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어쿠스틱 블랑의 '유기농' 작법은 분명 통한다

2014. 7. 2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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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싱어송라이터 박기영이 변심(?)했다. 2012년 tvN '오페라스타' 출연, 그 해 12월 딸 '벨라' 출산으로 잠시 자취를 감췄다 올해 초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복귀한 그녀지만 '가수' 박기영의 활동은 전성기 때에 비해 다소 약해 보였다. 그랬던 그녀가 3인조 밴드 어쿠스틱 블랑(Acoustic Blanc)으로 돌아왔다.

박기영과 어쿠스틱의 조합은 그녀의 음악 인생의 궤적을 따라 보면 그리 새삼스러울 건 없다. 이미 2008년 어쿠스틱 앨범을 내놓으며 천천히 변화를 꾀해 왔기 때문. 하지만 '시작', '마지막 사랑', '블루 스카이' 등 90년대를 풍미한 그녀가 익숙한 대중이라면 분명 귀를 의심하게 할 만한 변신이다.

그녀의 든든한 동반자가 된 2인에 대한 소개도 빼놓을 수 없겠다. 한국인 최초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리세오음악원 플라멩코 기타를 최고 과정까지 마친 기타리스트 이준호와, 김종서 이적 조성모 김연우 정재일 테이 등 걸출한 가수들의 공연에 빼놓지 않고 선 세션계의 귀재, 베이시스트 박영신이 주인공이다.

박기영의 대학 후배인 박영신은 2004년 박기영의 세션으로 합류하면서 지금까지 함께 음악 활동을 이어왔다. 5년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리세오음악원에서 음악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이준호 역시 한창 물 오른 열정을 바탕으로 어쿠스틱 블랑에 합류했다.

출산을 불과 2주 남겨두고 이준호를 찾아가 밴드 활동을 제안한 박기영에게서도 같은 열정이 빛났기 때문일까. 그렇게 박기영-이준호-박영신 삼각 트라이앵글이 완성되며 어쿠스틱 블랑의 여정이 시작됐다. 각자의 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주가를 높인 뒤 한 배를 탄 이들의 호흡은 첫 앨범 Part.1부터 제대로 '만개(滿開)'했다.

박기영의 허밍으로 채워진 1번 트랙 'To A Child Dancing In The Wind'가 주는 편안함을 시작으로, 박기영이 딸을 생각하며 만든 2번 트랙 '벨라 왈츠'까지만 들어봐도 앨범은 순수한 사랑으로 충만하다.

3번 트랙 '톡톡톡'은 누구나 겪고 있고 겪은 바 있는 현대인들은 고독한 감정을 어루만지는 곡이다. 스스로를 위로하며 "괜찮다" 하는 우리네 일상에 작지만 큰 공감을 주는 곡이다.

이밖에 삶의 이야기를 담은 4번 트랙 '이야기'와 이준호의 기타 선율이 특히 인상적인 5번 트랙 '어떤 느낌'을 지나면 앨범의 에필로그 격의 6번 트랙 'Nana'에 도달한다. 마지막 트랙에 담긴 또 다른 버전의 '톡톡톡'이 주는 매력도 상당하다.

스스로 "졸립다는 반응도 있더라"며 자폭(?)하지는 어쿠스틱 블랑이지만, 앞만 보고 달리는 바쁜 일상에 긴장된 마음의 끈을 잠시나마 편하게 릴렉스 해주는 음악으로 오롯이 채워졌다.

앨범 전체는 협업의 과정이었지만 타이틀곡 '톡톡톡'의 경우 막내 박영신이 가사와 멜로디를 도맡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톡톡톡'에 대해 박기영은 "노래가 너무 좋아 푹 빠져 매일 그 노래만 불렀다"며 "하나의 버전만 넣기가 아쉬워 영신의 보컬로 트랙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꺼끌한 느낌이 살아있는 '톡톡톡' 원초적(?)도 대중에 소개됐다.

초반에는 빗소리를 형상화 한 효과음과 다양한 악기의 소리가 담겼지만 고심을 거듭한 끝에 다 '빼버렸다'고. 이들은 "누군가는 쉽게 만들었다고, 너무 편하게 갔다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결과물이 나오기 위해 우리는 별 짓 다 했다"고 입을 모았다.

"공간을 채워넣는 작업보다 오히려 빼는 게 더 힘들었어요."(이준호) "빼는 결정 하나도 굉장히 신중해야 했어요. 현실적으로 제작비도 걸린 문제니까요. 이렇게 심플해도 되나 하는 의문도 있었지만 궁극에는 이펙트 준 건 다 뺐죠."(박기영) 꽉 찬 사운드의 향연 속 문득 밀려오는 피로감을 잊게 만들어주는 휴식 같은 시간이야말로 어쿠스틱 블랑의 이번 앨범이 음악팬들에게 주는 선물이다.

