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이 준 목걸이 걸고 그들 생각하며 연주했죠"

2014. 7. 2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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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국제음악제서 추모곡 연주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대관령국제음악제서 추모곡 연주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평창=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지금 가장 안타깝고 애처로운 사람들은 세월호 아이들의 부모님들이에요. 그분들을 생각하면서 연주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6)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째가 되던 지난 24일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콘서트홀에서 언니인 첼리스트 정명화,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함께 세월호 추모곡을 연주했다. 그가 공동예술감독을 맡은 제11회 대관령국제음악제의 '저명 연주가 시리즈' 개막공연에서다.

공연 이튿날인 25일 콘서트홀 연습실에서 만난 정경화는 "간 사람들은 모르지만 남은 사람들은 숨 쉴 때마다 뼈저리게 아프다. 위로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정경화는 지난 5월 명동성당과 지난달 예술의전당 음악회에서도 세월호 추모곡을 연주했다. 지난달과 이달에는 한 차례씩 경기도 안산에서 세월호 추모음악회를 열었다. 첫 안산 공연 때는 세월호 생존자와 희생자 유가족도 초청했다. 이때 연주했던 곡 '내 영혼 바람 되어'는 디지털 싱글 음반으로도 내놨다.

"세월호 소식을 들었을 때 한국에 있었어요. 말도 못하게 충격을 받았죠. 안타까운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요. 그래서 6월에 모든 상황이 정지된 안산에 가서 연주한 거예요. 직접 가족들을 만나서 위로하고 싶었거든요."

그는 "음악으로 유가족들과 혼과 혼을 주고받았다"라고 했다.

"음악은 혼을 움직이죠. 가족분들이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음악의 힘은 이처럼 깊어요. 그래서 나눌 수 있는 만큼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은 지금 위로와 격려가 필요해요."

대관령국제음악제 개막공연에서 추모곡을 연주할 때 정경화의 목에는 조그만 노란 리본이 걸려 있었다. 지난달 안산 연주 때 한 유가족에게서 받은 목걸이였다.

"유가족 한 분이 공연 후에 목걸이를 주셨어요. 작은 병에 노란 리본을 넣어 줄을 단 것이죠. 그 후로 그 목걸이를 악기 케이스에 넣고 다녀요."

그는 "이 아이들이 뜻 없이, 헛되게 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우리 사회에 '정신 차리고 일어나라'고 말하는 경고음을 울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은 우리가 계속 짊어지고 가야 할 몫이에요.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아서 생긴 결과 아닙니까. 무엇보다 생명이 제일 중요해요. 특히 어린 생명이요."

그가 계속해서 세월호 참사에서 마음을 거두지 않는 것은 최근 그의 최대 화두가 '나눔'이라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저는 그동안 세계의 최고 오케스트라와 지구촌 제일의 음악당에서, 지휘 거장들과 연주를 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보면 결국 남은 것은 딱 한 가지에요. 제 음악을 사람들에게 온 정성을 다해 바치고 대화한 것이지요. '정경화, 정경화' 하지만 이름은 시간이 가면 소용이 없어요. 물질적인 성공도 오래가지 못하지요."

2005년 손가락 부상으로 바이올린을 손에서 놓았다가 2011년 다시 돌아온 '바이올린 여제'는 자선 음악회 등을 통해 전성기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을 하며 한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달 아프리카 르완다 어린이를 돕기 위한 음악회를 열었던 그는 내달 26일에는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르완다를 직접 찾아 연주회를 한다.

"처음 가는 것이어서 기대돼요. 일단 가봐야 무엇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알 수 있잖아요. 여러 가지 곡을 다양하게 섞어서 연주하려고 합니다."

음악 영재 육성도 그의 관심사 중 하나다.

"내가 받은 것을 어떻게 다시 돌려줄지 생각해왔어요. 그래서 어린 영재들을 돕는 일을 추진하고 있죠. 아이들이 너무 커리어에 매달리지 않고 숨을 쉬면서 음악을 할 수 있었으면 해요. 깊이가 있는 예술을 할 수 있는 연주자들을 키워내는 것이 꿈입니다."

정경화는 오는 12월 2일에는 영국 런던 로열페스티벌홀에서 유럽 복귀 무대에 오른다.

"처음에는 '그냥 해보자' 했는데 한두 달 후에 갑자기 '내가 정신이 좀 나갔었구나!' 싶더라고요. 이 나이에 가서 한다는 것이…하하. 그래서 지금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굉장히 뜻있는 날이 될 것입니다. 페스티벌홀은 1970년대부터 하도 많이 섰던 무대라 마치 안방 같거든요. 그 무대에 다시 서게 돼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연주 때마다 악기에 모든 혼과 정성을 쏟아넣는다"는 정경화는 "그 소리는 저의 목소리"라고 했다.

"저는 만 번을 다시 태어나도 바이올린을 할 거예요. 이렇게 아름다운 악기가 또 있을까요. 다시 태어났을 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잘하면 좋겠지만요.(웃음)"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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