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맞은 허밍어반스테레오 "이젠 야한 가사가 술술 나온다" (인터뷰)

권석정 2014. 7. 23.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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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은 시부야케이, 라운지, 칠 아웃 풍의 가요가 한국에서 유행한지 10주년이 되는 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2003년 한국적 시부야케이를 표방한 캐스커 1집 '철갑혹성'이 나왔고, 이듬해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데뷔 EP '숏 케이크(Short Cake)', 클래지콰이 1집 '인스턴트 피그(Instant Pig)'가 연달아 나왔다.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샐러드 기념일' '바나나 쉐이크' '하와이안 커플', 클래지콰이의 '스위티(Sweety)' 캐스커의 '고양이와 나'와 같은 노래들은 기존 가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어법이었음에도 대중에게 빠르게 흡수돼 갔다. 그리고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딸기 캐러멜과 같은 말캉말캉한 곡들은 당시 모던 여성들의 찬가가 됐다.

여성들이 그토록 허밍 어반 스테레오(이지린의 솔로 프로젝트)의 노래에 빙의했던 이유는 뭘까? 세련된 리듬과 멜로디? 매끈하게 뽑힌 사운드? 음식을 제목으로 한 작명센스? 아마도 허밍 어반 스테레오가 본인들이 듣고 싶은 음악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데뷔 10주년을 맞이해 스페셜 앨범 '리폼(Reform)'을 발표한 허밍 어반 스테레오를 만났다.

Q. 소속사가 '왈츠소파(Waltz Sofa)'로 돼 있다. '왈츠소파'라는 곡들은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앨범마다 각기 다른 버전으로 실려 있기도 하다. 어떻게 만든 단어인가?

이지린: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초기에 친한 뮤지션들, 디자이너들과 모인 크루 이름이었는데, 지금은 내 독립적인 레이블 이름을 쓰고 있다. 데뷔 초기에 인터뷰 할 때 내 음악을 설명하면서 시부야케이, 라운지, 칠 아웃이라는 단어를 쓰면 '그게 뭐죠?'라는 대답이 돌아오곤 했다. 쉽게 설명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왈츠소파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내 음악이 플로어에서 춤을 추면서 즐기기보다는 편안한 소파에 누워 어깨를 들썩이면서 듣는 음악인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단어다.

Q. 2004년 '숏 케이크'를 발표하고 10년이 흘렀다. 소감이 어떤가?

이지린:

20대 때에는 '내가 과연 30대가 돼도 곡을 계속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끔 했다. 나중에 아이디어가 고갈될 수도 있으니 지금 부지런히 곡을 써놓자는 생각도 했다. 지금은 아이러니하게도 20대 때 만들어놓은 곡들을 선호하지 않게 됐지만. 사실 10주년이 뮤지션에게 긴 햇수가 아니다. 별거 아닌 일에 요란을 떨고 싶지 않았지만, 나 스스로는 토닥토닥 받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기념앨범 '리폼'을 만들게 됐다.

Q. 전자음악에서는 리믹스 작업이 흔하다. 이번 앨범은 리믹스가 아니라 아예 곡을 다시 만든 '리폼'이다.

이지린:

애초 의도보다 일이 커졌다. 처음에는 내가 전체를 다 만들려 하지 않았다. 가령 '하와이안 커플'과 같은 곡은 워낙에 내 몸과 마음에 각인돼 있어서 남이 다르게 만들어줬으면 했다. 그래서 주변 친구들, 해외 작곡가들에게 리폼을 맡기려 수소문했다. 원곡의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주변 친구들은 부담스러워하기도 하고, 해외 작곡가들은 이 곡을 아예 트랩(trap, 힙합의 하위 장르)으로 하려 하더라. 시안을 받았는데 힘들 것 같아서 그냥 내가 했다. 리폼을 하더라도 기존 곡들과 최소한의 교집합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리폼 작업이었기 때문에 원곡과 화성부터 드러내 변형을 시켰다. 원곡보다 더 나은 트랙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았다.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게 해보려 했다.

Q. 원곡이 일렉트로니카인데 디스코가 된 것도 있고, 그 반대가 된 것도 있다. 전반적으로 밴드 스타일의 편곡이 강해졌다.

이지린:

'스컬리 더즌 노우(Scully Doesn't Know)'는 디스코의 느낌으로 갔고, '인썸니아(Insomnia)'는 어쿠스틱 풍으로 편곡을 했다.

