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박근혜 정권 기자 조사 용서받지 못할 것"

2014. 9. 4.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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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케이 '정윤회 밀회설' 수사에 사설로 규탄 "공권력 위압" 미국 기자도 "유엔총장 뭐하나"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감춰진 7시간'이 정윤회 전 보좌관과의 만남이었을 수도 있다는 기사를 쓴 일본 산케이신문 지국장이 검찰에 기소될 위기에 처하자 일본 유력매체와 미국 기자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일본 내에서도 산케이신문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아사히신문은 3일 사설을 통해 최근 산케이신문 가토 타쯔야 지국장에 대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비판했다.

아사히는 "한국에서 지금 시계침이 퇴보해버린 것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가토 지국장에 대한 두차례 소환조사를 두고 과거 독재정권시절 아사히 지국이 폐쇄될 뻔한 경험을 소개했다. 아사히는 "한국에서는 80년대에 군인들이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독재정권이 오랫동안 계속됐다"며 "당시 언론탄압이 되풀이되면서 아사히신문의 지국도 폐쇄될 뻔 했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하지만 이 나라에서 민주화가 선언된 것은 이미 사반세기가 넘었다"며 "정권의 뜻에 따르지 않는 글을 쓴 기자를 압박하는 행위는 권력의 남용이라 말해도 어쩔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아사히는 가토 지국장에 대한 검찰 기소가 이뤄질 경우를 두고 "국제사회는 한국의 민주주의에 큰 의문부호를 남길 것"이라며 "최대한 존중해야 할 언론자유의 무게에 대해 박근혜 정권은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본 아사히신문 3일자 사설. 온라인판 캡처

아사히는 산케이신문 보도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아사히는 산케이 기사에 대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씨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았는데, 그 사이에 남성과 만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세간의 '풍문'의 내용을 담고 있다"며 "기사는 한국신문의 칼럼이나 증권가에서 흐르는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됐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풍문으로 안이하게 쓴 글을 실은 이 신문의 보도자세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이어 "독특한 유교의식이 남아있는 한국에서는 여성 대통령에 대한 모독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산케이신문의 과거기사에 대해서도 대통령에게 모욕이나 혐한감정을 부추기는 보도가 많았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이런 문제가 있다해도 검찰이 기자를 출두시켜 "취조"(소환조사)하는 것에 대해서는 "온당하지 않다"며 "한국에서는 통상의 절차로 여기고 있다지만, 세계 선진국의 상식에서 보면 공권력에 따른 위압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아사히는 박근혜 정권에 대해서도 "박 정권이 취임한 이래 대통령과 주변의 폐쇄적 체질이 지적받아왔다"며 "이번 소환조사는 한국내의 '미디어'에 대한 견제도 들어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강조했다.

아사히는 한국사회의 민주화에 대해 "자유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한국에서는 많은 목숨이 희생됐다"며 "그것의 귀중한 가치를,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를 제재를 가함으로써 잃어버려도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미국의 프리랜서 기자 '매튜 러셀 리'도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이너시티프레스라는 온라인뉴스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이 같은 한국의 상태를 '언론탄압'(Cracks Down)으로 규정하면서 이에 침묵하고 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겨냥했다.

가토 타쓰야 산케이신문 지국장ⓒ연합뉴스

매튜 러셀 리 기자는 "오랜 기간 한국 외교관으로 일해온 반 총장은 언론자유에 대해 전반적으로 침묵해왔으며, 한국의 사례에도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가토 산케이 지국장을 소환하고 출국금지한 것과 관련해 "문제의 기사는 한국의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한 것"이라며 "지난 4월 세월호 여객선이 침몰할 당시 박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보이지 않았고, 최근에 이혼한 전 보좌관과 만나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분노를 초래한 것은 이해할 만 하지만, 그러한 보도가 출국금지나 형사입건을 유발해서는 안된다"며 "더구나 일본 산케이의 가토가 (검찰의) 표적이 되는 동안 그가 인용한 한국 언론 조선일보는 표적이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국적이나 다른 요인들에 근거해 언론인들에 대한 이러한 이질적인 대우가 허용돼선 안된다고 매튜 러설 리는 강조했다.

반기문 총장에 대해서도 그는 "UN사무총장의 대변인이 가토 산케이 지국장에 취한 한국의 조치에 대해 두세차례 질문을 받았을 때도 상투적인 답변만 했을 뿐"이라며 "얼마나 더 퇴보할 것인가? 한국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그리고 UN에선?"이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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