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로 사망한 윤일병, '물고문·성고문'까지 당했다

김훈기 2014. 7. 3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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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액주사 맞혀 회복시킨뒤 폭행, 다리 절룩인다고 또 폭행가해자들, 사망후 'TV보다 쓰러졌다'며 거짓말까지 입맞춰군인권센터 "역대 군 사망사건보다 잔혹하고 야만스러워"軍, 지휘감독 책임 물어 연대장·대대장 등 16명 징계처분

【서울=뉴시스】김훈기 기자 = 지난 4월 부대원들의 집단구타로 사망한 육군 28사단 윤모(23) 일병이 생전에 입에 담기도 힘든 잔혹한 가혹행위에 시달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동료 부대원들은 윤 일병이 맞아서 다리를 절룩거리는데도 개의치 않고 폭행했다. 심지어 폭행으로 일어나지 못하는 윤 일병에게 포도당 수액주사를 맞혀 회복시킨 뒤 다시 구타했다. 그것도 모자라 성기에 안티프라민까지 바르는, 인간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고문까지 가했다.

31일 국방부는 내무반에서 상습적으로 구타와 가혹행위를 해 후임병을 숨지게 한 이모 병장 등 5명을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나머지 1명은 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최용한 육군 공보과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윤 일병 구타에 가담한 6명 중) 상해치사죄로 구속된 사람은 5명이고 1명은 단순폭행으로 불구속 기소됐다"며 "범행 동기는 재판 중이기 때문에 재판에서 밝혀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일병을 택해 구타를 저지른 정확한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확인해 보겠다"며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군에 따르면 이 병장 등은 지난해 12월 입대해 올해 2월18일 경기도 연천 28사단 포병연대 본부 포대 의무병으로 배치된 윤 일병에게 내무반에서 오전 3시까지 기마자세로 서 있도록 해 잠을 못 자게하고 치약을 짜 강제로 먹이기까지 했다.

이것도 모자라 이 병장은 바닥에 가래침을 두 차례나 뱉어놓고는 개처럼 기어 직접 핥아먹게 하는 등 말로 표현하기 힘들만큼의 구타와 가혹행위를 서슴없이 저질렀다. 이 병장은 또 윤 일병 전입 전 폭행 피해자이면서 이번 사건의 가해자인 이모 일병을 괴롭히기 위해 눕혀 놓고 1.5ℓ 물을 부어 고문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부대 의무대 지원관인 유 하사는 부대원들에게 윤 일병이 폭행을 당하는 현장을 보고도 모른 척했다. 심지어는 화가 난다며 윤 일병의 폭행에 직접 가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도 모자라 주범 이 병장은 휴가를 가는 지난 3월17일 새벽에도 윤 일병이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다리를 폭행하고 휴가를 간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주범 이 병장이 휴가 간 사이에도 폭행은 그치지 않았다. 지모 상병은 이 병장이 휴가간 사이 폭행으로 심하게 부어서 무릎의 형체가 사라진 것을 보고 "무릎이 사라졌네. 존나 신기하다"며 윤 일병의 허벅지를 계속 찌르면서 괴롭히기까지 했다.

특히 폭행을 당한 윤 일병이 다리를 절룩거리자 이들은 또 다시 "다리를 절뚝거리며 다닌다"며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가를 끝내고 자대로 복귀한 이 병장은 윤 일병이 다리를 절룩거린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가슴과 배, 허벅지를 또 다시 폭행했다. 4월2일에는 대답을 똑바로 못한다는 이유로 치약을 짜서 강제로 먹이기도 했다.

가해자들은 윤 일병이 사망하기 직전인 4월6일에도 아침부터 사망하는 시점까지 수액을 주사한 2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에 쉬지 않고 폭행을 가했다. 또한 얼굴과 허벅지의 멍을 지우기 위해 발랐던 안티프라민을 윤 일병의 성기에도 발라서 성적 수치심은 물론 육체적 고통까지 주는 성고문을 자행했다.

사건 발생 당일 오전 허리통증으로 파스를 받으러 의무대에 간 병사는 이미 오전에 윤 일병은 숨도 올바르게 쉬지 못하고 정신이 없어 보였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가해자들은 윤 일병이 정신을 놓고 쓰러졌을 때조차 꾀병을 부린다며 뺨과 가슴, 배 부위를 폭행했다.

특히 윤 일병이 배치 받기 전부터 사망할 때까지 입원해서 전 과정을 목격한 병사의 말에 따르면 단 하루도 폭행을 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부터 밤까지 90대 이상 가슴과 다리, 배, 머리 등 윤 일병의 온 몸을 매일 폭행했다. 점호 시간이 지나면 군기를 잡는다고 도수체조를 강제로 시키는 등 가혹행위를 하고 잠을 재우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들 가해자들은 윤 일병 사망 사건이 외부로 알려져 문제가 되자 "윤 일병이 TV를 보다 갑자기 쓰러졌다"며 서로 입을 맞추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 한 정황까지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다음날인 4월7일 오전 9시 증거 인멸을 위해 하 병장은 윤 일병의 관물대를 뒤져서 수첩 2권을 찢어서 버리는 대담성을 보이기까지 했다.

이에 군은 구타와 가혹행위를 확인하고 지휘감독 책임을 물어 연대장과 대대장 등 간부 16명을 징계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28사단 집단구타 사망사건 긴급 현안 브리핑'에서 "이 사건은 역대 군대 내 여느 사망사건보다 잔혹하고 야만스럽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심지어 사건 직후 조직적으로 범죄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증거를 파기하는 등의 행위가 있었다"고 말했다.

임 소장에 따르면 해당 부대에서는 윤 일병 외에 다른 병사들 사이에서도 잔혹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윤 일병은 지난 4월6일 오후 4시25분께 부대 PX서 사 온 냉동식품을 나눠 먹던 중 이 병장 등 선임병에게 또 다시 가슴 등을 폭행당한 후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폭행당하는 와중에 입으로 삼킨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서 뇌 손상을 일으켜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다음날 새벽 끝내 숨을 거뒀다.

bo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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