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가진 워킹맘, 딸 가진 엄마보다 '둘째 생각없어'
육아정책연구소 조사…딸 가진 엄마보다 후속출산 더 꺼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35개월 짜리 아들 하나를 둔 '워킹맘' 김모(34) 씨는 사람들이 둘째 계획을 물을 때마다 고개를 절레 흔든다.
주위에 딸 가진 엄마들을 보면 딸도 한 번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회사 다니면서 아들 하나와 씨름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보니 혹시 둘째도 개구쟁이 아들일까 겁이 나 선뜻 시도를 못하겠다.
첫 손자를 안겨드리자 기쁜 기색을 숨기지 않으셨던 시부모님도 둘째가 그렇게 간절하진 않으신 모양이라 안심도 된다.
김씨처럼 첫째로 아들을 둔 워킹맘들은 딸을 둔 워킹맘보다 둘째 기피 경향이 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일 육아정책연구소가 펴낸 '1명의 영유아 자녀를 둔 취업모의 후속출산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0∼5세 영유아 자녀를 둔 직장인 어머니 2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후속 자녀 출산 계획이 있다고 답한 경우는 32.4%인 84명에 불과했다.
전반적으로 직장모들의 후속 출산 의지가 낮은 가운데 그 중에서도 첫째가 아들인 어머니들의 둘째 기피 경향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첫째가 딸인 응답자 129명 가운데에는 39.5%(51명)가 후속 출산 계획이 있다고 답한 반면, 아들을 가진 어머니 130명 중에 후속 출산 계획이 있는 경우는 25.4%(33명)에 그쳤다.
이는 젊은 세대에서 나타나는 여아 선호 사상과 아직도 일부 남아 있는 남아 선호 사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즉 아들이 딸보다 키우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한 탓에 아들을 키워본 직장맘들이 둘째 낳을 엄두를 못 내는 경우가 있는 데다, 첫째가 아들이면 반드시 아들을 하나 낳아야 한다는 부담에서도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이정원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소자녀화가 되어가고 있음에도 특정 '성'에 대한 선호나 기피가 출산계획에 미치는 영향이 일정부분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기적 돌봄 인력의 유무'도 둘째 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또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조부모든 고용인이든 정기적으로 첫째 아이를 봐주는 사람이 있는 경우에 오히려 둘째를 안 낳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이는 정기적 돌봄 인력이 대부분 조부모이기 때문"이라며 "조부모의 고령화로 후속 자녀 출산시에는 도움을 주기가 어려울 수도 있는 데다, 양육에 많은 도움을 받는 동시에 양육방식의 갈등 등 드러내기 어려운 스트레스도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밖에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어머니와 첫째 아이의 나이가 많을수록, 일-가정 양립에 대한 어려움이 많을수록 둘째를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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