갖췄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다. 작지만 강하다. 시트고는 765㎜. 발착지성이 좋다.

시트고 765㎜의 발착지성을 가진 MSX125는 외관이 깜찍하다.

가볍게 올라타고 핸들을 잡아보면 야무지다는 생각이 든다. 왜소하다는 선입견은 바로 잊힌다. 말랐지만 근육질의 이소룡 같다.

시동을 걸면 칼칼한 엔진음이 '아뵤~' 하며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듯하다. 스로틀을 당기자 사뿐히 바람을 가른다. 시속 40㎞까지는 기어 변속 없이 1단기어로도 스트레스 없이 충분하다.

MSX125왼쪽핸들. 전조등, 클랙슨, 방향지시기 등 있을 건 다 있다.
엔진점화 버튼이 달려 있는 오른쪽 핸들.

시속 40㎞가 넘어서면 2단 기어로 변속. 60㎞ 부근에서 3단으로. 80km 정도에 4단 기어를 넣으면 된다. 시내 주행에서는 출발을 제외하고 2단과 3단을 적절히 섞어서 사용하면 된다. '방방'거리며 스로틀을 쥐락펴락해도 엔진이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스로틀을 다소 '방방'거리며 비틀어도 정숙성이 좋다.

횡단보도에 서면 주변의 시선이 꽂힌다. 이쁘기 때문. 부러운 시선도 펀(Fun)에 추가. 최고 속도는 105㎞ 전후. 아무리 스로틀을 비틀어도 더 이상 속도를 내기는 힘들다. 스피드를 즐기려면 MSX125는 고려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시내주행에서는 출발을 제외하고 2단과 3단 기어를 적당히 섞어서 달리면 된다.

도심에서는 오물조물 타는 재미가 있다. 평소 모터사이클 출근길에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 정도. 최고속도 200㎞가 넘는 고성능 바이크도 도착 시간엔 그다지 차이가 없다. 막히는 출퇴근길에는 슈퍼바이크도 시간을 단축할 재간은 없다.

MSX125로 출근을 한다. 스타트라인에서의 압도적인 우월함은 없다. 그래도 다음 신호까지는 선두를 놓치지 않는다. 모터사이클이 빠른 게 아니라 자동차가 짧은 구간에서는 속도를 낼 수가 없다.

좁은 공간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MSX125.

늘 막히는 정체구간.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멈춰 있다. 늘어선 차량들과 인도 사이에는 대부분 '에어 포켓'같은 공간이 있다. 허벅지를 연료통에 꽉 조이는 니그립을 하고 시속 10㎞ 정도 속도로 그 사이를'쫄쫄쫄' 지나가면 거부감 없이 막힌 도로를 벗어 날 수 있다. 지나치게 속도를 내거나 까불대면서 왔다 갔다 하면 차량 운전자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연료탱크 옆에는 가죽 시트가 덧대 있어 니그립이 수월하다.

자동차들도 앞에서 알짱거리는 것보다 이렇게 사라져 주는 것이 나을 것. 툭 터진 도로에 나오면서 기어를 4단으로 올리고 80㎞ 속도로 정속 주행한다. 당기면 더 달려주겠다는 듯 아직 힘이 남아 있다. 스피드에 대한 유혹을 애써 참으며 속도를 유지한다.

이번엔 커브길이다. 공차중량은 100㎏. 가볍다. 가벼운 차체가 회전할 때 많이 기울이면 넘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첫 회전 시 조심스럽게 바이크를 눕힌다. 부담 없이 넘어간다. 두 번째는 좀 더 과감한 시도. 무리 없다. 뱅킹각이 커져도 날선 코너링이 가능하다.

혼다 MSX125의 중량은 100㎏이다. 코너링시 가볍게 돌 수 있다.

콤팩트한 사이즈로 미니 바이크를 연상시키지만 일부는 표준 크기의 부품들을 사용하여 완성도를 높였다고 한다. 견고한 핸들링 성능을 가능하게 한 것.

작아도 2인승차가 가능하다. 듬직한 앞 뒤 서스펜션은 무거운 하중에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한사람 타기도 빠듯해 보이지만 두 명이 타도 주행이 부담스럽지는 않다. 그렇지만 미관상 추천하고 싶진 않다.

프론트 서스펜션은 도립식 포크를 적용해 하중을 최적화한다. 도립식은 정립식의 반대로 아래의 이너 튜브가 위의 아우터 튜브에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리어 서스펜션에는 경량의 심플-모노 쇽을 적용했다.

회사 앞이다. 시계를 흘깃 본다. 평소보다 15분 정도 빠르다. 두 배 빠른 모터사이클보다 출근시간은 오히려 단축된다. 출퇴근길에는 역시 작고 가벼운 모터사이클이 낫다는 것이 증명됐다.

MSX125는 스트레스 없는 도심 질주를 위한 괜찮은 선택이다. 큐티한 외모에 당찬 성능. 게다가 훌륭한 연비. 어딜 가든 부담이 생기지 않는다. 자신감 지수 급상승. 오히려 만만함에 대한 방종이 걱정스러울 정도. 한번쯤 소유하고 싶은 모터사이클이다.

<박민규 기자 park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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