Q. 보컬도 바뀌었다. 지나, NS윤지, 나르샤 등 섹시한 여가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작업은 어땠나? (이 질문에 답은 매니저가 대신했다.)

매니저:

이번 앨범에서 단지 '리폼'만 하려던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음악은 귀엽고, 말랑말랑한 것만 있다는 대중의 고정관념을 깨보려 했다. 사실 다양한 스타일의 전자음악을 해왔지만, 대중은 초기의 히트곡들만 기억한다. 그래서 대중이 잘 아는 그 초기 히트곡들을 앞으로 내가 보여주고 싶은 음악스타일로 바꿔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그런 편곡에서 오는 낯선 느낌을 완화하기 위해 친숙한 보컬을 찾게 됐다. 그런데 반응을 살피니 팬들은 원곡에 대한 향수를 이기지는 못하는 것 같더라.

Q. 앨범을 들어보니 NS윤지가 의외로 잘했더라.

이지린: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가장 잘 해준 보컬이다. NS윤지의 '사랑'이라는 곡을 듣고, 그녀가 가진 음색이 마음에 들었다. 워낙 잘 해주셔서 작업도 빨리 끝났다.

Q.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음악은 장르 특성상 보컬이 튀지 않고 음악 자체에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냥 가수로서 개성 있게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악기의 일부로서 건조하게 노래한다고 할까?

이지린:

난 녹음 할 때 보컬이 갖고 있는 고유의 그루브를 배제시킨다. 내 의도가 뒷 음절이 벤딩이면, 그건 무조건 벤딩으로 가야 한다. 그 사람은 앞 구절에 텐션을 줘서 풀어내는 스타일이어도 말이다. 내 작업에서는 보컬의 그루브보다 톤, 발성의 뉘앙스를 중요하게 본다. 내가 보컬을 고르는 중요한 기준이다.

Q. 그동안 시나에, 이진화, 요조, 타루, 디사운드(D'Sound)의 보컬 시모네(Simone) 등을 비롯해 유인나, 최강희, 레이디 제인, 애즈원, 왁스 등 여러 여성보컬들과 작업해 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는?

이지린:

진화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처음 '허밍걸'이라는 호칭을 붙여줬고, 역대 보컬 중 가장 친했고, 많은 교감을 나눴던 친구다. 물론 음악이라는 것이 친하다고 잘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 누군가 친하지 않으면 도와주기 힘든 상황에서 나를 믿고 함께 해준 것이 너무나 고맙다.

Q.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10년은 일반 가수의 10년과는 다르게 봐야 할 것 같다. 허밍 어반 스테레오, 캐스커, 클래지콰이 등이 등장하기 전에도 물론 소수 마니아 사이에서 피치카토 파이브, 판타스틱 플라스틱 머신 등의 시부야케이를 듣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그런 류의 음악이 가요계에서 유행하지는 않았다. 허밍 어반 스테레오 등을 기점으로 가요 트렌드에 시부야케이 스타일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런 영향력은 충분히 기념할만하지 않나.

이지린: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피치카토 파이브의 코니시(야스하루) 상과 함께 디제잉을 했던 추억이 정말 특별한 순간이었다. 윤상 선배님을 직접 만난 것도 대단한 경험이었고. 그런 게 참 행복했다. '숏 케이크' 앨범을 준비할 때 캐스커 (이)준오 형이 많이 도와줬다. 그때는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없어서 누구에게 배울 수가 없었다. 유튜브도 없었고, 관련 서적도 없었으니까. 혼자서 계속 파야 하는 작업이었다. 그럴 때 준오 형 작업실에 가서 형이 작업하는 것을 어깨 너머로 보면서 참 많이 배웠다.

Q. 첫 앨범 '숏 케이크'는 어떻게 만들게 됐나?

이지린:

2003년에 처음으로 미디를 접했다. 원래는 밴드를 했는데, 여럿이서 하는 작업이 내게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미디는 혼자 할 수 있어서 좋았다. 누구랑 싸울 일이 없으니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틈틈이 작업했는데 이게 너무 재밌어서 잠자는 시간까지 아깝더라.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음악 작업에만 몰두해 다섯 곡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완성된 CD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주변에서 위탁판매라는 것을 알려줬다. 그때만 해도 음반 매장이 많아서 위탁 해서 팔아보려고 홍대 숍들을 뒤지고 다녔다. 그때 유일하게 CD를 들어보겠다고 한 분이 향뮤직의 김건힐 사장님이셨다. 사장님이 음악을 들어보시더니 가지고 온 CD를 다 달라고 하시더라. 무척 감사했다.

