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록스 신었다가..' 에스컬레이터에 발가락 골절

정가영 기자 입력 2014. 8. 12. 17:29 수정 2014. 8. 13.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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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 "편한 줄 알았는데.. 이젠 못 신기겠다"

【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서울의 한 극장 에스컬레이터에 크록스 신발이 끼여 새끼발가락이 부러지고 피범벅이 된 김민기(9·가명)군의 발 모습. ⓒ김강민

김민기(9·가명)군이 신었던 크록스 신발이 에스컬레이터에 끼이면서 찢어져있다. ⓒ김강민

지난 7월 25일 서울의 한 극장을 방문한 김민기(9·가명) 군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하던 중 아찔한 사고를 당했다. 김 군이 신고 있던 고무재질의 크록스 신발이 순식간에 에스컬레이터에 끼였고, 그 상태로 에스컬레이터 절반을 이동한 것이다. 이 사고로 김 군은 새끼발가락이 바깥쪽으로 돌아가면서 뼈가 부러지고, 발가락 사이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김 군이 신었던 크록스 신발은 아래쪽부터 옆쪽까지 찢어졌다.

김 군의 아버지인 김강민(37) 씨는 "에스컬레이터에서 크록스가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고 아이에게도 자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사고가 일어났다"며 "신발 소재가 부드러워, 에스컬레이터에 끼이면서 빨려 들어갔고 에스컬레이터가 멈추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김 군은 새끼발가락에 철심을 박는 수술을 받는 등 치료 중인 상태다. 김 씨는 "상처는 잘 낫고 있으며 4주차가 되는 다음 주면 철심을 뽑을 예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이에게는 에스컬레이터 사고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지 않겠느냐. 지금도 아이는 에스컬레이터가 무섭다고 말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여름을 맞이해 가볍고 간편해 인기를 끌고 있는 크록스 등의 고무 소재 신발이 에스컬레이터에 끼이는 사고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자주 신는 신발인 만큼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12일 베이비뉴스가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커뮤니티나 블로그 등을 면밀히 살펴봤더니 고무 재질의 신발이 에스컬레이터에 끼이거나 끼일 뻔했던 경험을 털어놓은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엄마는 "정말 몇 초 만에 아이 신발이 에스컬레이터에 끼였다.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신발이 만신창이가 됐다"며 "아이가 혼자 신을 수 있고 물놀이할 때도 편하겠다 싶었는데, 이제는 못 신기겠다"고 토로했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원장 공창석)의 '에스컬레이터 사고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총 244건이며 이중 끼임사고는 총 43건이 발생했다. 특히 6월, 7월, 8월 하절기에 발생한 끼임사고는 전체(43건)의 65.1%인 28건이었으며, 끼임사고의 75%(21건)가 디딤판과 스커트가드 사이에서 손 또는 발이 끼이는 사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절기 끼임사고 피해자는 13세 미만의 어린이가 89.3%(25명)로 가장 많았으며, 운행방향별로는 22명(78.6%)이 하강방향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이 같은 사고에 대해 해당 제품을 판매한 크록스 코리아는 사고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에스컬레이터 주의 문구 표시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록스 코리아 측 관계자는 "에스컬레이터 사고로 불만을 제기한 사례는 해마다 1~2건 정도 발생하고 있다"며 "크록스가 연질의 신발이라 사고 우려가 많기 때문에 신발 택에 별도의 한국어 라벨로 에스컬레이터 주의 문구를 표시하고 있으며, 매장 내 POP를 설치해 고객들에게 공지하고 있다. 아이들이 많이 신는 신발이기 때문에 이렇게 안내하면 (에스컬레이터 탑승 시) 좀 더 주의를 기울이지 않나 싶다"고 설명했다.

크록스 코리아 측이 밝힌 '에스컬레이터 안전 수칙'을 살펴봤더니 ▲'정면을 바라보고 중앙으로 탑승하세요' ▲'손잡이를 꼭 잡고 주변의 다른 물체나 벽에는 손 대지 마세요' ▲'탑승 또는 하차 시 발걸음에 더욱 유의하세요' ▲'아동과 동행 시 손을 잡고 탑승해 주시고 항상 주의를 기울여 주세요'라고 명시돼 있었다.

크록스 코리아 관계자는 "제품 하자가 아닌 고객 부주의로 일어난 에스컬레이터 사고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 신발이 훼손됐을 때는 교환 및 환불 등의 규정을 취하고 있다"며 "예전에는 신발 전체가 연 재질이었다면 작년부터는 신발 밑창 부분을 좀 더 강화재질로 조금씩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에스컬레이터 제조사도 신발 끼임 현상을 예방하는 기술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은 기업들이 사고 위험성에 대한 적극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강민 씨는 "일본에서는 크록스를 신고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말라는 식으로 누가 봐도 사고 위험성을 인지할 수 있는 경고문을 붙여둔 곳이 많다"며 "기업이 이런 사고에 대한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면 안전표지판을 적극적으로 세우는 등 고객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좀 더 강하게 주의를 줘야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는 고무재질 신발 등으로 인해 에스컬레이터 끼임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승강기 검사기준'을 개정하고 전국 모든 에스컬레이터에 끼임 방지 안전솔을 부착하도록 했다. 향후 신설되는 에스컬레이터에 대해서는 보조브레이크 부착을 의무화해, 역주행 및 과속을 방지하도록 하고 있다.

안전 전문가들은 마찰력이 높은 고무샌들이나 슬리퍼는 에스컬레이터 사고가 더욱 빈번한 실정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에스컬레이터 끼임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디딤판의 안전선 안쪽으로 아이들이 승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당부이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관계자는 "마찰력이 큰 고무재질의 신발은 에스컬레이터에 끼이기 쉽다"며 "대부분 5~10세 아이들이 사고를 당하는데, 아이들의 발이 디딤판의 노란 안전선 밖으로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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