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아이허브' 건강식품 직구, 막는 게 능사일까?

김범주 기자 입력 2014. 7. 23. 16:33 수정 2014. 7. 2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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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강식품 가격 정상화 대책부터 내놔야

'아이허브'라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비타민 같은 건강식품을 파는 사이트입니다. 저도 취재 전까지는 잘 몰랐는데, 20대부터 50대까지, 주로 여성들이 애용합니다. 왜냐, 사이트를 한글로 만들고, 한국 카드로 결제도 되고, 한국에서 배송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로 배송도 아주 빠릅니다. 무엇보다 가격이 한국에 비할 수 없이 쌉니다. 절반, 3분의 1, 이런 제품들이 수두룩합니다. 당연히 소비자들이 몰릴 수 밖에 없죠. 해외 건강식품 직구매의 상징처럼 돼버렸습니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이 사이트에 주문한 사람들 사이에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처럼 주문한 제품이 통관을 거부당했다거나, 아니면 통관이 늦어진다거나, 사이트를 이용하지 못하게 될거란 소문까지 돌았습니다.

사정은 이렇습니다. 지난 4월 8일, 새정치민주연합의 남윤인순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총리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이 사이트에서 파는 물건 중에, 말랑말랑한 젤라틴 성분으로 된 캡슐들 가운데 상당수가 소 껍질로 만들었다는 겁니다. 프로폴리스 같은 건강식품이 해당됩니다. 이런 제품을 수입할 경우에 광우병 문제가 없다고 검증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주 이후 조치들이 알려졌습니다. 식약처가 일단 관세청에 해당 제품의 통관을 막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관세청에 전화해봤더니 지난주에 공문을 받아서 통관 현장에 알렸다고 합니다. 또 아이허브와 일반 배송업체들에도 해당 제품을 배송하지 말라고 요청했답니다. 다만 사람이 통관 작업에서 하나하나 고르는 것은 아니고, 해당 제품이 들어있다는 표시가 있는 경우 시스템적으로 거르는 것이어서 통관이 늦어진다는 것은 오해라고 설명했습니다.

더 나아가 식약처에서 미국 대사관에도 요청서를 보냈습니다. 아이허브가 문제의 제품들을 한글로 홈페이지에 적어 놓거나 파는 행위를 막아달라는 것입니다. 남윤인순 의원 측에서는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사이트 전체를 차단하는 방법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저는 국회의원과 식약처 등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서 국민 건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제품이 유통되는 것을 막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국내 건강식품 업계의 사주를 받은 것 아니냐고 비판도 합니다. 하지만 남윤인순 의원은 작년엔 일본산 식품에 대한 방사능 검사에서 빚어지는 문제점들을 계속 감시하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일관성 있는 정책 감시라고 봅니다.

다만 이번 문제에 있어서 사이트 폐쇄까지 거론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입니다. 그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점은 왜 한국 소비자들이 미국 사이트까지 들어가서 건강식품을 사게 됐느냐는 것입니다. 한국 회사들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회사들이 내놓는 건강식품들은 가격표를 보면 흠칫 놀랄 정도로 높은 가격을 붙이기 일쑵니다. 심지어 수입 상품도 미국과 같은 브랜드에 같은 공장에서 만들었는데도 세배 가깝게 가격 차이가 납니다. 누가 미국에 간다고 하면 건강식품 하나 쯤 부탁하는 일이 허다합니다. 이런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아이허브 하나 막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직구매를 포기할 리가 없습니다. 다른 사이트를 찾고 말겠죠. 이른바 풍선효과를 불러 일으킬 뿐입니다.

이런 문제가 비단 건강식품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자제품, 의류, 아동용품,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외화 유출이라든지 여러 이유로 직구를 막으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안 그래도 쪼들리는 가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건강한 유통구조를 만드는 데도 정치권과 당국자들이 힘 써줬으면 좋겠습니다. 해외 가격과 국내 가격을 비교해서 홈페이지로 알려준다든가, 병행 수입하는 업자들이 더 쉽게 유통할 수 있도록 한다든가, 방법은 찾으면 있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이허브는 애써 막으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입니다.김범주 기자 news4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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