"요즘 음악은 1분 미리듣기로 소위 '꽂히지' 않으면 안 듣고 넘기게 되지만, 우리 음악은 그렇게 들었을 때보다도 처음부터 끝까지 앨범으로 들어야 좋다는 생각이 드실 거예요."(박영신) 하지만 음악 자체보다 아티스트 콘텐츠에 더 주목하는 요즘 '차트 시대'의 현실을 감안하면 어쿠스틱 블랑이 대중에 선택받기란 만만치 않은 게 사실. 그렇지만 박기영은 "음악 생활을 10년 넘게 해보니 지금 바로 잘 된다고 그게 끝까지 잘 되는 게 아니고, 지금 잘 안 된다고 그렇게 안 된 것도 아니구나 싶다"며 "'톡톡톡'이 수록된 이번 앨범은 굉장히 세련된 앨범이다. 공간이 많이 비어진 이런 스타일도 언젠가 유행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누군가는 대중이 원하는 음악을 하고, 또 누군가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곤 하죠. 그런데 저는 대중이 원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박기영이라는 가수 자체를, 추억 속에 가둬놓고 화석화 시키려는 움직임이 너무 싫어요. 저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그러고 싶거든요. 과거에 내가 잘 나갔던 못 나갔던 지나간 과거는 돌아보지 않아요. 그저 지금 이렇게 새로운 작업을 하는 게, 너무 설레 잠이 안 올 정도랍니다."(박기영) 가수들로서는 '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방송 프로그램이 거의 전멸하다시피 한 현실 속, 어쿠스틱 블랑은 "매일 공연장에 출근하는 밴드가 되는 게 소원"이라 했다. "CD가 많이 팔리는 것도 좋겠지만, 그보다도 대중에게 라이브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추후 LP 재발매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있는 만큼 이번 CD 제작 과정에서 믹싱을 굉장히 공들여 했거든요. 휴대전화로는 결코 감상할 수 없는 부분이죠. 하지만 아무리 작업을 잘 한다 해도 라이브만 못해요. 직접 와서 들어주시면 좋겠어요."(박영신) 일단 이들은 내달 15 ,16일 이틀간 서울 서교동 벨로주에서 단독 콘서트 '어쿠스틱 블랑 화이트(Acoustic Blanc's White)'를 개최하고 팬들을 만난다.

향후 어쿠스틱 블랑이 들려줄 음악은 어떤 느낌일까. "기본적으로 어쿠스틱 장르를 갖고 가되, 앞으로는 준호오빠의 색을 많이 입히게 될 것 같아요. 클래식이 기반이 되면서도 스페니시 색이 묻어나게 접목시켜 우리만의 색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기영)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추구하지만 최신 트렌드나 인기를 좇는 음악을 할 생각은 없다. 박기영은 "요즘 인기 있는 아이돌의 음악을 들어보면 정말 대단하다"면서도 "그들과 다른 우리만의 것을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자신들만의 색을 지켜가겠다는 장인정신을 강조했다.

"유기농으로 농사 짓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엔 굉장히 힘들대요. 하지만 10년, 20년이 지난 뒤 그게 좋다는 걸 사람들이 다 알게 되니 (유기농) 저변이 점차 확대되고 있잖아요. 우리 음악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음원 차트에서 잠깐 반짝 눈에 띄었다가 금세 순위에서 밀려나는 게 현실이지만, 우리도 꾸준히 하다 보면 유기농 농사 짓는 분들처럼 되지 않을까요."

* 어쿠스틱 블랑이 추천하는 '위로' 음악선 *

이준호 : 키스 자렛 'The Melody at Night, With You' 중 'My Wild Irish Road' "힘든 일을 겪고 한참 후에 집에 돌아온, 하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말을 하지 않는 아들 같은,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인데 이 곡에 요즘 푹 빠졌어요. 이 앨범 자체가 그런 느낌이 들어요. 기존 키스 자렛 스타일이 전혀 아니죠. 음악 인생을 가며 변화해가는 뮤지션의 모습이 보기 좋기도 하고요." 박기영 : 비스트 '아름다운 밤' "요즘 아이돌 음악을 들으며 정말 잘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 나도 정말 열심히 해야겠구나' 반성도 하게 되고 자극도 많이 받아요. 늘 귀를 열어두고, 버려야 할 구식의 습을 생각하게 되죠. 그들과 다른 우리만의 무언가를 정말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 요즘 감명받은 곡은 비스트의 '아름다운 밤'이에요. 너무 많은 생각을 오히려 잊게 해주는, 그런 면에서 위로와 위안이 되는 느낌이에요." 박영신 : 빈지노 'Always Awake' "저도 아이돌을 좋아하는데, 인피니트와 GD를 좋아해요 하하. 특히 GD는 앨범 전체가 너무 좋고, 음악을 정말 잘 하더군요. 그 중 위로를 받는 곡을 하나 꼽자면 음... 빈지노 'Always Awake'를 소개할게요. (이유는요?) 가사 중 'say young' 이라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왠지 저에게 하는 이야기 같아서(웃음)."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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