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목 '살인의 추억' 기자서 '해무' 뱃사람 되기까지(인터뷰)

김수정 2014. 8. 3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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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수정 기자] 이제 와 하는 얘기지만, 배우 유승목(44)의 첫인상에 적잖이 놀랐다. 그간 수많은 작품에서 보여준 강렬한 인상은 온데간데없이 딸이 만들어준 팔찌를 자랑하는 선하고 말간 모습의 유승목의 첫인상은 꽤 신선했다.

대학로 연극무대에서 배우의 인생을 시작한 그는 2003년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서 기자 역할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충무로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이후 '웰컴 투 동막골'(05), '외출'(05), '괴물'(06),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06), '적의 사과'(07), '7급 공무원'(09). '늑대소년'(12), '한공주'(13), '몽타주'(13) 등 장르와 캐릭터, 장편과 단편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확고한 연기 세계를 구축했다.

역할이 크건 작건, 스크린 안에서 유승목의 연기는 늘 빛을 발했다. 수많은 작품으로 필모그래피를 채웠지만 어느 작품 하나 허투루 고른 영화가 없다. 그는 "작품을 고르는 심미안이 있는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늘 좋은 작품, 좋은 감독님과 해왔다. 엄청난 행운이지만 스스로 뿌듯하다"며 수줍게 웃었다.

'해무'는 '살인의 추억' 시나리오를 쓴 심성보 감독의 연출작이자 봉준호 감독이 제작을 맡아 화제를 모은 영화다. '살인의 추억', '괴물'에 이어 세 번째로 봉준호 감독과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추게 된 유승목은 이번 영화에서 돈이 세상에서 최고라고 믿는 롤러수 경구 역을 맡았다. 영화는 기대보다 아쉬운 흥행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배우들의 호연에는 이견이 없다. 특히, 실제 뱃사람을 방불케 하는 비주얼도 비주얼이지만, 능청스러운 연기부터 후반부 극한으로 치닫는 유승목의 연기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다음은 유승목과 일문일답.

-'해무'에는 어떻게 승선하게 됐나

연기 인생 처음으로, 내가 먼저 하고 싶다고 감독에게 연락했다. 주변에서 '해무'라는 작품이 있는데, 내가 하면 어울릴 것 같다고 부추기더라. 감독이나 제작자에게 내가 먼저 연락해서 작품 얘기하는 걸 잘 못 한다. 그런데 '해무'는 왠지 모르게 하고 싶더라. 감독님에게 '어떤 역할이든 꼭 하고 싶다'고 문자를 보냈다. 다행히 감독님께 연락이 와서 행운처럼 '해무'라는 배에 타게 됐다.

-왜 하필 경구였나

초반에는 경구가 아닌, 굉장히 작은 역할이었다. 물론 확정은 아니었지만, 난 그 역할로도 만족했다. 그러다 어느 날 감독님께서 경구라는 캐릭터가 있는데 어떻겠냐고 하시더라. 그렇게 경구를 하게 됐다. 사실 나도 시나리오 보면서 경구에게 끌렸다.

-어떤 점에서 경구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나

살아있는 인물 같았다. 왠지 내가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막연한 느낌이 있었다. 물론 막상 경구를 맡게 되고 나선 부담감이 들더라. '괜히 잘할 수 있다고 얘기했나..' 후회도 들고.(웃음)

-호언장담한 걸 후회한 순간은 언제였나

상황이 끝까지, 엄청나게 큰 상황까지 가지 않나. '과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막연한 느낌을 잡는 게 가장 힘들었다.

-경구는 영화적으로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캐릭터다.

맞다. 어찌 보면 굉장히 나쁜놈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가장 일상적인, 평범한 선원이기도 하다. 처음 경구 캐릭터를 잡았을 땐 시골의 멋 부리고 놀기 좋아하는 순박한 남자를 떠올렸다. 물고기로 비유하자면 경구는 큰 물고기가 아니라 작은 피라미 같은 놈이다. 먹이를 보고 천천히 경계하는 큰 물고기가 아니라, '저건 내가 먹어야해!'라며 쉼 없이 팔딱거리는 작은 물고기를 떠올리며 연기했다.

-베드신도 인상 깊었다.

으하하. 나름 베드신은 처음이었는데도 민망하진 않았다. 너무 빨리 오케이(OK) 컷이 떨어져 아쉬웠을 뿐.(웃음) 두 번 만에 오케이 받았다.

-김윤석이 배우들 사이에서 실제 선장이나 다름없었다고

촬영하는 6개월 동안 후배들 한약재 챙겨주듯 연기에 도움되는 정보들을 많이 알려줬다. 늘 문자 메시지로 참고하면 좋을 다큐멘터리, 영상들을 공유해줬다.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경구의 헤어스타일은 누구 아이디어였나

내 아이디어와 분장 감독님의 공동 아이디어였다. 초반에는 엄청난 직모 헤어스타일이었다. 물론 그 스타일도 좋았는데, 왠지 경구라면 파마를 했을 것 같더라. 매 촬영마다 헤어스타일 다듬는 데만 1시간 넘게 걸렸다. 배우들 중에서 내가 제일 오래걸렸다.(웃음)

-오랜만에 만난 봉준호 감독은 어떻던가

'살인의 추억' 때인 10년 전과 똑같다. '살인의 추억' 때 감독님도, 나도 영화 경력이 많지 않았을 때 아닌가. 정말 따뜻하고 배려심이 대단했다. 그 사이 엄청난 작품들을 많이 찍어서 변했을 줄 알았는데 전혀(웃음) 더군다나 제작자라서 독해질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덕분에 정말 행복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심성보 감독과 호흡은 어땠나

역시 봉준호 감독 사단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리면서도 섬세하다. 순수하면서도 변태적이기도 하다.(웃음) 음지의 기운이 있다고나 할까.

-경구에게 제일 중요한 가치는 돈이다. 유승목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연기와 가족이다. 촬영한다고 늘 새벽에 나가는데, 하루는 내 지갑 위에 만 원짜리 두 장이 놓여있더라. 그 위에 딸 아이가 쓴 편지가 있었는데 '아빠. 이 돈으로 맛있는 것 사먹어'라는 내용이 적혀있더라. 그 2만 원은 아직도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두 딸이 아직 청소년이라 '해무'를 못 보게 됐는데, 몇 년 뒤엔 꼭 보여주고 싶다.

-차기작으로 유하 감독의 '강남블루스'를 촬영 중이다. 이번엔 어떤 인물을 연기하나

(촬영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며)정치인이다.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 중 제일 엘리트다. '해무'의 뱃사람과는 전혀 다르다. 하하. 진작 했어야 했는데.(웃음) 욕심과 욕망을 위해 온갖 안 좋은 일을 벌이는 정치인이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영화 '해무'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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