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찾아서]태원, '불명'에서 보여준 가족愛..'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장용준 2014. 8. 3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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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용준 기자]비 내리는 늦여름, 여의도 KBS 녹화장에는 젖어드는 날씨만큼이나 애틋한 사연을 가진 한 남자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가수 태원. 올해 초 '사랑을 끊었어'로 연인들의 애절함을 대변한 그가 이번엔 스스로를 위해 마이크를 들었다.

사연은 이렇다. 사실 태원의 아버지는 최근 난치병인 암과 싸우는 중이다. 정확한 병명은 폐암. 태원은 아버지의 건강을 기원하며 KBS2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 도전장을 내밀고 지난 18일 녹화에 참여했다. 지난해 12월에 이은 두 번째 등장이다.

태원의 도전곡은 이승철의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그는 리허설에 돌입하기 전 자신의 진지한 마음가짐을 털어놨다. 그는 "순위에 상관없이 이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며 "편곡도 그런 취지에 맞게 준비했다. 원곡의 순수한 감성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짧은 코멘트지만 이는 그의 마음을 전달하는 데 부족하지 않았다. 태원의 아버지는 아들의 무대를 보기 위해 수술도 미루고 이 자리에 참석한 상황.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는 그 제목의 뉘앙스만큼 태원의 가족에 대한 마음을 잘 보여주는 선곡이었다.

태원은 사실 아버지에 대한 선명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는 "아버진 엄격한 분이셨다. 학창시절 속을 많이 썩였는데, 많이 맞기도 하고 엄청 혼나곤 했다"며 "철이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뿐이다"라고 고백했다.

이윽고 태원의 가창이 시작됐다. 담담하면서도 애잔한 발라드의 선율과 노랫말은 자연스럽게 제작진의 마음에 스며들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앞서 그의 설명처럼 순수한 노래의 힘을 잘 내비치는 무대였다. "이 노래는 경쟁을 위한 게 아닙니다"라는 그의 말이 떠올랐다.

태원의 아버지도 아들의 무대에서 따뜻한 무언가를 전달 받은 모습을 보였다. 사실 그는 예전의 엄격함을 벗어던진 지 오래. 태원의 언급에 따르면, 그가 성실히 가수의 길을 걷게 되면서 아버지는 열렬한 팬이자 서포터로 믿음을 아끼지 않아왔다.

태원과 맞붙은 상대는 김경호였다. 그는 앞서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 다시'를 부른 상태. 태원이 경쟁을 원치 않더라도 이 자리는 명백한 승부의 장이었다. 대진운이 좋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태원은 김경호에게 승리를 양보해야 했다.

하지만 태원의 표정은 말끔했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결과를 받아들였다. 마음을 전달하고픈 대상이 있었고, 그 목적이 충분히 충족됐다.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이날 무대에서는 패배자는 보이지 않았다. 태원 또한 진정한 승리자 중 한 명이었다.

장용준 기자 zelr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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