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처에 죽음이 묻는다 "삶이란.."

입력 2014. 8. 22. 11:11 수정 2014. 8. 2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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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사계절

도처에 죽음이 있다. 내가 사랑하던 사람, 내가 잘 알던 사람의 '개별적인' 죽음으로부터 풍문으로 들려오고 풍경으로 찍혀지는 '익명의' 죽음들까지. 힘들고도 잔인한 시간은 계속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3년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국에선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의 시간들이 그렇다.

재일 한인 정치학자 강상중(64) 교수가 쓴 소설 '마음'(노수경 옮김, 사계절)이 그리는 죽음의 풍경은 일본을 배경으로 한 일본 소설이지만 한국인들에게 익숙하다. 익숙해서 더 비극적이다. 소재가 된 2011년 3월 11일의 동일본 대지진은 한국 독자들에게 즉각 세월호 참사를 환기시킨다.

소설의 화자이자 주인공 '나'는 일본의 대학 교수이자 저명한 저자이다. 그는 얼마전 아들을 먼저 저세상으로 떠나보냈고, 오래 전 30년지기 친구를 암으로 잃었다. 그는 어느날 무작정 자신을 찾아온 한 대학생을 만나고 그로부터 이메일을 받는다. 청년은 둘도 없던 친구를 백혈병으로 잃고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혼돈에 빠져 있었다. 청년은 교수에게 죽음과 삶의 의미를 물었다. 청년이 묻고 교수가 답하는 메일이 오간다. 둘의 대화는 우연한 대면으로 이어진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지진 후 참혹한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현장에서 방송국 리포터와 시신인양작업 자원봉사자로 만난 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이를 잃었던 두 사람이 이번에는 거대한 죽음의 풍경을 마주한다.

소설은 두 사람간의 메일을 통한 교신을 줄기로 한다. 3ㆍ11 동일본 대지진을 경계로 1, 2부로 나뉜다. '나오히로'라는 청년은 왜 1억명의 일본인 중 스무살의 젊은 친구가 먼저 죽어야 했는지, 그 죽음은 무의미한 것이 아닌지, 그렇다면 삶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교수에게 묻는다. 교수는 그저 "사람이 사는 의미는 다른 사람에게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며 과거는 그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결코 지워질 수 없는 죽은 이의 과거로서 '있는' 것이라고 답한다.

1부에서 주인공들이 겪는 죽음은 '개별적'이다. 반면 동일본 대지진에서 물에 쓸려간 수만명의 죽음은 익명이며 숫자로 표현된 추상이다. 그러나 주인공들은 수만명의 '보편적'이고 '일반적'이며 이름없는 죽음을 마주한 후에 생사의 구체적이고도 진정한 의미에 이르게 된다. 주인공들이 마주한 죽음이란 '악취가 진동하는 시체'와 같은 것이지만, 청년은 "지금은 얼마나 심하게 손상된 사체건, 그게 얼마나 무서운 모습이건 소중히 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되고, "'죽음'이라는 것은 결국 '삶'을 빛나게 해주는 것"이라고 깨닫는다. 그리고 청년은 "시신을 한 구 한 구 인양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죽음과 마주하는 동안, 어쨌든 '나는 살아야 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 강상중은 한국 국적의 재일학자로선 처음으로 세이가쿠인(聖學院)대학 학장(총장)을 맡고 있으며, 사회비판적 지식인으로 일본에서도 많은 지지자들을 두고 있다. 우울증이었던 아들을 잃은 일을 비롯해 강상중이라는 실명으로 등장하는 소설 속 '나'의 이야기는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했다. 일본에서는 이미 30만부가 팔렸고, 우리말로 번역하는 중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 "참사를 예견한 듯해 놀라고 두렵기까지 했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마음'에는 삶과 죽음 뿐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통해 개발과 발전만을 위해 달려온 사회에 대한 성찰이 진중하게 담겨 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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