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 하루 '특별 인권교육'.."근본 해법과 거리 멀어"

황경상 기자 2014. 8. 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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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 '급조된 교육' 낯설어해
'허약한 20대가 문제' 인식 깔려
변화 뒤처진 고위층 무능은 외면

국방부는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을 계기로 8일 육·해·공 전군의 모든 일과를 중단하고 하루 종일 '특별 인권교육'을 실시했다.

이날 언론에 공개된 경기 고양의 육군 30사단 기갑수색대대 장병 260명에 대한 교육은 오전 10시30분부터 사단 신병교육대 강당에서 개최됐다. 강의에 나선 사단 법무참모 김규화 대위는 각종 사례를 예로 들며 병영 내 인권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경기 고양시 육군 30사단 장병들이 8일 강당에서 특별 인권교육을 받고 있다. 육·해·공군 전 부대는 이날 하루 동안 훈련 등 모든 일과를 중단하고 '온종일 특별 인권교육'을 실시했다. 고양 | 사진공동취재단

김 대위는 선임병이 이병에게 '벌레는 죽여도 되지만 너는 그럴 가치도 없다'고 폭언한 사건을 설명하면서 "이 사례에서 이병은 자살했다. 선임병은 영창 15일을 다녀왔고 유족에게 1억2000만원을 배상했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중대장 주관하에 병영문화 개선과 인권침해 방지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병사들은 급조된 인권교육이 낯설다는 분위기였다. 해외에서 20년 살다가 입대했다는 황태준 일병은 "장난 삼아 성적인 얘기를 많이 했는데 처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강제로 축구를 하자고 하거나 부당한 심부름이 힘들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날 '반짝 인권교육'이 근본적인 병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군이 내놓는 대책은 '요즘 20대가 문제'라는 정서가 깔려 있어 근원적 해법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육군은 지난 6일 병영문화 혁신위원회를 출범하면서 복무 부적합 병사를 가려 뽑기 어려운 현실을 설명했다. 1986년에는 징병대상자 44만5000여명 가운데 51%인 22만7000명만 현역 입대했으나 2013년에는 35만4000여명 중 91%인 32만2000여명이 현역 입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현역 입대자의 7.3%인 2만6000명이 심리취약자였으며 입대 전 범법자가 524명, 중졸·고퇴자도 1만여명이 입대한다고 했다. 병역자원 감소로 비정상적 자원까지 입대하는 바람에 군내 사고가 빈번해졌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현재 육군에는 A급 관심병사 8634명(2.5%), B급 1만9530명(5.6%)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동부전선 일반전초(GOP) 총기난사 사고가 벌어졌을 때도 사고를 낸 임모 병장이 '관심병사'인 사실이 강조됐다.

한 군사전문가는 "심리이상자, 관심병사로만 5개 이상의 사단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인데 통계 자체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최근 군은 마치 20대가 개인주의에 익숙하며 스마트폰에만 빠져 사는 심신이 허약한 집단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는데 문제의 핵심은 사회 변화에 둔감한 군 고위 간부의 무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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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경상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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