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안상홍에 대한 의혹 명예훼손으로 봉쇄돼선 안돼"
대법원 제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구 안상홍증인회)'가 진용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안상홍이 냉면을 먹다가 갑자기 쓰러져 중풍으로 죽었다'는 진 회장의 발언을 허위로 볼 수 없다"며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진 회장이 2009년 이단세미나를 진행하며 했던 안상홍 사망 관련 발언(표 참조)에 대해 "(하나님의교회의) 신앙 대상이나 교리에 이단적 요소가 있음을 비판하고 이를 (개신교 정통교회) 신도들에게 알림으로써 주의를 촉구하고 경각심을 일으켜 신도들을 보호함과 동시에 교리상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라고 판단했다. 이어 "진 회장이 적시한 사실은 중요한 부분에서 진실에 합치하거나, 적어도 허위로는 증명되지 않은 것들"이라고 밝혔다.
원심인 수원지법 재판부는 진 회장이 안상홍에 대해 '냉면을 먹다 급사했다'는 식으로 우스꽝스럽게 묘사해 비하하고 허위사실을 적시, 하나님의교회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다. 안상홍은 1985년 2월 식당에서 국수를 먹다 지병인 뇌출혈로 쓰러져 부산 메리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튿날 사망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그러나 "냉면도 국수의 일종이라 할 수 있고 뇌출혈은 중풍(뇌졸중)의 원인이나 종류 중 하나로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모두 구분 없이 혼용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질병으로 그 자리에서 곧바로 사망하였다는 사실과 병원으로 옮겨진 상태에서 다음 날 사망하였다는 사실 사이에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처벌할 만한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하나님의교회는 안상홍이 '성경의 예언을 통해서 돌아가셨다'거나 '스스로 올리우실 것을 예언하고 올리우셨다'거나 '재림예수, 아버지 하나님이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신앙의 대상으로 신봉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적시했다. 이어 "따라서 안상홍의 사망 경위에 관한 사실은 하나님의교회만의 사적인 영역을 벗어나 공적인 사실영역에 해당하게 됐다"면서 "이에 대한 의문이나 의혹은 그 개연성이 있는 한 공개토론을 위한 문제제기가 광범위하게 허용돼야 하며 명예훼손이란 이름으로 봉쇄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진 회장의 장길자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안상홍의 처가 1958년 혼인신고를 마친 황원순인 점, 장길자가 나타나기 전 안상홍과 관계에서 자신이 영의 어머니라고 주장했던 엄수인이라는 여성이 있었던 점, 안상홍은 장길자와 결혼사진을 남기기도 했다는 점에서 (안상홍과 장길자의) 관계를 비판하고 의문을 제기할 여지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길자가 안상홍의) 넷째부인이라거나 첩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면서 원심의 유죄 판결 취지를 인정했다.
진 회장은 "하나님의교회가 문제 삼은 발언은 피해단체 신도들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안상홍이 사망한 경위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알려주기 위해 사실에 근거해서 했던 발언"이라며 "그들이 '하나님'이라고 숭배하는 안상홍이 국수를 먹다 쓰러져 병원에서 죽은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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