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2' 강형철 "영혼 쥐어짜는 영화? 끊지 못해 하는 것"

2014. 9. 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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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선필 기자]

<타짜: 신의 손>의 연출을 맡은 강형철 감독.

ⓒ 흥미진진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한국 영화계에서 강형철 감독은 재기발랄한 이야기꾼임이 틀림없다. 그를 기억하는 대중들은 2008년 영화 <과속 스캔들>로 데뷔해 <써니>(2011)로 흥행 감독 반열에 급부상한 젊은 연출자로 알겠지만, 늦깎이 영화학도로 대여섯 편의 단편을 직접 쓰고 연출하며 내공을 키워온 실력파기도 하다.

그가 최동훈 감독의 <타짜> 후속인 <타짜: 신의 손>(이하 <타짜2>)의 연출을 맡았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반신반의했던 게 사실이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의 변주보다 강형철 감독은 자신의 이야기를 개성 있게 조리하는 데 재능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추측 때문이었다. 이 물음에 강형철 감독은 분명하게 답했다. "진짜 하고 싶었던 작품이었습니다"

"감독으로 데뷔 전에 최동훈 감독님의 <타짜>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분명 시리즈물로 나올 텐데 감독이 돼서 그 중 하나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과속 스캔들> 이후 PD와 장난스럽게 다음엔 <타짜> 속편을 하고 싶다고 말하던 때가 있었어요. 한 작품 안에 여러 장르가 녹아든 게 좋았죠. 느와르 요소가 끌렸고요. 사실 <타짜>는 전통 느와르는 아니지만 변종이잖아요."

"캐스팅 우려? 스타 배우보다 필요했던 건 바로 이들이었다"

영화 <타짜: 신의 손>의 한 장면.

ⓒ 싸이더스 픽쳐스

<타짜>와 강형철 감독의 인연은 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허영만 작가가 스포츠 신문에 연재할 당시였다. 지하철에 함께 있었던 어떤 아저씨가 버리고 간 신문에서 단편 만화를 접했던 것. 강 감독은 "그때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다"며 "이후 단행본들을 열 번은 더 본 거 같은데 그걸 내가 영화로 만들게 되다니 참 아이러니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허영만 선생을 뵙긴 했지만 시나리오 과정 때가 아니라 탈고를 하고 완성된 걸 드리는 자리였어요. 연예인을 본 마냥 사인을 받고 싶었는데(웃음). <식객> 얘기 등 허 선생님 작품에 대해 대화했어요. 오히려 영화 <타짜> 얘긴 안 했습니다. 더 이상 고칠 여력도 없었고요.

원작이 워낙 방대하기에 영화로 만들며 무얼 드러낼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 감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재밌는데 그걸 과감하게 뺐어요. 영화가 인물들이 서로 속고 속이는 방식이 주된 내용이고, 변증법적 진행이기에 감옥 에피소드는 뺀 겁니다. 안인길 등의 인물도 후반부에 나오지만 영화 진행과 맞지 않아 뺐고요. 대신 안인길의 성격을 장동식(곽도원 분)에 녹여 담았죠. 시대적 배경 역시 원작은 1980년대지만 영화에선 2000년대로 구성했고요."

영화와 별개로 강형철 감독은 신인 배우의 발굴, 특히 여배우의 장점을 잘 활용하는 이로도 유명하다. <과속 스캔들>의 박보영, <써니>의 심은경, 강소라, 박진주, 천우희 등이 모두 그의 손에서 매력을 충분히 발산했다. <타짜2>의 주연인 신세경과 최승현에도 그런 기대감이 있을 법했지만, 동시에 영화를 이끌어 가기엔 다소 힘이 약하다는 지적 또한 유효했다.

"발굴이라기보다는 오디션을 봤는데 그들이 캐릭터에 적역이었던 거죠. <타짜2>도 마찬가집니다. 최승현씨는 아이돌이라 이질감이 있다고들 하고 ,신세경씨는 우울한 느낌이 있다고 하는데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제 입장에선 두 사람은 대체 할 수 없는 배우였습니다. 승현씨는 아귀(김윤석 분)와 붙어도 지지 않을 에너지와 낙천성을 동시에 갖고 있었어요. 두 사람에 대한 악플을 저도 봤는데 선입견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팬 층이 있고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죠. 판단은 관객의 자유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두 사람에 대한 생각이 안 바뀌면 그건 그 관객 분의 취향인 거죠.

함께 영화에 출연한 고수희씨가 '어쩌면 이렇게 다 선하고 평판 좋은 배우만 모아놨냐'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 돋보였고, 호흡 또한 좋았습니다. 김윤석이라는 대배우가 후반에 등장하는데 그에게 잡아먹힐까 걱정도 했지만 절대 밀리지 않았어요. 각 신마다 서로 다른 배우가 주연처럼 캐릭터 성을 쌓아왔기 때문이었죠."

"인생은 곧 여행, 흥행 욕심은 그래서 없다"

영화 <타짜: 신의 손>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강형철 감독이 영화를 배우기 시작한 때는 20대 중반의 나이였다. 애초에 특별하게 하고 싶은 게 없었던 그는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문득,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다니던 친구의 추천으로 편입 시험을 봐 지금의 길에 들어섰다.

"제가 영화보기를 좋아했던 걸 알았기에 친구가 연영과 편입을 권했겠죠? 사운드 믹싱, 조명, 촬영 등 이쪽에도 여러 부문이 있지만 연출이 가장 맞더라고요. 가장 게으르고 여유로워 보였어요. 근데 해보니 제일 바빠! (웃음). 늦게 적성을 찾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걸 찾은 게 중요하죠. 어릴 때 글짓기 대회에서 상은 참 많이 받았는데 국어 시험을 보면 꼭 점수가 낮았어요. 글 쓰는 건 좋아했지만 시조나 용비어천가를 왜 외우게 시키는지 의아했던 때였죠.

