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라 특이? 힐링"..편견 속 자아찾기

양승준 2014. 8. 2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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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프라이드'
2008년 '영국 토니상' 작품상 수상 후 한국 초연
연극 데뷔 오종혁, 신사→도발적 게이잡지 기자로
11월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연극 '프라이드'(사진=연극열전).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남자친구가 날 떠났어." 상심에 빠진 이에게 친구가 "얼마나 만났느냐"고 묻는다. "1년 반." 그랬더니 한 방이 날라온다. "평생 만났네."

반전은 따로 있다. 여자들이 나눈 얘기가 아니다. 대화의 주인공은 남자 둘.

이건 '빙산의 일각'이다. 연극 '프라이드'는 동성애자들과 이들 주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거침없이 다룬다. "내 부츠 X아". 대사는 적나라하다.

그렇다고 성적 금기에 집중한 공연은 아니다. 주제는 '정체성 찾기'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극 중 성소수자인 올리버는 1958년에는 신사답지만 남모를 비밀을 간직한 동화작가로, 2014년에는 게이잡지 칼럼니스트로 나온다. 누구나 양면성이 있다. 시대적 상황과 경험을 통해 나도 변한다.

20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열린 '프라이드' 기자간담회에서 성소수자 필립 역을 맡은 이명행은 "한 인물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으며 나를 찾고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는 게 작품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성소수자 얘기만 머물지 않고 "'나는 누구인가'로 질문을 확장할 수 있는 게 공연의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김동연 연출은 작품 속 '억압과 반작용'을 읽어달라고 했다. 그는 "여성인권, 노예제도 등 편견과 싸웠던 역사와 사람들의 고민을 성소수자를 통해 연극적인 요소로 표현한 것"이라며 "개인이 가진 문제들을 고민하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이드'는 배우 겸 작가인 알렉시 캠벨이 썼다. 지난 2008년 영국 내셔널시어터에서 초연, 현지 최고 권위의 연극·뮤지컬상인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작품상을 받았다. 2010년에는 미국 브로드웨이로 건너가 뮤지컬 '위키드'를 만든 조 만텔로가 연출을, 영화 '한니발'의 휴 댄시 등이 무대에 서 호응을 이끌어 낸 작품이다. 속도감 있고 감칠맛 나는 대사가 강점. 이번이 한국에서는 초연이다.

극 중 올리버를 연기하는 박은석은 "주위에 성소수자가 있지만 나와 다른 사람들이라 생각해 섞이지 못했는데 '히스토리 보이즈'와 '프라이드'를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존중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명행은"공연을 보고 힐링이 됐다는 분이 있더라"며 "나도 공연을 하고 나면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성소수자 역을 맡아 연극 무대에 처음 선 오종혁은 "혼자서는 소화하기 어려울 것 같아 무대에 서기 두려웠는데 공연 끝날 때까지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오종혁은 박은석과 올리버 역을 번갈아 맡는다. 올리버의 연인인 필립 역은 이명행과 정상윤이 더블캐스팅됐다. 원작의 각색은 지이선 작가가 했다. 지 작가는 "원작 속 유머를 한국 정서에 맞게 풀었다"며 "특히 극 중 실비아의 매력에 빠져 이야기를 더 붙였다"고 말했다. 실비아는 필립과 올리버의 불안을 보듬어 주는 따뜻하면서도 품이 넓은 캐릭터다. 김소진과 김지현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지난 16일 시작한 공연은 11월2일까지 이어진다. 1544-1555.

양승준 (krank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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