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제주 수면무대에 뜬 양방언 판타지

2014. 8. 2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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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24일 일요일 비. 혼저옵서.
#121. 양방언 '해녀환상곡'(2014년)

[동아일보]

작곡가 양방언이 23일 제주 제주시 조천읍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열린 '양방언의 제주 판타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엔돌프뮤직 제공

23일 밤 제주 제주시 조천읍 제주돌문화공원 특설무대.

여섯 번째 곡이 끝나자 무대와 객석이 일순 암전됐다. 제주의 풍광을 담은 짧은 영상이 스크린에 소개된 뒤, 무대에서 40m쯤 떨어진 '하늘연못' 쪽에만 조명이 들어왔다. 하늘 위에서 영사기를 내려 쏜 듯 연주자들이 신기루처럼 물 위에 떠 있었다.

아코디언과 얼후, 통기타가 어우러져 내는 고혹적인 선율은 제주 밤하늘을 머리에 인 그 수면 위에서 피어올랐다. 원형 인공연못 한가운데 띄운 특설무대였다. 아코디언을 든 건 작곡가 양방언(54)이었다.

국내외의 여러 야외 음악축제를 뻔질나게 다녔지만 수변무대 말고 '수면무대'를 본 건 처음이었다. 양방언의 '아시안 뷰티' '롱 웨이 홈'이 물 위에서 연주되는 5분간, 연못은 신비한 섬 제주도를 압축한 스노볼 같은 환상이 됐다.

2월 2014 소치 겨울올림픽 폐막식 차기 개최지(평창) 축하 공연에서 직접 만든 '아리랑 판타지'를 세계에 선보인 음악인 양방언이 이번엔 제주도의 환상적인 풍광을 음악과 축제로 담아낸 거다. 이날 제2회 '양방언의 제주 판타지'에서 그는 새로 완성한 해녀환상곡도 초연했다. 안숙선 명창, 제주도립교향악단, 제주도립합창단과 함께한 6분 길이의 이 곡은 '나는 해녀/바당(바다)의 딸/만경창파 이 한 몸 내던졍…' 하는 노래와 오케스트라, 합창이 어우러져 드라마틱했다.

2002 부산 아시아경기 주제곡 '프런티어'와 함께 양방언의 대표 연주곡으로 꼽히는 '프린스 오브 제주'에는 이번에 처음 노랫말이 붙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아침이 밝아오는 숲에서/…길이 끝난 곳에 새로운 시작 있으리'는 제주 납읍초등학교 합창단의 해맑은 목소리로 불렸다.

지난해 양방언 콘서트 형식으로 열린 이 행사가 올해엔 록 밴드 국카스텐, 대금 연주자 한충은, 제주 흙피리 앙상블, 제주 밴드 사우스카니발, 양방언이 6시간 동안 이어달리는 형태로 커졌다. 양방언의 상큼한 곡 '민트 아카데미'에서는 놀랍게도 일본의 명베이시스트 사쿠라이 데쓰오가 솔로 연주를 했다.

제주돌문화공원은 축제에 탁월한 환경과 입지를 자랑했다. 여기저기 널린 현무암 거석, 숲 산책로, 지하 돌박물관, 연못, 탁 트인 하늘이 어우러졌다. U2가 양방언의 피아노 연주에 '웨어 더 스트리츠 해브 노 네임'을 섞어내며 주무대와 '수면무대' 사이를 뛰는 장면을 그려봤다. 여긴 맛있는 것도 많다고! 'Honjeo Opseo.' ―제주에서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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