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인권위의 '군 인권법' 제정 권고도 묵살했다

2014. 8. 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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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1년 김포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 때

'병영생활 협의체' 구성 등 권고했으나

법률 제정은 커녕 훈령 개정조차 안 해

2005년 28사단 GP 총기 난사 사건 때도입하기로 한 '옴부즈맨'도 흐지부지사건 터지면 그때만 '폭력 근절' 외치고여론 수그러들면 '없던 일' 되풀이

28사단 집단구타 사망사건이 일어난 배경에는 군의 고질적인 폐쇄성이 주요한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이 안보 상황을 이유로 외부의 참여를 꺼려 민간의 감시를 사실상 차단해 군이 바깥사회와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공간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4일 또다른 의무부대에서 발생한 가혹행위와 관련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의무병과 같은 파견 병력 관리·감독에 대한 규정을 제정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지난해 10월 6사단의 한 의무부대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여 6개월간 가혹행위가 있었음을 확인하고, 지난 5월 전역한 가해자 2명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의뢰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 역시 28사단 사건과 마찬가지로 가해 병사들이 구타는 물론 베개로 성기 때리기, 발바닥으로 성기를 문지르는(일명 '오토바이') 등 성추행까지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의무부대가 4~5명 단위로 다른 부대로 파견되는 형식인 탓에 소속 부대와 파견 부대 사이에 관리 책임 소재가 '공백'이 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인권위는 군을 상대로 전면적인 조사와 개선 필요성을 지적하지만, 폐쇄적인 군이 외부기관의 문제제기에 얼마나 호응할지는 불투명하다. 2011년 김포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인권위가 권고한 군 인권법 제정도 사실상 묵살당했다. 당시 인권위는 1년여 실태 조사 뒤 국방부 장관에게 병사 계급별 대표로 구성된 '병영생활 협의체' 구성 등의 획기적인 내용이 담긴 근본적 개선책을 군 인권법의 핵심 내용으로 권고했지만, 법률 제정은커녕 훈령 개정 등 조처도 뒤따르지 않았다. 인권위는 이날 성명에서 "그동안 인권친화적 병영문화 정착을 위한 정책·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을 국방부 등 정부에 수차례 권고했으나 이번 윤 일병 사망사건을 계기로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음이 확인됐다"며, 28사단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의 폐쇄성은 2005년 경기도 연천군 육군 28사단 530 감시초소(GP) 총기난사 사건 뒤, 같은 해 11월 국방부가 추진했던 '옴부즈맨' 제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당시 군은 여론의 집중포화에 군을 견제할 힘이 있는 국회에 '옴부즈맨'을 두어 병사들의 기본권이 잘 지켜지는지 감독하겠다며, 국방부 스스로 '국민의 감시'를 받겠다는 제안을 내놓아 당시 윤광웅 국방장관의 결재까지 받았다. 그러나 여론이 잠잠해지자 '옴부즈맨'은 결국 국회가 아닌 정부 산하 국민고충처리위원회(현재 국민권익위원회)에 설치됐다.지금은 조사나 자료요구를 강제할 권한을 갖지 못한 권익위 고충처리국의 한 과로 명맥만 잇고 있는 수준이다.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국방위)은 "국방부는 군대의 일상을 의회 소속 독립기구에 공개하는 것에 강하게 거부감을 드러냈다"고 군의 폐쇄성을 지적했다.

군에서 구타(폭행사고)로 형사입건된 사건은 2008년 1308건, 2009년 1237건, 2010년 1177건, 2011년 1526건 등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사고가 터질 때마다 군은 조사, 가해자 처벌 등을 모두 군이 맡아 정보를 차단시킨 상태에서 내부에서 처리를 끝내고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구타나 가혹행위에 대해 군이 형사처벌을 하지 않고 영창 등 군 내 징계를 통해서만 해결하려는 미온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며 "군대가 아니었다면 벌금, 구류, 징역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일인데도 영창에 보내는 정도로 처리하는 식으로는 무슨 개선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군이 이처럼 폐쇄성을 보이는 것은 겉으로는 '보안'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실제론 군의 잘못을 외부에 감추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이계수 건국대 교수(법학)는 '군에 대한 의회통제의 가능성과 한계'라는 논문에서 "(한국 경우처럼) 시민사회와 분리돼 있는 군대사회, '국가 속의 국가'인 군을 통제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해오던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며 "군사지형이 급격히 변환되는 한반도에서는 군인의 인권보호와 함께 국민과 의회에 의해 통제되는 군 및 국방정책의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외현 진명선 최현준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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