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땅은 굳는다..단단한 걸그룹, 써니데이즈(인터뷰)

2014. 8. 5.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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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3년차 걸그룹 써니데이즈. 왼쪽부터 수현, 수정, 선경, 정윤, 지희 ⓒ 하은엔터테인먼트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자칫 진부한 표현에 가깝다. 손쉬운 문장이지만 이 말과 어울리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 까끌까끌한 외부의 환경 뿐만 아니라 그것을 품어 성장한다는 뜻이 담겨서다. 화창한 날을 의미하는 '써니데이즈'는 역설적이게도 이 표현과 잘 들어맞는 그룹이다. 가요계의 모진 풍파를 견뎌낸 써니데이즈는 어느덧 3년차 그룹이 됐다. 축축한 바닥 속에서도 굳건히 자신의 색깔을 만들어 가는 써니데이즈와 만났다.

써니데이즈는 지난달 31일 다섯 번째 싱글앨범 '세상의 반은 남자야'를 발표했다. 전작 '너랑 똑같은 여자 만나봐'를 내놓은 지 정확히 1년만의 신보다. 앞서 써니데이즈는 선경(28), 지희(28), 수현(21)로 이뤄진 유닛 써니데이즈 리얼보컬로 잠시 활동했다. 여기에 기존 멤버 수정(26)과 새롭게 합류한 정윤(24)이 가세했다.

'세상의 반은 남자야'는 펑키한 그루브가 돋보이는 기타 리프와 브라스 사운드를 바탕으로 한 경쾌한 곡이다. 써니데이즈 리얼보컬이 가창력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화려한 무대를 더했다. "노래 제목처럼 '너 같은 놈 필요없다. 세상의 반은 남자다'라는 내용을 담았어요."(선경) "이전곡들은 슬픈 여자를 표현했어요. 신곡은 조금 더 당당해진 느낌이랄까요?"(수현) 가사는 사뭇 '센언니'를 연상하게 한다. 써니데이즈 리얼보컬이 '같은 입으로'에서 상처받은 여자의 애달픈 감성을 그린 것에 비해 더욱 어깨를 편듯한 느낌이다.

오랜만에 앨범을 선보이는 만큼 달라진 점도 있었다. 데뷔 후 처음으로 백댄서와 무대를 꾸미는 것이다. 멤버들은 남자 댄서들과 짝을 이뤄 역동적인 안무를 이끌어낸다. "각자 파트너와 뮤지컬 형식으로 안무가 이뤄지죠. 꽉 찬 무대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선경) 그의 말대로 '세상의 반은 남자야' 무대는 단순히 무대에 오르는 인원의 숫자로만 압도하진 않는다. 각 멤버들이 노랫말처럼 남자 백댄서를 밀치거나 밟는 듯한 모습으로 실연을 당한 여자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각 멤버들은 신곡에 대한 설명도 천천히 이어갔다. "여성스럽기보단 상대를 향해 따지는 듯한 곡이죠."(수정) "음악도 화장도 세죠. 입술이 포인트예요."(지희) 그의 말대로 과감한 무대 연출을 받쳐주는 메이크업도 눈길을 끌만 했다. 두껍고 진한 아이라인과 검붉은 색의 립스틱이 변화의 강도를 짐작하게 했다. 또 수정은 긴머리를 자르고 단발머리로 변신했다. 수정은 "바뀐 헤어스타일이 콘셉트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귀엽기만 해서 짜증도 나죠"라고 나름의 고충도 털어놨다.

1년만에 컴백한 써니데이즈는 '세상에 반은 남자야'를 발표했다. 왼쪽부터 수현, 수정, 선경, 정윤, 지희 ⓒ 하은엔터테인먼트

선경, 지희는 털털한 웃음과 화법으로 상대방을 미소 짓게 했고, 수현은 새침한 외모와는 다르게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수정은 할 말은 꼭 하는 달변가 기질이 엿보였다. 새 멤버 정윤은 써니데이즈로 활동한 지 7개월째다. 나머지 멤버들이 바라보는 정윤은 4차원을 넘어 8차원의 끼 많은 새식구였다. "정말 성격이 밝아요. 몇 년 동안 활동해서 지친 것도 있는데 정윤이가 힘을 돋워주죠."(선경) "열심히 하고 예의가 바른 친구예요."(지희) "저보다 언니지만 굳은 일을 하려고 나서죠."(수현) 정윤이 생각하는 제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윤은 "약간 반전 있는 성격이죠. 유학생인데 영어를 못하고 공부를 잘했는데 허당끼도 있어요"라고 수줍게 말했다.

써니데이즈는 기본적으로 '가창력'을 내세우는 그룹이다. 수많은 콘셉트가 그들을 스쳐 지나갔지만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한다'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데뷔 3년차로 마음이 조급할 법도 한데 이 원칙만은 지키고 있다. "아직까지 노래 연습은 정말 무식할 정도로 하고 있어요."(선경) "3년차지만 아직도 매일 회사에 나가 연습해요."(수정) "노래하는 것을 언제나 몸에 익히려고 쉬는 날에도 연습하죠."(지희) 노래에 대한 자부심은 성악가 출신의 소속사 대표에게도 영향을 받았다. 수현은 이날 대표와 노래 연습을 하고 온 뒤라고 밝혔다. 단순히 '뜨기' 위한 방법만을 골몰하는 여느 그룹과는 확실히 다른 자세였다. 또 써니데이즈 멤버들은 음악 선생인 소속사 대표를 위해 스승의 날도 챙긴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래서 리더 선경은 이번 앨범을 "야망 가득한 앨범"이라고 설명했다. 연습량으로 늘어난 실력을 쌓아올린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조용하게 실력을 다듬어가고 있는 다섯 명에게도 고민은 있었다. 음원의 소비와 회전이 빠른 최근 가요계에서 데뷔한 시간이 꽤 흘러서다. 팬들의 관심과 인지도는 마음과 같지 않았다. 써니데이즈는 지난 5월 SBS funE '스타뷰티쇼'에 출연해 선배 그룹 달샤벳과 메이크업 대결을 벌였다. 현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받았지만 결국 인지도에 밀려 패배했다. "얼마나 속상했는데요. '뜨고 봐야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지희) "막상 지고 나니 정말 힘들었죠."(선경)

작은 반응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걸그룹이 맛본 좌절감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써니데이즈는 의연하게 다음을 기약했다. "기회는 소수에게 오는 건 사실이잖아요?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지만 화이팅하고 있어요."(수정) "언니들 목소리가 정말 좋은데 사람들이 몰라주는 게 너무 아쉽죠. 신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정윤) 써니데이즈가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이겨내는 방법도 결국 음악과 연관 있었다. "모두 음악을 전공했어요. 좋아하는 곡을 카피하고 서로 불러보면 스트레스가 풀리더라고요."(수현) "같이 노래를 부르면 화음이 나와요. 귀가 호강하니 기분이 좋아져요."(지희) '가창력'을 앞세웠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항상 화창한 날이 이어진다면 목마름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지금의 가랑비가 결국 단단한 토양의 밑거름이 될 수도 있을 터. 써니데이즈는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퍼포먼스를 하면서 노래를 잘 할 수 있는 팀은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써니데이즈는 범접할 수 없는 가창력을 가진 팀이에요. '세상의 반은 남자야'로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 10위 안에 꼭 들고 싶어요."(선경)

강렬한 이미지로 변신한 써니데이즈는 다시 가요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왼쪽부터 수현, 수정, 선경, 정윤, 지희 ⓒ 하은엔터테인먼트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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