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5·24 조치, 북 태도변화 유도 카드로

이지선 기자

정부, 해제 쪽 가닥 잡되 남북대화 출발점 활용

북한이 정부가 제안한 2차 고위급 접촉에 대해 응답하지 않으면서 회담 성사 여부가 유동적인 상황으로 바뀌었다. 남북 대화 재개와 관련해 최근 가장 주목되는 현안 중 하나는 대북제재 조치인 5·24 조치의 운명이다. 북한은 직간접적 채널을 통해 5·24 조치 해제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고 정부도 논의 가능성은 열어놨다. 장기적으로 5·24 조치 해제가 필요하지만 이에 앞서 대화가 필요하며 일방적 해제는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지난 18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정부의 5·24 조치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이 주를 이뤘다. 이미 여야를 가리지 않고 5·24 조치 해제를 통해 남북 교류의 길을 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상황이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5·24 조치 해제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남북이 서로 회담 테이블에 와서 그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선(先)대화론’을 내놨다. 류 장관은 “논의하지 않고 우리가 일방적으로 해제하는 건 어렵다”면서 “(5·24 조치가) 2010년 북한 도발에 의해 빚어진 결과이므로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같은 날 북한에 고위급 접촉에 호응할 것을 촉구하는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은 5·24 조치부터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말로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먼저 대화 테이블에 나와서 남북 간 협의부터 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언급은 정부가 5·24 조치 해제 문제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5·24 조치를 고수하기보다 해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되, 이를 조건으로 북한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이다. 5·24 조치 문제를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고리로 이용하는 동시에 5·24 조치 해제 논의를 남북 대화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5·24 조치를 그대로 두고는 박근혜 대통령 대북정책 기조인 드레스덴 구상은 장밋빛 전망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고민도 배경에 깔려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5·24 조치 해제 여부는 남북 간 협상에서 매우 유용한 카드인데, 정부가 먼저 해제한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현명치 못하다”면서 “북한이 5·24 조치 해제를 적극 요구하는 상황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북한의 호응이 없는 한 5·24 조치의 전면적 해제로 가기보다 개별 사업에 따라 예외를 두는 단계적 접근 방식이 정부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남한 기업이 참여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고위급 접촉이 열리면 정부는 ‘남북 간 꼭 필요한 사업이 5·24 조치에 발목이 잡혀 진행되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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