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철칼럼] 이순신 욕보이는 쟈니 윤
유진룡 전 장관 면직 후 기습 임명은 누구 작품?
원균의 칠천량해전 참패로 조선 수군은 괴멸됐다. 더 이상 군대도 아니었다. 겨우 12척의 배와 120여명의 수군만 목숨이 붙어 있었다. 나라가 바람 앞 촛불 신세였다. 이런 상황에 좌의정이 자기 연줄을 사령관급으로 내려보냈다. 이순신 장군은 난중일기에서 분노를 표출한다. 난중일기 정유년 9월8일자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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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철 논설위원 |
"맑다. 적선이 오지 않았다. 장수들을 불러 계책을 논의했다. (전라)우수사 김억추는 겨우 만호(종4품 무관직) 한 자리나 맡을 수 있지 대장을 맡을 자는 못된다. 좌의정 김응남이 그와 친분이 두텁다 하여 억지로 임명해 보냈다. 이러니 조정에 인물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다만 때를 잘못 만났음을 한탄할 뿐이다."( 고정일 역해 난중일기)
영화 '명량'에도 패러디한 김억추 얘기가 나온다. 김억추는 상관인 이순신 면전에서 대놓고 압박한다. "좌의정 김응남 대감께 내가 뭐라고 말씀을 올려야 한다 말이오?" 교만하기 이를 데 없다. 이즈음 임금은 교지를 내렸다. "수군이 무너졌으니 육지로 올라와 종군할 것!" 이순신은 명령을 받은 그날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으니 죽을힘을 다해 싸우면 기필코 승리할 수 있다"라는 장계를 올렸다. 굳은 결전의지를 다지는 장군을 김억추가 뒤흔든 것이다.
낙하산에게 국민과 나라의 안전은 중요하지 않다. 자신을 자리를 만들어준 권력자에 대한 충성이 제1 순위가 아닌가. 이런 낙하산을 내려보낸 김응남은 당대 실세였다. 임금의 평안도 피란을 수행하고 병조판서, 우의정을 거쳐 좌의정에 이르렀다. 김응남은 선조에게 "수군엔 원균만 한 장수가 없다"고 우긴 위인이다. 원균이 수군을 말아먹은 터에 깜냥도 안 되는 낙하산을 내려보내는 무신경·무책임이 판친 곳이 조선 조정이었다. 조선이 그때 일본에 안 먹힌 것은 천행이었다.
낙하산인사가 있고 8일 후 명량해전이 벌어졌다. 난중일기 9월16일자에 김억추는 다시 등장한다. "맑다. …바다로 나가니 133척이 우리의 배를 에워쌌다. 돌아보니 우수사 김억추가 탄 배는 간 곳이 묘연했다." 이순신은 다시 분노한다. "나는 배를 돌려 먼저 그 목을 베어 높이 매달아 보이고 싶었다. 하나 내 배가 뱃머리를 돌리면 여러 배들이 점점 물러나고 그 사이 적선은 점점 가까워질 것이니 낭패다. …적선 31척을 부수자 적은 달아났다. 이번 일은 실로 하늘이 준 행운이다."
이순신이 치를 떤 낙하산은 오늘에도 있다. TV에서 연예 쇼를 진행하던 쟈니 윤이 관광공사 감사에 임명됐다. 임진왜란 때 김억추보다 국가혁신을 부르짖고 관피아와 전쟁 중인 오늘의 쟈니 윤이 나은 게 뭐가 있는가. 김억추는 수군의 중간급 지휘관 수준이라도 된다지만 쟈니 윤은 관광과 감사 어느 부분에서도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전문성은커녕 관광공사나 다른 회사의 감사직 근방에서 근무한 적도 없다. 그가 배포한 이력서엔 1992년 TV토크 쇼에 출연한 이후 경력이 빈칸이다. 2012년 대선 때 미국 LA에 거주하면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해외동포 재외국민본부장, 재외선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게 전부다.
지난해까지 한국인도 아니었다.
대선 이후 관광공사 사장설이 돌던 지난해 중반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그의 임명을 막아 교체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게 사실이라면 쟈니 윤을 특급 낙하산으로 내려보낸 자가 누구인지 찾아내 그야말로 일벌백계해야 한다.
임금 선조와 좌의정 김응남 등이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을 죽였다. 임금은 이순신 전사 후 "나는 그대를 버렸건만 그대는 나를 버리지 않았다"고 뒤늦게 사죄했다. 우리는 이순신에게 빚진 게 많다.
영화 명량으로 이순신이 살아 다시 우리 곁으로 왔다. 장군은 공직자의 처신에 엄격했다. 장군이 쟈니 윤의 감사 임명 소식을 들으면 뭐라고 할까. 욕보이는 것은 아닐까.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영화를 관람했다. 뭔가 달라질 것인가.
백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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