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야한 퓨어킴? 윤종신 만나고 대중성 얻어"

2014. 9. 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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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언혁 기자]

가수 퓨어킴

ⓒ 미스틱89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매일 같이 하루씩 내 정성을 맡기면 어디선가 얌전하게 이자가 많이."('은행' 중)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이지만 누구에게는 36시간 같을 수도, 또 누구에게는 12시간에 불과할 수도 있다. 가수 퓨어킴은 EP < Purifier(퓨리파이어) >의 타이틀 곡 '은행'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정성을 저금하듯이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사는 것'이라는 자신의 모토를 노래한다.

'은행'을 포함해 이번 앨범에 담긴 6곡은 퓨어킴이라는 사람의 20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대의 끝자락에 선 그는 사랑의 열병('나는 니가 죽는 것도 보고 싶어')을 시작으로 소소한 일상이 큰 영향을 끼치는 경우('범인은 너')를 이야기하고, 상대적인 우월감의 덧없음('그 말은 결국')을 거쳐 인지 부조화('오늘의 뉴스')를 되짚는다. 그러면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아는 것('마녀마쉬')이라고 강조한다.

"누구나 20대에 다양한 일을 겪는다. 나 또한 그랬고. 마지막으로 나의 20대를 돌이켜볼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20대를 통과하면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을 키워드로 꼽아서 작업했다. 나는 일기를 안 모으고, SNS도 안 한다. 다만 그때의 생각을 음악으로 남긴다. 음악을 혼자서도 할 수 있는데, 굳이 나누는 이유 중에는 그때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모으는 목적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게 이번 앨범이 그렇다."

윤종신, 정석원과 협업..."작업 자체가 배움이었다"

ⓒ 미스틱89

지난 2011년 발표했던 EP < Mom & Sex >와 1집 <이응>은 처음부터 끝까지 퓨어킴이 작업한 앨범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소속사 미스틱89의 대표인 윤종신과 프로듀서 정석원에게 곡을 받았다. 물론 모든 가사에는 퓨어킴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겼다. 퓨어킴은 "내게 대중적으로 다가가는 요소가 적기 때문에 새로운 작업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협업하면서 충돌은 없었지만, 작업 기간은 꽤 길어졌다.

"작곡, 작사부터 마무리까지 나는 원래 한 달이 안 걸린다. 그러나 이번에는 작업하는 데 6개월 정도 걸렸다. 스스로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를 통해 내가 모르는 나를 알게 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윤종신과 정석원 PD는 내가 앞서 발표했던 음악을 많이 들어보고, 타인이 생각하는 내 모습을 많이 투영해서 곡을 만들어줬다. 맞춤 수트 같다고 할까. 작업하는 과정 자체가 배움이었다."

퓨어킴은 "신경 쓸 것이 적어서 좋더라"고 협업의 장점을 설명했다. 이전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신경 썼다면, 이번에는 가사를 쓰고 노래하는 데 집중했다는 의미다. 윤종신은 앞서 그에게 "퓨어킴이라는 뮤지션을 데리고 와서, 이전과 똑같이 내보낸다는 것은 메이저 회사로서의 직무 유기"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퓨어킴은 "나의 음악적인 것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대중 친화적인 요소를 더해줬다"고 설명했다.

어둡고 섹시하다고? 엉뚱하고 독특하지만 솔직하다

대중이 아직도 그를 어둡고 섹시한 '팜므파탈형' 인간이라고 생각하듯, 윤종신과 정석원도 그랬다. 하지만 퓨어킴은 오히려 '엉뚱하고 독특한' 인간에 가까웠다. 두 사람이 퓨어킴을 알아가면서 곡의 색깔도 점점 달라졌다. 퓨어킴은 "처음엔 다크하고 야한 사람의 이미지라 심각하고 세상 끝날 것 같은 노래가 많았다"면서 "작업을 거듭하면서 점차 달라졌다. 나중에는 엉뚱하고 밝은 느낌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타이틀 곡의 제목은 처음에 'Bank(뱅크)'라고 했다가 '은행'으로 바꿨다. 사실 내게 한글 페티시가 있다. 한글만 들어간 게 좋다. 영어 노래는 영어로 가사를 쓰는데, 기존에 혼자 작업할 때도 다 한글로 가사를 썼다. 국수주의 그런 것은 아니다. 단지 아직까지는 가사를 따로 봤을 때, 일종의 현대시 같은 느낌인 게 좋다. 그래서 2010년부터 한글로 가사를 쓰고 있다. 적어도 2014년의 퓨어킴은 그렇다."

'퓨어'라는 단어에는 흔히 떠올리는 '순수한'이라는 뜻도 있고, '완전한' '맑은'이라는 의미도 있다. 본명인 김별이 아니라 퓨어킴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퓨어'에 대해 "사회에서 지정해주는 이미지의 퓨어함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자신을 잘 알고, 솔직하고, 진실되고, 순수한 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퓨어"라고 했다. 그리고 그의 '퓨어'는 이번 앨범에도 오롯이 담겼다.

긴 터널 끝에서 만난 빛..."20대 헛살진 않았다"

ⓒ 미스틱89

버클리 음대를 졸업했지만, 퓨어킴이 처음부터 음악만을 바라보고 희망에 가득 찼던 것은 아니다. 또래보다 일찍 사춘기를 겪게 된 퓨어킴은 10살부터 "사는 게 힘들었던" 아이였다. 모든 일에 예민하고 생각이 많았던 아이는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고 '사람은 희망에 의지하고 살아갈 때 가장 큰 힘을 얻는다'는 삶의 진리를 깨달았다. 그리고 어두운 터널 같던 자신의 삶에서 한 줄기 빛을 찾기 시작했다.

"음대를 졸업했지만 공부하던 학생이라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되게 많이 가렸다. 주변 분들이 좋아하실 것을 해서 사랑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깨닫고 음악을 시작했다. 굉장히 비대중적이고 마니아층만 좋아할 수 있는 음악을 지원 없이 꿋꿋하게 했다. 적어도 내가 행복하고,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내게 20대는 그런 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20대가 가기 전, 나의 20대를 담고 싶었다."

20대를 찬찬히 돌이켜보며, 퓨어킴은 "빨리 30대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앞자리가 3으로 바뀌는 순간이 기대된다고 했다. 그는 "넋 놓고 있을 수도 있었는데, 적어도 20대를 헛살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지금은 굉장히 마음이 편하고 행복하다.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미소 지었다.

"가장 좋아하는 형태의 예술이 음악이기에, 음악만 하고 싶다"는 그는 "굉장히 한국적인 고추 축제, 딸기 축제에도 서고 싶다"고 덧붙였다. "스스로의 일에 자신감이 있고, 자신을 사랑한다면 문제 될 것 없다"는 말과 함께.스마트하게 오마이뉴스를 이용하는 방법!☞ 오마이뉴스 공식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오마이뉴스 모바일 앱 [ 아이폰] [ 안드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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