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14년 8월 어느 날의 스윙스-①문지훈 편

최현정 2014. 8. 2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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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스(사진=브랜뉴뮤직)

현 가요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는 누가 뭐래도 힙합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스윙스는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래퍼이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쇼미더머니'를 통해 이름을 알린 스윙스는 빼어난 랩 실력은 물론이고 거침없는 언변과 넘치는 자신감으로 연일 이슈를 몰고 다니며 현재 한국 힙합씬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스윙스'라는 래퍼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렸어도 정작 '문지훈'이라는 본모습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지 않았고, 이는 스윙스에 대한 갖가지 오해와 편견을 가져왔다.

실제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눈 스윙스는 스스로를 "여린 남자"라고 밝히며 그동안 방송에서는 미처 말하지 못한 '문지훈'에 대해 털어놓았고, 이는 이슈가 된 그의 행동들과 음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먼저 많은 사람들이 스윙스에 대해 가장 오해하고 있는 게 그의 '상남자' 이미지로, 스윙스는 스스로 "상남자 이미지를 별로 안 좋아한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쇼미더머니2'에 나올 때 '괴물래퍼'라는 말이 너무 싫어서 제작진하고도 많이 싸웠다"라며 "나는 고슴도치 같은 사람이다. 안은 여린데 나를 보호하기위해 센 척을 많이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스윙스는 "친구들에게 뒤통수도 많이 맞고 스스로를 보호해야만 하는 삶이었다. 그래서 어느 순간 갑옷을 입고 다녔는데 '쇼미더머니2' 때는 정신상태가 굉장히 힘들었을 때다"라며 "작년에 나를 보면 내가 봐도 불편할 정도로 독이 많았다"라고 거칠고 강한 척을 해야 했던 이유를 밝혔다.

실제 스윙스는 이런 상남자 이미지 때문에 봉변도 많이 당해야 했다. "지나가다 시비를 거는 사람도 있고, 여자든 남자든 '야! 돼지야!'라고 하는 취객도 많다"며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고 상처를 받는데, 사람들은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나 여리다고 말하기도 힘든 노릇이라, 스스로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상남자 이미지로 인한 고충을 토로했다.

이제는 독기가 많이 빠진 상태라고 밝힌 스윙스는 "나는 굉장히 여리고 감정적으로 왔다 갔다를 많이 해서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라며 "상남자 이미지가 날 지켜주기도 했지만 너무 독이 됐고 이제 슬슬 진짜 모습을 이야기하고 싶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성격이 변하니까 노래 스타일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스스로 '펀치라인킹'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사에 집중했던 스윙스이지만 현재의 곡들은 감정의 변화에 더욱 중점을 맞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스윙스는 "옛날에는 말장난할 때 내가 쓰고 내가 웃었다. 칭찬받고 싶고 '나 위트 쩔지' 그런 마음이 있었는데 몇 년 전부터 인간의 감정에 대해 표현하는 게 재밌어 지더라"라며 "요즘은 억지로 말장난 하려고 하지 않고 나오면 나오는 대로 쓰고 만다. 좋은 의미의 아저씨가 돼가는 것 같다. 그때는 패기있는 애였다면 지금은 성숙해진 느낌이다. 지금 음악에 만족하고 재밌다"라고 달라진 음악 스타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물론 이것은 과거 자신의 곡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스윙스가 과거의 곡 중 후회하는 경우는 '구리게' 나왔을 때뿐이다.

스윙스는 "후회를 하는 곡도 많긴 한데 '구리게' 나온 곡들이 그렇다. 내 작업스타일이 듣고 나서 찝찝해도 그냥 낸다. 어차피 완벽한건 없는데 불가능한 걸 뭐하러 해 하는 식이다"라며 "남들은 90%는 채우자고 하는데 난 70%면 낸다. 당장 듣고 기쁘면 내고 또 후회하고 그런 식이다 그래서 진짜 만족한 곡은 거의 없다"라고 자신의 작업 스타일을 밝혔다.

그래도 그중에는 스스로 정말 만족한 곡이 있다. 바로 '디스 대란'에 휘발유를 부었던 '황정민'이 그것이다.

