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아 건전한 블라디보스토크의 청춘이여

2014. 9. 1. 03: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4년 8월 31일 일요일 흐림. 블라드.
#122 Meghan Trainor 'All About That Bass'(2014년)

[동아일보]

예로부터 사람이건 악기건 퉁퉁한 건 저음, 빼빼한 건 고음과 깊은 연관을 갖고 있다.

콘트라베이스는 뚱뚱하고 바이올린은 날렵하다. 전기기타는 날씬하고 베이스기타는 통통하다. 이건 선과 악, 또는 예쁘고 안 예쁘고의 문제가 아니다. 몸통이 두꺼울수록 깊고 낮은 소리가 난다는 건 물리적 진리에 가깝다.

요즘 한국에서 주영훈이 작곡한 코요태의 '기쁨모드'를 표절한 것 아니냐며 화제가 되고 있는 곡이자, 미국에선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인기를 모은 미국 여가수 메건 트레이너(사진)의 '올 어바웃 댓 베이스'는 가사가 절묘하다. '뚱… 뚱… 뚱…' 베이스가 강조된 악곡 위로 '나 완전 베이스잖아/트레블(고음)은 없어…(뚱… 뚱… 뚱…)'를 엄청나게 반복하는 이 노래는 스물한 살 아가씨 트레이너의 통통한 몸매, 숨 가쁜 저음과 맞아떨어지며 악곡과 가수 이미지의 폭풍 시너지를 일으킨다. 뮤직비디오는 '강남스타일' 맞먹는다. '너의 모든 인치(inch)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걸'은 더위가 물러가고 다이어트를 중단하는 지금 날씨에 '딱'이다.

여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여자들은 고음 아니면 저음, 둘 중 하나인가 보다. 젊은이는 호리호리한데 애 엄마들은 하나같이…. 나이 들면 음악 들을 때 흥분을 주는 음역대가 고음에서 저음으로 이동한다고 한다. '호리호리'에서 '통통'으로 가는 시각적 변이와 그것이 세월과 함께 더없이 맞아떨어지는 곳이 여긴가 싶다.

미녀가 즐비하다는 이곳. 불같은 금요일을 맞아 시내 W바에 갔다. 일행 중 누군가는 바 청소부가 신세경 또는 하연수를 닮았다며, "여기가 장모님의 나라가 맞다"며 흥분했다. 덥스텝과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의 선동적인 리듬, 젊은이들의 향연 사이로 후끈 달아오른 분위기를 사회자는 묘하게 이어갔다. "자, 이제부터 게임을 시작합니다!" 20대 남녀가 앞다퉈 참여한 열정적인 첫 게임은…, 다름 아닌 가위, 바위, 보! 크레셴도는 다음 게임 팔씨름과 축구 게임으로 이어졌다.

아아, 건전한 블라디보스토크의 청춘이여. 국악 퓨전 그룹 고래야의 서울 대학로 소극장 콘서트(8월 26∼31일)만 해도 토속민요의 절절한 시댁 디스(diss·비난), 남녀상열지사, 노동의 고단함이 재치 있게 버무려지던데…. EDM만 청춘 가슴을 울리는 건 아니다. 신에겐, 적어도, 12개의 음이 남아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오늘의 동아일보][☞동아닷컴 Top기사]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