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육부, EBS 한국사 교재 사전검열?

이경원 기자 2014. 9. 2.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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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EBS가 2017학년도 수능부터 필수과목이 되는 한국사를 위해서 최근 교재를 출판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교육부가 압력을 행사해서 교재 내용이 바뀐 걸로, S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EBS 교재는 국정교과서가 아니라서 교육부가 관여할 대상도 아닙니다.

이경원 기자의 단독보도입니다.

<기자>

EBS 한국사 교재입니다.

현재 고교 1학년생을 위해 만든 수능 연계교재로 지난달 말 출판됐습니다.

그런데 이 교재는 출판 보름 전 교육부 역사교육지원팀의 요구에 따라 초판본 내용이 상당 부분 수정됐습니다.

바뀌기 전 초판본 교재 212쪽입니다.

박정희 정부가 반공을 국시로 정하고, 국회를 해산했다고 적혀 있는데, 교육부는 집필진 측에 보낸 이메일 문서에서 국회 해산은 자주 있는 일인데, 이를 알 필요 있겠냐고 되묻습니다.

결국, 출판본에서는 국회 해산 부분이 다른 내용으로 바뀌었습니다.

초판본 213쪽에서 박정희 정권이 국가 안보와 경제 성장을 구실로 유신 헌법을 공포했다고 기술한 내용도 교육부가 일부 교과서에만 실린 내용이라며 삭제를 요청해 출판본에서는 없어졌습니다.

독립운동가 여운형과 관련한 교재 속 실전문제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국회나 상위 기관에서 반응이 안 좋을 수 있는 데다, 좌익 쪽 인사가 한 문제를 차지하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고 결국, 다른 문제로 대체됐습니다.

간첩으로 몰려 사형선고를 받은 조봉암에 대한 문제도, 더 중요한 사람에 관한 문제로 바꾸라는 요청에, 이승만 관련 문제로 변경됐습니다.

노동운동가 전태일 동상의 사진도 교육부가 삭제를 요청해 출판본에는 경부고속도로 개통식 사진으로 대체됐습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한국사 난이도를 조절하려는 조치였다고 해명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 : 편향적으로 한다든가, 이런 건 전혀 아니고요. 순수하게 난이도 조정과 핵심내용 위주, 다종의 교과서에 나온 내용을 위주로 해서, 목표는 난이도를 낮추는 거죠.]

하지만, 교육부가 EBS 측에 수정을 요청한 내용은 대부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데다, EBS 수능교재 검정과 감수는 한국교육과정 평가원의 소관으로 교육부 권한 밖의 일이라 사전 검열 의혹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 영상편집 : 김진원)이경원 기자 leek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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