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민 감독 차기작 '한산' 세계에 통할 작품 만들 것

2014. 8. 1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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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흥행 1위 영화 '명량' 김한민 감독어릴적부터' 역사광' 사명감 갖고 만든 영화사실과 허구 8대 2..분열·갈등 우리사회 이순신이 해답됐기를

'아바타'를 제치고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영화 '명량'을 만든 김한민 감독(45)은 영화계에서 유명한 '역사광'(狂)이다. 어린 시절부터 역사 과목을 가장 좋아했다는 그는 인터뷰 내내 역사 속 위인의 말이나 책을 인용했다. 김구의 '백범일지'를 줄줄 외는가 하면,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를 한참 설명했다. 그는 아예 영화제작사 이름을 광개토대왕릉비에서 따와 '빅스톤(Big stone)픽쳐스'라고 지었다. 그런 그에게 이순신을 영화화하는 작업은 '운명이자 사명감'이었다.

18일 서울 종로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이순신을 어렸을 때부터 영화화하고 싶었다. 명량해전이야말로 이순신의 정신적 요체를 가장 잘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계층 간 분열과 갈등, 세대 간 갈등으로 멍든 우리 사회가 그 해답을 이순신에서 찾기를 바랐다"고 했다.

촬영을 다 마치고 후반작업 중에 '세월호 침몰 사고'가 터졌다. 영화의 배경과 사고 지점이 겹쳐서 영화가 오해를 받을까 봐 걱정이 된 것은 사실. 그는 "이순신은 극복의 아이콘이니까, 좌절스러운 시기에 용기와 힘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동안 대중매체 속 이순신은 성웅화ㆍ영성화돼 있었다. 김 감독은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해 이 시대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었다"면서 "그 지점을 해상전투라고 봤다. 극한의 상황에서 부담을 지고 고뇌하는 모습을 부각하기 위해 전투신에 엄청난 공력을 들였다"고 했다.

한국 영화 최초로 한 시간 넘는 해상전투신이 담긴 '명량'의 제작비는 200억원. 그는 "흥행 부담은 전혀 없었다. 장군(이순신)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심지어 지난달 개봉을 앞두고는 이순신이 장승처럼 서서 "너 잘해라"는 한마디를 던지고 사라지는 꿈도 꿨다.

졸작(拙作)이라는 혹평이 있다고 하자 "처음 듣고 '졸업작품'의 줄임말인가 했다"면서 웃었다. "모든 감독이 자신의 작품 앞에선 팔불출이겠지만 전 정말 만족스러워요. 영화 개봉 전 사운드 믹싱실에서 처음으로 완성본을 봤는데 거슬림이 없어 좋더라고요." 백병전의 유무, 왜선 330척의 진실성을 놓고 역사 왜곡 논란도 일었다.

"역사적 사실을 기본으로 하고 개연성에 근거해서 상상력을 가미했어요. 팩트(사실)와 허구의 비중을 따진다면 8대 2쯤으로 잡아요." 그는 영화 속 명대사로 이순신이 전투가 끝난 후 바다를 바라보면서 말하는 "이 쌓인 원한을 어찌할꼬"를 꼽았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의식해서 집어넣은 것 아니냐고들 하시는데 원래 시나리오에 있던 대사예요. 장군은 이겼더라도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연민과 동정을 보내셨을 거예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에서 영화를 공부한 그는 삼성영상사업단에서 2년간 근무했다. 그러나 '선수하고 싶은데 심판이 되려니 답답해' 과감하게 사표를 던진 후 단편을 찍다가 2007년 '극락도 살인사건'으로 장편 데뷔했다. 2011년 활의 속성을 민족 정서와 연계시킨 액션 사극 '최종병기 활'이 대흥행(747만명)을 하면서 존재감을 입증했다.

역사책을 보면 상상력이 꿈틀대고 글귀가 진동하는 것 같다는 그는 '한산대첩' '노량대첩'으로 이어지는 '이순신 3부작'을 계획 중이다.

"'한산'편은 이미 시나리오가 완성돼 있어요. 이제 예산이 커져서 내수시장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세계 관객과 공감할 수 있는 사극을 만들 겁니다." [이선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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