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제정 위해 끝까지 싸울 겁니다.. 엄마니까"

입력 2014. 7. 26. 14:59 수정 2014. 7. 2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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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홍미리 기자]

단원고 2학년 7반 이수빈 군의 어머니 박순미 씨.

ⓒ 노동과세계 변백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이 넘었다. 아직도 팽목항에는 실종자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다. 유가족들은 416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와 광화문광장에서 목숨 건 단식을 잇는다.

지난 7월 18일 광화문광장 유가족 단식농성 현장에서 2학년 7반 고(故) 이수빈군의 어머니 박순미(40세)씨를 만났다.

"진도에서 하루하루 살아 숨 쉬는 게 힘들었어요. 내 아이가 저 바다 밑에 있는데 난 뭐하는 거지…. 우리 수빈이가 5월 1일 팽목항에서 나왔어요. 아이들이 번호표를 달고 나와요. 뭘 의미하는지 아시겠죠? 수빈이는 214번이에요. 옷과 DNA로 우리 수빈이란 걸 확인했어요."

아이를 잃은 부모의 고통을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나만 이렇게 슬픈가. 난 이렇게 죽을 것 같은데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나. 제가 이 나라에서 태어나 결혼해 23살에 수빈이를 낳아서 17살까지 키웠는데…. 이 나라가 널 못살려 미안해… 엄마가 힘이 없어 못 살린 것 같아… 하루하루 지날수록 너무 불쌍해요. 너무 보고 싶고…."

수빈이네 집에는 지금도 수빈이 물건이 그대로 있다. 칫솔도 가족수대로 4개 그대로다.

"신랑이 그래요. 우리 수빈이 죽은 거 아니라고…. 유품이랑 소중한 물건들을 타임캡슐 같은 거, 이쁜 상자에 넣어서 나중에 나이 들어 꺼내보자고…. 걱정하지 마. 넌 언제나 우리 장남이고, 엄마 아빠의 아들이야…."

수빈 어머니는 7월 20일부터 단식을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특별법이 꼭 돼야 해요. 수빈아, 할게…. 엄마가 널 위해 뭐든지 할게… 걱정마, 엄마가 너와 같이 있으니까 언제든지 보고 싶으면 엄마 불러. 아직 수빈이 방에 영정사진도 있어요. 하나도 안 치웠어요. 그래야 수빈이가 하늘에서라도 보지요."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416특별법을 거부하고 있다.

"설마 하겠지 했어요. 안철수 대표가 유가족들 요구를 반영하겠다고 했는데 또 뒤통수 맞은 거 같아요. 우리한테는 그런다고 하고 돌아서면 다 잊나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당 대표 선거에 신경 쓰느라 모른다고, 자세히 듣고 다시 오겠다고 했는데 얼굴도 못 봤어요."

유가족들은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서 기다리라,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믿었던 아이들이 자꾸 떠오른다.

"아이들한테 한 것과 똑같이 우리한테도 기다리라고만 해요. 우리가 어른으로 안 보이나요? 우리는 엄마 아빠지 아이들이 아니에요. 우리는 그렇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수사권과 기소권 반드시 보장돼야 해요. 끝까지 갈 거에요. 우리 7반 엄마 아빠들에게 물었더니 일심동체로 그러겠다고 했어요. 정말 고마웠어요. 그 정신 절대 놓지 말고 끝까지 함께 하자고 했어요. 엄마니까… 아빠니까…."

처음 팽목항으로 달려갔을 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거짓 언론이 사태를 왜곡하는 것을 보면서 유족들은 분노했고 경악했다.

"배가 요만큼 남았을 때 더 내려가지 않게 쇠사슬로 묶자고, 크레인으로 어떻게 안 되느냐고 했어요. 쇠사슬을 묶으려면 구멍을 뚫어야 한 대요. 그러면 아이들이 다 죽는대요. 믿을 수밖에 없었어요."

수빈 어머니는 유가족 참여가 보장되고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되는 특별법 제정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한다. 엄마니까... 아빠니까...

ⓒ 노동과세계 홍미리

"첫날 조명탄도 쏘지 않았어요. 온통 암흑천지라서 조명탄이라도 쏴달라고, 오징어배라도 대달라고 부탁했어요. 없대요. 말해도 안 온대요. 그러더니 비싸다는 거에요. 돈 이야기를 해요. 얼마나 기가 막혔는지…. 돈 때문에 우리 아이들을 죽였나 그런 생각까지 들어요."

