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의 경품 사기극..시사매거진2580 취재수첩
[이브닝뉴스]
◀ 앵커 ▶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경품 행사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시사매거진 2580팀의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경품을 지급하지 않거나, 당첨을 조작하기도 하고, 심지어 개인정보를 팔아치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사건을 취재한 2580팀의 이호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보통 경품 행사에 참여할 때 혹시 짜고 치는 것 아냐 하는 의심을 하기도 하는데, 그런 우려가 사실로 확인됐군요.
대기업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 이호찬 기자 ▶
저희도 처음에 제보를 접했을 때는 설마 그럴까 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취재의 시작은 다이아몬드였습니다.
올해 초, 홈플러스가 새해맞이 경품대축제라면서 1등 경품으로 2캐럿, 무려 7천8백만원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내걸었습니다.
◀ 리포트 ▶
전 세계적 유명 브랜드인 드비어스의 제품이었는데요.
이 다이아 반지가 지급된 것 같지 않다, 이런 제보가 2580에 들어온 겁니다.
그래서 드비어스 측에 조심스레 물어봤습니다.
근데 그 가격에 그런 제품이 국내에 있지도 않고, 홈플러스로 판매된 적도 없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또 홈플러스 광고에 나온 다이아몬드 사진은 알이 3개였는데, 트리오 링이라고 하는데 위에 적힌 제품 명은 솔리테어링은 즉 알이 하나인 반지인 겁니다.
문제가 있다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확인해 보니까 다이아몬드 반지가 지급이 안 됐던 겁니다.
1등 당첨자는 광주에 사는 김모 씨였는데요.
김 씨에게 연락을 해봤지만, 연락이 안 됐다는 게 홈플러스의 처음 해명이었습니다.
◀ 앵커 ▶
그런데, 연락이 안 돼서 1등에게 경품을 지급하지 못 했다.
언뜻 들으면 그럴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은 드는데, 문제는 그 한 건만 그런게 아니었던 거죠?
◀ 이호찬 기자 ▶
네. 당시 2등 경품이었던 신형 제네시스도 지급이 안 됐고요.
바로 전 행사인 작년 가을, 1등 아우디, 3등 코란도 지급 안 됐고요.
작년 여름 행사 2등 BMW 미니쿠퍼, 3등 K5, 작년 2월 행사 2등 그랜져, 3등 K5 역시 지급이 안 됐습니다.
◀ 리포트 ▶
그러니까 그림을 보시면, 작년 2월부터 1년 동안 5번의 행사 중에서 1,2,3등이 제대로 지급된 게 딱 1번 밖에 없었던 겁니다.
정 연락이 안 되면 상식적으로 차점자라도 뽑아야 되는게 맞을 텐데요.
당첨 발표하고 3주 동안 연락이 안 되면, 당첨 무효 처리하고, 그냥 다음 행사로 넘어간 겁니다.
그럼 연락은 제대로 한 거냐 의심이 드는데요.
홈플러스는 열심히 했다, 하지만 연락을 했다는 증빙은 따로 안 남겼다.
그런데, 다른 행사 관계자 말은 달랐습니다.
들어보시죠.
◀ 홈플러스 관계자 ▶
((당첨자에게) 몇 차례 연락을 했는지에 대한 내부 기록은 남아 있나요?)
"지속적으로 저희가 체크를 하고 있는데, 기록상으로 남긴 자료는 없지만..."
◀ 홈플러스 경품행사 관계자/음성대역 ▶
"(당첨자가 전화를) 안 받으면 끝인 거예요. 집요하게 더 전화를 하거나 그런 건 없습니다. 고객한테 (경품이) 지급이 안 됐다고 공지를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오히려 (경품) 미지급이 되면 더 좋은 거죠. 그만큼 비용을 아낄 수 있기 때문에요."
고객이 유선 전화를 안 받으면 문자를 보내거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볼 수도 있을 텐데요.
홈플러스는 휴대폰으로 전화 걸 생각은 못 했고, 문자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사용 안 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첨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당첨자들의 반응, 들어보겠습니다.
◀ 배유환// K5 경품 당첨자(2013년 9월 행사) ▶
"휴대폰을 거의 24시간 가지고 다니는데 전화 못 받을 리가 없거든요. 지역번호가 찍혀서 오는 전화는 거의 다 받거든요."
◀ 손동숙//미니쿠퍼 경품당첨자(2013년 9월 행사) ▶
"(경품을) 안 줄 생각으로 이래 했나. 문자라도 넣어줘야 될 것 아니에요. 문자 넣고.. 내가 거기 (홈플러스) 계속 다니는데.. 주소도 있을 것이고..."
◀ 앵커 ▶
당첨자 얘기한 것처럼 경품을 줄 생각이 애초에 별로 없었던 것 같네요.
그런데 추첨을 조작한 사실도 확인됐다고요.
◀ 이호찬 기자 ▶
네. 지난 2012년 봄 행사였는데요.
1등 경품이 BMW 승용차, 시가 4천5백만원이었습니다.
당시 응모 인원이 50만 명이 넘었는데요.
1등 당첨자 김모 씨가 바로 추첨을 담당했던 홈플러스 직원의 친구였던 겁니다.
◀ 리포트 ▶
김 씨는 당시 응모도 하지 않았었고요.
홈플러스 직원이 프로그램을 조작해 친구 김모 씨를 1등으로 만들었고, 그 차를 되팔아 3천만원을 챙긴 겁니다.
그러면서 혼자 한 일이고, 다른 당첨 조작은 없었다고 말했는데요.
이 부분은 추가 조사를 통해서 밝혀져야 할 대목으로 보입니다.
◀ 앵커 ▶
캐면 캘 수록 뭔가 나오는 그런 모양새인데요. 개인정보 부분도 문제가 많더군요.
네. 홈플러스가 경품 행사를 하면 보통 40만에서 60만 명의 응모권이 모입니다.
그런데 이 개인 정보를 보험사에 그대로 판매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품행사 응모권을 보면요. 뒷 부분에 제3자 정보제공 그러면서.
◀ 리포트 ▶
제공 받는 보험사 이름들이 쭉 나옵니다.
홈플러스 내부 자료를 보면, 보험사별로 1명 당 2천원에서 2,800원을 받고 팔았고요.
비싼 거는 4,500원까지 받고 팔았습니다.
또 홈플러스가 제공한 개인정보로 보험이 가입되면 첫달 보험료의 300%를 수수료로 챙겼습니다.
내부 보고서를 보면, 아예 경품 행사의 목적이 개인정보 수집이라고 명시돼 있고요.
행사 당 10억원 이상 씩의 수익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도 확인됐습니다.
경품은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면서, 경품을 주겠다고 모은 개인 정보를 팔아 자신들의 수익 모델로 삼은 겁니다.
◀ 앵커 ▶
이런 상황이면 더이상 경품에 참여하는 게 의미 없어 보이는데요, 취재하느라 수고했습니다.
(이호찬 기자 dangdang@i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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