진짜로 인생이 어떻게 갈지 예상할 순 없더라고요. 전 여행자입니다. 제 인생을 걸어가며 구경하는 거죠. 그 안에서 친구도 만나고, 사랑도 하고, 일도 해요. 스스로도 언제까지 영화를 할지 궁금합니다. <타짜2>가 대길(최승현 분)이라는 인물이 집을 떠나 다시 돌아오는 여정이라면 전 영화감독으로 한창 걷고 있는 거예요. 근데 영화가 진짜 힘들어요. 영혼을 쥐어짜는 느낌이라 '왜 이걸 하고 있지?' 생각하기도 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또 스멀스멀 이야기가 올라와요. 고광렬(유해진 분) 대사에 그런 게 있잖아요. '도박을 하고 싶어서 하냐? 끊지 못해 하는 거지!' 영화가 제게 그런 거 같아요."

자신을 인생의 여행자로 얘기한 만큼 강형철 감독은 흥행에 대해서도 초연해 보였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배움"이라며 강 감독은 '진정성'을 하나의 핵심으로 꼽았다. 또한 그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하도록 하고 영감을 주는 존재로 음악을 강조했다. <써니>를 통해 엿보였던 음악 스토리텔링의 일부를 <타짜2>에서도 차용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가수 나미의 '빙글빙글'을 연이어 사용했다는 것도 그 연장선이었다.

"시나리오는 시나 소설과 달리 작법, 즉 기술이 필요해요. 그렇다고 시나리오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은 건 아닙니다. 관련 책은 한 번 봤지만 전 제가 좋아하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보면서 배웠어요. <살인의 추억> <타짜> 등 선배들의 작품을 보고 공부한 겁니다. 강제규 감독님이 후배 감독들이 영화를 찍을 수 있게 판을 만들어준 분이라면, 최동훈 감독님은 좋은 시나리오 스승님이죠. <타짜2>를 탈고한 뒤 민규동, 류승완 감독님에게 보이기도 했어요.

보통 어떤 장면을 구상할 때 음악은 큰 도움이 됩니다. 시디나 레코드가 닳도록 음악을 들었던 때가 있었거든요. <과속 스캔들>이 포크 음악 뉘앙스였다면 <타짜2>는 많이 사용하진 않았지만 재즈의 리듬을 빌렸어요. 기본적으로 제가 재즈를 좋아합니다. 엇박자라고 하죠. 전체적으로 영화가 빠른 리듬인데 그 안에 절름발이가 등장하기도 하잖아요. 사실 대길이가 오토바이를 타고 시골을 떠나 서울로 갈 때는 팻 메스니(Pat Metheny)의 '아 유 고잉 위드 미(Are You Ging With Me)'를 넣을까 생각도 했는데 전체적으로 남미 음악 톤으로 갔기에 뺐죠."

영화 <타짜: 신의 손>의 한 장면. 고광렬 역의 유해진. 극 중 대길이에게 타짜의 기술을 전수하며 인생의 멘토가 된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그의 입에서 숱한 뮤지션의 이름이 나왔다. <타짜2>를 재즈에 비유하자니 빅밴드까진 아니고, 콰르텟(4인 밴드)에서 퀸텟(5인 밴드) 사이즈의 영화란다. 여기에 "고광렬로 등장한 유해진은 '스캣'(노래에서 즉흥적으로 의성어를 반복하는 창법)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보컬이었고, 그를 통해 온갖 변주가 가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즉 <타짜2>는 임프로비제이션(기본 화성을 바탕으로 연주자들이 자유롭게 즉흥연주를 하는 행위)이 가능한 하나의 재즈곡이었던 셈이다.

"(흥행 감독이라는 수식어에) 이상하리만큼 얽매이지 않아요. 그 말에 휩싸이면 사람들의 반응을 강요하는 장치를 영화에 쓰게 되죠. 그런 영화를 볼 때마다 과연 그 감독님은 행복했을까 생각하게 돼요. 전 일단 제가 영화를 만들며 재미를 느끼고 싶어요. 제가 재밌어야 사람들에게 보라고 말할 수 있죠. 자신에 대해 정직해야 진정성도 나올 수 있고요. 나머지는 감독의 재능과 후천적 학습에 맡기는 수밖에 없습니다.

대중 예술이라는 게 결국 타인에 대해 평가받는 속성이 있으니 칭찬이든 욕이든 나올 수 있지만 결국 영화는 감독의 취향이라 생각해요. 드라마야 종종 도중에 내용이 바뀌기도 해서 개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영화는 기록매체로서 매력이 강한 만큼 외부 평가에 좌지우지 되면 의미를 잃어버리고 말죠. 사람들에게 욕을 먹더라도 감독의 취향이 잘 반영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철없던 청년이었던 대길은 인생의 파도에 들어가 결국 '신의 손'이 됐다. '타짜'가 최고의 순간에 올랐을 때 화투 패를 버리고 유유히 떠나면 오를 수 있는 경지다. 강형철 감독도 스스로에게 늘 묻고 있었다. 인생의 여행자로 살며 그가 내 보이는 영화들이 사뭇 더 궁금해졌다.스마트하게 오마이뉴스를 이용하는 방법!☞ 오마이뉴스 공식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오마이뉴스 모바일 앱 [ 아이폰] [ 안드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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