자본이 자신의 경제적 이익과 탐욕을 채우기 위해 온갖 로비와 사기와 눈속임으로 규제를 비껴갔고 그로 인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음이 차차 밝혀졌다. 부도덕한 자본과 그들을 비호하는 정권, 그들 편에 서서 국민을 속이는 언론의 민낯을 목격하는 순간이었다.

"제가 국회에 와서 놀랐어요. 다들 대형 세단을 타요. 조원진 의원이 우리를 AI 닭에 비유했어요. 국민을 위해 더 좋은 나라를 만들어달라고 뽑은 의원들이 약자에게 한없이 비탄을 안겨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회의원이 되려고 머리를 조아리다 되고나면 돌변하는 거죠."

유가족들은 국회 본관 앞 유리문 안쪽에서 의원들이 욕설을 내뱉는 것을 봤다.

"소리는 안 들려도 입 모양으로 알 수 있잖아요. 우리를 보면서 비웃음을 흘렸어요. 우리를 벌레 보듯 하는구나, 저들에게는 우리가 벌레구나 싶었어요."

유족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치권을 믿었다.

"청와대에 갔을 때 대통령이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유족들이 원하는 모든 걸 다 지원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국회는 반대한다는 거에요. 대통령이 말뜻을 알아듣고 그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는 갈 데가 없어요. 전진하지 않으면 우리는 죽어서도 아이들 얼굴 못 볼 것 같아요."

유가족들은 지난 7월 2일부터 12일까지 민주노총과 각 지역대책위와 함께 세월호 가족버스를 타고 전국을 순회하며 천만서명을 호소했다. 수빈어머니는 마음 여린 가족들이 많이 단단해졌다고 했다.

"민주노총에 너무 고마워요. 제가 민주노총이란 단체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우물 안 개구리였어요. 우리 힘만으로는 안 되는데 이런 분들이 곁에 있구나. 나도 나서야지, 해봐야지,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눈 크게 뜨고 세상을 봐야지 했어요. 자신감을 얻었어요."

세월호 가족버스는 배를 건조하는 조선소 현장에도 갔다.

"이렇게 웅장하고 으리으리하게 큰 배도 있구나. 저런 배도 있는데 왜 저런 걸 못타고... 일본에서 쓰던 20년 넘은 중고배를 매입해서 아이들을 태웠을까….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고 하잖아요. 아이러니와 모순이 많은 것 같아요."

수빈 어머니는 세월호 가족버스를 통해 알게 된 민주노총에 대해 거듭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우리 수빈이도 보고 있겠죠? 수빈아, 걱정하지 마. 너를 위해서 이렇게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있으니까 걱정 안해도 돼."

하늘을 보며 이야기하는 어머니 얼굴 위로 구름이 비껴가며 찬란한 햇빛이 비춘다.

"이번 일을 겪으며 제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이 생겼어요. 수빈이가 너무 많은 선물을 주고 갔어요. 엄마는 17년 동안 해 준게 없고, 해줄게 너무 많은데 선물을 너무 많이 주고 가서 나중에 어떻게 우리 아이를 만날까, 그때 뭐라고 해야 하나… 고맙다는 말로 제 마음이 표현이 다 될까… 그래요."

"고등학생이 돼서 같이 밖에 나가서 팔짱 끼고 다니면 애인 같고 정말 좋았는데… 철없는 엄마를 만나 고생만 했는데… 이제는 정말 잘해주고 싶었는데…."

수빈어머니에게 유가족을 대표해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느끼고 아파하는 국민이 많이 계시다는 것을 알아요. 항상 그 마음 잊지 말고 울타리가 돼 주시고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세요. 처음엔 정말 무섭고 두려워 어찌할 줄을 몰랐어요. 지금은 국민이 우리 곁에 있어 줘서 고맙고 든든합니다. 우리를 떠나지 말아 주세요."

유가족들은 국회와 광화문광장에서 단식과 노숙농성을 벌이고 안산에서 서울까지 걸으며 4.16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 노동과세계 변백선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노총 신문 < 노동과세계 > 온라인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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