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유병언 수사 총체적 실패.. 책임은 누가 지나?

천정인 입력 2014. 7. 23. 16:41 수정 2014. 7. 2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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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천정인 기자 =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검찰 수사의 최정점에 있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검찰의 수사·검거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유씨 일가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최측근들과 관련자들에게 매서운 사정의 칼날을 들이대며 속도감 있게 수사를 진척시켜 나갔지만 유독 유씨 일가에 대해서는 헛발질을 계속했다.

특히 해외에 거주중인 유씨의 자녀는 물론 국내에 거주 중이었던 장남 대균씨 조차 검찰의 소환통보에 불응하면서 검찰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지만 검찰은 유씨의 소환조사를 앞두고 느긋한 태도를 보였다.

당시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유씨가) 저명인사인 만큼 검찰의 정당한 소환요구에 당연히 응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자진 출석을 기다렸지만 유씨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체포영장이 아닌 구속영장이라는 카드를 꺼내들면서 다시 한번 자진 출석을 기다렸다. 그러나 역시 유씨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유씨에게 도주의 시간을 벌어준 셈이 됐다.

검찰은 유씨와 대균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이들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던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의 총본산인 금수원을 지난 5월21일 압수수색했지만 이들은 이미 금수원을 빠져나간 상태였다.

이후 군과 경찰이 동원된 대대적인 수색 작업이 시작됐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지난 5월25일에는 유씨가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비밀별장에 머물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지만 검찰은 현지 사정에 밝은 경찰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독자 검거에 나섰다가 실패하기도 했다. 검찰의 수사력과 정보력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검찰은 유씨에게 걸린 5000만원의 현상금을 5억원으로 상향하고 국민들의 관심을 호소하기도 했다. 검찰로서는 '반드시 검거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지만 그 반대편엔 '기댈 수 있는게 제보밖에 없다'는 속사정을 자인한 셈이기도 했다.

헛발질의 정점은 검·경이 지난달 12일 송치재 비밀별장에서 2.5㎞ 떨어진 매실밭에서 유씨의 시신을 발견하고도 약 40일 동안 유씨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당시 발견된 변사체는 심하게 부패돼 신원확인이 쉽지 않았지만 금 이빨을 10개 가지고 있었고, 명품 옷과 신발을 신고 있었다. 유씨라고 추정할 수 있는 유류품도 발견됐다.

그러나 검·경은 단순 노숙인 변사 사건으로 처리, 지난 22일 신원확인을 위한 1차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이 변사체가 유씨라는 점을 모른채 검거 작전을 계속 진행했다.

심지어 검찰은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유씨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6개월짜리 영장을 발부받고 "조만간 검거될 것으로 보인다. 꼬리를 놓치지 않았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검·경은 40일 가까이 실체 없는 꼬리를 쫓는데 수사력을 낭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유병언 수사와 변사체 발견·처리 과정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고 판단한다"며 우형호 순천경찰서장을 직위해제하고 담당 경찰관 전원을 대상으로 감찰을 벌이기로 했다.

수사지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던 검찰도 경찰의 즉각적인 조치와 여론의 질타를 의식한 듯 사건 기록을 전체를 면밀히 검토한 뒤 변사 사건을 지휘한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대한 감찰에 들어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씨의 변사체를 조기에 확인하지 못한 책임을 묻는 것보다 총체적인 수사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유씨의 검거에 국민들까지 동원된 마당에 의심스러운 변사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은 분명히 잘못한 일이지만 큰 틀에서 보면 사소한 실수로 평가할 수 있다"며 "오히려 유씨가 사망까지 이르게 된 일련의 상황들, 즉 전체적인 수사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검사장급 검사 역시 "유씨의 시신으로 최종 결론이 날 경우에는 검찰 수뇌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 않겠냐"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감찰을 통해 검찰이 짊어져야할 더 큰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며 "수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부담스러울 수는 있지만 책임자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한편에서는 "결과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 됐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있다"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안인 만큼 책임론이 거론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1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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