스윙스는 "'황정민'은 내 인생 중 최고의 작품이다. 나는 예술의 기준이 '오리지널'과 '나의 것을 이야기'하고 '사람과의 교감'이 충족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황정민'은 내 이야기 그대로 담은 오리지널 이었고 사람들이 들을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술은 무조건 리스크가 있어야한다. 사람들이 가수를 하기 두려워하고 화가를 하기 두려워하는 이유가 (작품이)사람들에게 욕하면 어떡하지 그 마음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욕먹을 걸 알면서도 내보냈다. 진짜 내 인생에서 가장 예술가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그것보다 더 큰 리스크를 건 적이 없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스윙스는 "친구들이 다 말리고 미쳤다고 했다. 진짜로 욕 엄청나게 먹고 힘들었다. 근데 난 예술가였다. 그 이후에 있었던 사람들의 예술가적 인정을 정말 좋아한다"라며 "또 '디스 대란'때 디스곡이 150개정도 나왔는데 130개 정도가 나를 향한 내용이 있었다. 나중에 손자한테 정말로 난 일당백을 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반대로 많이 아쉬운 곡도 있다. '줄래'가 바로 그 것으로 스윙스는 "노래가 이상한건 아니었지만 좀 영혼을 판 느낌이었다"라고 밝혔다.

스윙스는 "내가 해왔던 말들을 무시하는 느낌이라 그렇다"라며 "그때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라 거지 같이 자존심 센 척 하느니 돈 벌어서 행복하자는 생각이었는데, 결국 돈도 본전치기였다. 그래서 좀 속이 상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사실 노래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후렴만은 빼고 싶다. 내가 쓰지 않은 멜로디와 가사에 좋아하지 않는 내용인데 쓰게 놔둔 내 자신이 창피하다"라며 "앞으로 그런 모습은 다신 안 볼 거다.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걸로 해서 좀 되니까 절대 안할 거다"라고 앞으로는 이와 같은 스타일의 스윙스 곡은 듣기 힘들 것을 알렸다.

인터뷰 말미 이루고 싶은 것이 있냐는 질문에 스윙스는 뜬금없이 "서태지를 이루고 싶다"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스윙스는 "앨범 기록이나 이런 게 아니라 서태지의 문화적인 움직임을 이루고 싶다. '컴백홈'을 부르고 집나간 청소년들을 돌아가게 한 것처럼 음악으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자신의 책을 준비 중에 있다는 스윙스는 "'파워'라는 제목의 책을 내고 싶다. 예전부터 낸다고는 했고 모아놓은 건 꽤 되는데 자신이 없어서 못 내고 있다. 책은 리스크를 못 걸겠다. 하지만 언젠가 낼 거다. 책을 읽고 사람들이 힘이 생겼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 그래서 제목을 파워라고 지으려고 한다"라고 다양한 방면에서 문화적 '파급효과'를 노렸다.

실제 '파급효과'라는 말을 좋아한다는 스윙스는 "지금 나의 행보들이 어떤 파급효과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원하는 만큼은 아니다. 지금까지는 너무 화가 나 있었다. 앞으로는 긍정적인 부분을 더 주고 싶다. 밥 말리처럼"라고 말하다가 "아니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밥 말리는)너무 평화다. 내 감성이 이미 (그만큼의 평화가)아니다"라고 농담을 던져 웃음을 선사했다.

약 한 시간에 걸쳐 진행된 인터뷰 동안 이야기를 나눈 스윙스는 '괴물'도 '불도저'도 아닌 그냥 주목받고 싶어 하고, 말 많고, 위트 있는 '인간' 문지훈이었다.

"랩으로 멋있게 '관심종자'가 되고 그렇게 인정받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라며 스스로를 관심종자라고 밝힌 스윙스는 "'불도저'가 필요하면 또 꺼내 쓸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필요 없다. 앞으로는 스윙스의 밝고 긍정적인 부분이 추가된 파급효과를 사람들에게 주고 싶다. 어떤 이미지라기보다 '여유'를 갖고 싶다"라고 덧붙여 기분 좋은 파급효과를 전할 스윙스의 모습을 기대케 했다.

-②쇼미더머니 편에서 계속

스윙스(사진=브랜뉴뮤직)

최현정 기자 gagnra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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