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공짜 노래라고? 공짜란 없는 법

입력 2014. 9. 15. 03:19 수정 2014. 9. 15.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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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14일 일요일 맑음. 공짜 노래, 영수증.
#123 U2 'Song For Someone' (2014년)

[동아일보]

아이튠스 메인화면을 장식한 U2. 왼쪽부터 래리 멀린 주니어(드럼), 애덤 클레이턴(베이스기타), 보노(보컬), 디 에지(기타). 아이튠스 뮤직 스토어 화면 캡처

5억 원이랑 못 바꾸는 5년이란 시간 동안 머리 싸매고 만든 걸 얼굴도 모르는 사람한테 공짜로 퍼줄 수 있을까. 내 대답은 '노, 노'. 돈 급하면 미래의 5년을 당장의 5억 원과 바꿀지는 몰라도.

"진짜? 5초 내로 5억 명에게 전송해줄 수 있다고요?" "그럼요. 같이 한번 다섯부터 세볼까요?" 애플은 9일(현지 시간) 아이폰6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장에서 쇼를 했다. U2 쇼다.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록 밴드 U2가 5년 만에 내는 새 앨범 '송스 오브 이노선스'를 전 세계 아이튠스 스토어 이용자 5억 명에게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푼 것이다. 애플과 U2는 '소비자를 위한 선물'이라고 했다.

공짜는 맞다. 내 아이폰 음악 보관함에도 어느새 U2 신곡 11개가 고스란히 들어와 있다. 틀어보니 끝까지 잘 나온다. 지난해 삼성 갤럭시가 미국 래퍼 제이지의 새 앨범 100만 장을 디지털 입도선매했던 충격적 전례를 뛰어넘는다. 비싼 스마트폰 가격, 천문학적인 통신비를 감안하면, 게다가 U2와 애플의 홍보효과를 생각하면, 뭐, 순수하게 공짜라고 하기도 뭣하지만.(유키스나 컬투는 알아도 U2를 모르는 젊은이라도 이번 기회에 경력 38년, 평균 연령 53.5세짜리 삼촌들 음악 한번 들어볼 수 있으니까. 1000분의 999가 내친대도 50만 명의 팬은 새로 확보할 테니까.)

어쨌든 공짜 노래를,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팀의 공짜 노래를 11개나 가지니 흥분된다. 몇 년 전, 영국 밴드 라디오헤드가 인터넷으로 새 앨범을 내면서 결제금액을 소비자 맘대로 하게 했을 때 상당수가 0파운드를 지불했으니….

지난 주말, 싱어송라이터 D를 만나 술을 마셨다. 못해도 몇만 원어치는 될 그의 라이브 연주를 순댓국집에서 공짜로 들었다. 아니다. 공짜 아니다! 나도 감히 그의 기타를 빼앗아 노래를 불러줬으니…. 어떤 아이폰 사용자들(또는 U2 안티 팬들)은 벌써 "내가 언제 내 전화기에 U2 노래 넣어 달라고 했느냐"며 불만을 쏟아낸다는데….

D가 내 노래에 보낸 박수는 얼마짜리였을까. 앗, 주머니에서 그날 술값 영수증이….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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