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문희상 인연 깊은 투톱, 세월호 돌파할까
[한겨레] 문 위원장, 박 대표 고교친구의 오빠
박대표 정계입문뒤 '정치적 멘토'로
당 재건 위한 세월호법 해결에 '사활'
문 "유가족 양해 얻을 묘수 있다"김무성 대표에 22일 회동 제안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19일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의 취임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사회를 맡은 윤관석 원내부대표가 폐회를 선언했다. 박영선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해 작심 발언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됐던 '강경파' 의원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배석한 당직자와 보좌진 사이에선 '기습 폐회'가 '박영선 보호용'이란 수군거림도 나왔다. 비대위원장 취임식이 강경파 의원들의 '박영선 성토장'으로 번지는 것을 피하려고 문 위원장 동의 아래 서둘러 회의를 끝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날 문희상 비대위원장 추인을 위해 소집된 새정치연합 의원단·자치단체장·시도당위원장 합동회의는 이렇듯 '무사히' 끝났다. '시한부 투톱'을 이루게 된 문 위원장과 박 원내대표가 웃으며 악수를 나눴다.
문희상·박영선의 인연은 1970년대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수도여고를 다니던 박영선에겐 미술을 하는 문희숙이란 단짝이 있었다. 이 문희숙의 15살 위 오빠가 문희상이다. 박영선에게 청년 문희상은 단순한 '친구 오빠'가 아니었다. 당시 문희상은 의정부에서 서점과 신문 지국을 운영하며 야당 정치인 김대중을 돕고 있었다. 행정고시 합격으로 열린 입신 기회를 마다한 채 고난의 길을 걷는 문희상은, 여고생 박영선에게 '경외'의 대상이었다.
정치인과 기자로 각자의 삶을 살던 두 사람은 박영선이 2004년 총선에 당선되면서 동료 의원으로 재회했다. 1년 뒤 집권 열린우리당 의장(대표)이 된 문희상은 초선의 박영선을 비서실장에 발탁해 7개월의 임기를 함께했다. 이후 문희상은 '정치적 멘토'가 되어 박영선을 후원했고, 박영선은 선택의 기로마다 문희상을 찾았다. 돈독하던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함이 감돌던 시절도 있었다. 2012년 대선 패배 직후 당 비대위원장 자리를 놓고 친노·486그룹 일부가 박영선을 밀었다. 하지만 계파 수장들의 절충 끝에 '문희상 카드'가 부상했다. "비대위원장 경선도 불사하겠다"던 박영선 진영은 깃발을 접었고, 문희상이 비대위원장을 맡아 대선 패배로 어수선한 당을 추슬렀다.
2014년 원내대표가 된 박영선이 7·30 재보궐선거 참패로 김한길·안철수 대표가 물러나자,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찾아간 이도 문희상이었다. 하지만 문희상은 고사했다. 결국 비대위원장은 박영선에게 돌아갔고, 박영선 스스로의 예언대로 '독배'가 됐다. 박영선이 내려놓은 비대위원장은 '돌고 돌아' 문희상 몫이 됐다.
두 사람은 당분간 당의 '투톱'으로 만신창이가 된 당의 재건을 위해 호흡을 맞춘다. 박영선 홀로 감당했던 세월호법 난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 세월호법 협상을 마무리한 뒤 결과에 관계없이 원내대표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힌 박영선으로선 '불명예 제대'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문희상의 권위와 협상력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여야 원내대표와 당대표가 함께하는 '2+2 협상'을 열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문희상은 이날 취임사에서 "원내대표와 함께 유족과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특별법을 위해 혼신을 다하겠다"고 했다. 차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와 함께 세월호법 해결을 양대 과제로 내세운 것이다. "유가족들 양해를 얻을 묘수가 있다"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22일 만나자는 제안도 했다.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여당과 유가족들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절충안을 도출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상황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법 가이드라인' 제시로 한층 엄중해졌다.
문희상이 말한 '묘수'는 무엇일까? 문희상은 박영선에게 어떻게 힘이 되어줄까?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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