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25년만의 방한' 교황과 어떤 얘기 나눌까

김형섭 2014. 8. 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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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핵화·인권개선·이산가족 고통 해소 등 촉구할 듯위안부문제 언급여부 주목…세월호 위로 메시지 예상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방한 나흘을 앞둔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14일 만남에서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을 지 주목된다.

12억 천주교 신자들의 최고 지도자인 교황의 방한은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의 한국 방문 이후 25년만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즉위 이후 첫 아시아 국가 방문이다. 다른 나라와의 연계 일정 없이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를 단독 방문하는 것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도 취임 초부터 네 차례에 걸쳐 친서를 보내고 지난해 10월 청와대에서 만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에게는 "교황님께서 상당히 바쁘신 일정을 갖고 계신 줄 잘 알고 있지만 꼭 방한해 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하는 등 교황의 방한을 위해 적잖이 공을 들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방한의 주목적이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참석에 있다고 하지만 세계평화의 메신저로 불리는 교황의 방문이 갖는 정치·사회·종교적 의미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국가적으로도 행운과 축복이 찾아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단순히 천주교만의 행사가 아니라 세계적인 종교지도자께서 방한해서 이 땅에 평화와 사랑을 전하는 의미 있는 행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즉위 직후인 지난해 3월31일 부활 대축일 강복 메시지를 통해 "아시아, 특히 한반도의 평화를 빈다"면서 "그곳에서 평화가 회복되고 새로운 화해의 정신이 자라나기를 빈다"고 기원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14일 접견을 통해 나올 메시지도 지구촌의 마지막 냉전지역인 한반도 평화와 한민족의 화해를 염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두 정상 간의 접견은 북한이 아시안게임 선수단 및 응원단 파견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박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가 담길 8·15 광복절 경축식 하루 전에 열리는 것이어서 남북관계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나오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교황의 많은 관심과 도움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북한이 대화를 통한 평화적 방법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화해를 이뤄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신앙의 자유를 포함한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과 인도주의적 차원에서의 이산가족 고통 해소 등에 한목소리를 낼 전망이다.박 대통령과 교황과의 접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어떤 식으로 언급될지도 관심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18일 천주교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집전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참석해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어서 박 대통령과의 접견에서도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이 해마다 고령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의 사과도 듣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있는 점을 언급한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을 표하고 위로의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 정부의 사과와 보상 문제는 외교·정치적 사안으로 결부될 수 있는 만큼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성 인권이나 종교적 관점에서 위안부 문제를 언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한국 사회의 갈등 치유와 희생자 및 유가족을 위한 기도 등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세월호 참사에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계기로 박 대통령과 천주교와의 인연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공식적으로는 종교를 갖고 있지 않지만 천주교 학교인 성심여고와 서강대를 다녔으며 중학교 시절 '율리아나'란 세례명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천주교계에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한 시국 미사가 이어지고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에서 퇴진 요구까지 나오면서 천주교계와 불편한 관계가 형성되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박 대통령은 당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천주교 시국미사에 불쾌감을 느낀 듯 "지금 국내외의 혼란과 분열을 야기하는 행동들이 많다"며 "저와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이런 일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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