Q. 그러다가 서서히 입소문으로 알려지게 됐다.

이지린:

당시 신해철 선배님이 진행하던 프로그램 '고스트네이션'에서 매주 인디차트를 방송했다. 친구가 내 음악이 '고스트네이션'에서 나왔다고 알려줬다. 내 노래가 인디차트에서 20위를 하더니 점점 올라가 무려 4주간 1위를 했다. 그러더니 '고스트네이션' 작가에게서 출연해달라고 연락이 왔고, 졸지에 방송 데뷔를 하게 됐다. 방송에 나간 뒤 CD가 곧바로 매진됐고, 여기 저기서 공연 섭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말 신났다. 친구들이랑 차 빌려서 부산에 공연하러 가고, 바다도 보고. 누군가 허밍 어반 스테레오를 좋아해준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고, 행복했다.

Q. 여러 기획사에서 러브콜이 왔을 것 같다.

이지린:

난 토이, 015B와 같이 객원가수와 함께 하는 체제였는데 대형 기획사들에서는 메인 여성 보컬과 함께 하기를 원하더라. 그럴 때 그냥 그런 조건 없이 계약을 한 곳이 파스텔뮤직이었다. 파스텔뮤직에 가니 수입CD를 한 움큼 주시더라. 그래서 여기와 계약하면 듣고 싶은 해외 음반은 마음껏 들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정말 순수했던 거지. 하하하.

Q. 허밍 어반 스테레오는 여성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대단했다.

이지린:

사랑받으니까 좋더라. 하하. 첫 단독공연을 2005년 홍대 역 부근에 있던 사운드홀릭에서 열었다. 첫 공연인데 거의 매진이 됐다. 그때 왔던 친구들이 하나같이 하는 말이 "정말 물 좋다"였다. 공연을 하는데 관객들이 정말 너무 다 예쁘신 거다. 나도 놀라고, 소속사도 놀랐다.

Q. 본인의 10년 음악을 돌아본다면?

이지린:

초기 음악들은 부드러운 편이었다. 말캉말캉한 딸기 캐러멜과 같은 느낌이랄까? 남자들이 싫어하는 음악이었다. 하하.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음악들이 지겨워졌다. '하와이안 커플'이 히트하자 주위에서 그런 곡들을 써달라는 요청이 쉴 새 없이 들어왔다. 아르바이트로 '하와이안 커플'의 아류처럼 느껴지는 곡들을 계속 쓰다 보니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그런 스타일을 점점 멀리 하게 됐다. 물론 그런 색을 지울 수는 없다. 내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 이후에는 음악이 점점 펑키해지기 시작했다. 가사도 성숙해졌고, 점점 야해지더라. 요새 하는 작업물은 섹스어필하는 가사들이 있다.

Q. 섹스어필한 가사를 쓰는 이유는?

이지린:

가장 쉽다. 하하하! 술술 나온다. 지금 '하와이언 커플'과 같은 가사를 쓰라고 하면 쉽게 나오지 않을 거다. 원래 '하와이언 커플'은 앨범에 실으려 하지 않았다. 사실 그 곡은 장난삼아 만든 곡이었다. 그런데 파스텔뮤직 이응민 대표님이 이 곡이 가장 좋다고 하셔서 2집 '퍼플 드롭(Purple Drop)'에 넣자고 했고, 그렇다면 난 절대 타이틀곡으로는 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런데 타이틀곡이 금지곡이 돼버렸고, '하와이언 커플'은 영화에서 배우 이연희가 노래하고, CF에 삽입되면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난 3집이 나온 후에도 '하와이언 커플'을 불러야만 했다.

Q. 요새는 어떤 음악을 즐겨 듣나?

이지린:

최근에는 마이클 잭슨 신보, 그리고 캐나다 팀인 크로미오(Chromeo) 앨범을 주문했다. 아, 그리고 얼마 전에 치보 마토 새 앨범이 나왔다! 아직도 활동을 하셔서 깜짝 놀랐다. 예전 스타일을 간직하고 있어서 너무 반가웠다.

Q. 향후 계획은 어떤가?

이지린:

지난 10년 동안 허밍 어반 스테레오 외에 외부 작업을 했던 곡들을 모아서 신곡들과 함께 앨범을 낼 계획이다. 정규앨범도 순차적으로 낼 거다. 앞으로 나올 5집은 내가 더 좋아하는 스타일로 갈 것 같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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