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살림에 둘째 아이는 꿈도 못 꿔요"

고찬유 김현수 입력 2014. 8. 27. 04:48 수정 2014. 8. 2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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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 출산율의 그림자

산모 평균 출산 연령 32세 고령화, 결혼 인구 감소·불임 증가도 원인

2012년 '흑룡 해' 이후 하향세, 경제 불확실성에 사회 불안 우려도

간호사 이모(35)씨는 둘째 갖기를 포기했다. 주변에선 하나 더 낳으라고 부추기지만 좀체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 이씨는 "아이 한 명 기르기도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 버겁고, 다시 눈치 보면서 출산휴가 신청을 하기도, 아기를 맡길 시어머니를 설득할 자신도 없다"고 푸념했다.

주부 김모(37)씨는 결혼한 지 8년이 지나도록 아이를 갖지 못했다. 불임 판정을 받고 인공수정을 세 차례 시도했지만 임신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실패할 때마다 유산하는 통증을 느꼈다"라며 "경제적, 심리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남편도 내 탓만 하며 돕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부는 결국 이혼했다.

지난해 역대 최악의 출산율은 2012년 '흑룡 해' 출산 붐에 따른 기저효과가 1차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추세상 하향세가 뚜렷한 걸 감안하면 근본적으로 결혼 인구 감소 또는 만혼, 노산, 불임 증가, 둘째 출산 기피, 그리고 양육비 부담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해서다.

실제 지난해 출산 비중이 가장 높은 20대 후반(25~29세)과 30대 초반(25~34세)의 여성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는 각 65.9명, 111.4명으로 전년보다 11.5명, 10.5명이나 줄었다. 둘 다 역대 최저치로, 특히 30대 초반은 2010년 이후 지속된 증가세가 꺾였다. 다른 연령대 역시 0.1~2.0명씩 감소했다. 30대 후반(35~39세)만 0.5명 늘었을 뿐이다.

출산순위별 출생아 수도 모두 감소했다. 특히 둘째 아이는 16만5,700명으로 전년보다 10%나 감소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셋째 아이와 첫째 아이는 각 10.6%, 9.7% 줄었다.

산모의 평균 출산연령은 31.84세로 매년 최고 기록을 깨고 있다. 매년 0.2세 가량씩 나이가 많아지는 걸 감안하면 올해엔 평균 출산연령이 32세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산모 5명 중 1명(20.2%)은 고령산모(35세 이상)로, 역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저(低)출산 리스크 극복은 우리 경제에 중대 과제다. 이필상 서울대 초빙교수는 "출산율 하락은 취업→성장동력 마련→일자리창출→고용→성장의 순환 고리를 끊어 전반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을 확대시키고 사회 불안까지 확산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경제 정책의 최우선을 일자리 창출에 맞춰야 출산율 상승의 기반인 취업 및 결혼 등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원칙적으로 보육시스템, 육아휴직 확대 등 여성이 출산하기 좋은 여건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성비(性比) 불균형은 개선되는 추세다. 출생 여아 100명당 남아 수는 전년보다 0.4명 줄어든 105.3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10년 전 140에 가깝던 셋째 아이의 성비 역시 꾸준히 떨어져 108.0을 기록했다. 남자 아이를 낳기 위해 다산을 하던 풍조가 많이 사라진 셈이다. 한편 결혼 후 아기를 낳기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3.42년으로 전년보다 0.03년 줄었다. 다만 결혼 후 2년 안에 아이를 출산하는 비율은 72.1%로 소폭 감소했다. 인공수정이 늘면서 쌍둥이(다태아) 비율은 3.29%(1만4,372명)로 역대 최고였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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