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유경근 대책위 대변인 "세월호 진실 드러나면.."

박송이 기자 입력 2014. 7. 19. 13:34 수정 2014. 7. 1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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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 제정 촉구하며 단식 중인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

"적폐는 꼭꼭 숨어 있어 잘 드러나지 않지만, 드러났다면 이것은 적폐 근절의 시작이 될 것이다."

7월 14일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적폐 근절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은 누차 '적폐'를 언급했다. 긴 시간 화석처럼 굳어져 이미 관습이 돼버린 적폐를 없애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전례대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례대로' 해서 해소될 적폐라면 세월호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이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전례 없는' 세월호 특별법을 이야기하는 이유다. '전례 없는' 특별법의 핵심은 진상규명위원회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는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유가족들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에 난색을 표하며 손사래를 친다. '전례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폐를 없애자고 하면서 '전례대로'라는 말만 반복하는 새누리당에 속이 타들어간 유가족들은 7월 14일부터 국회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단식 이틀째인 7월 15일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을 만났다.

진상규명위원회가 수사권·기소권을 갖는 게 가족대책위가 제안한 특별법의 핵심이다. 새누리당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난색을 표한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가족들이 이것저것 알아보고 공부도 하고 있다. 그 전에는 눈에 안 들어오던 것들이 지금은 눈에 들어오더라. 한편으로는 국회라는 법 만드는 조직이 있는데, 결국 국민의 뜻을 받아서 입법행위를 하는 곳이 국회인데, 알아서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자괴감도 들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평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우리가 이것저것 사례를 듣기도 하고 찾아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 하던 방식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결론이 나더라. 그래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면 새누리당은 '전례가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전례, 관행. 결국 그런 것을 타파하지 못했기 때문에 참사가 일어난 것 아닌가. 누군가가 앞장서서 일을 하면 또 그게 전례가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계속 전례 이유만을 들어서 안 된다고 하니까 답답하다."

새누리당은 '조사권'만 갖는 진상규명위원회를 이야기한다.

"그러면 제2의 국정조사처럼 된다. 심지어 새누리당은 진상규명위원회의 청문회도 안 받는다고 한다. 국정조사보다 훨씬 못한 것이다. 국정조사에서는 그래도 독립적인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18명이 앉아서 질의를 했다. 똑같은 조사권을 가지고 우리가 조사를 한들 국정조사보다 더 나아질까. 게다가 청문회까지 안 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진상규명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국정조사에서 우리가 알아낸 중요한 사실은 청와대부터 시작해서 모든 기관과 사람들이 다 책임이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다 남의 책임이 된다는 것이다."

유경근 세월호 가족대책위 대변인. 이상훈 선임기자

새누리당에서는 상설 특검을 대안으로 내놓기도 하던데.

"거기에 대해서 우리가 이렇다 저렇다 평을 하기 어렵다. 이유는 새누리당이 우리하고 이야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검이 됐든 뭐가 됐든 간에 우리와 같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이야기를 흘릴 뿐이다. 새누리당과 우리가 이야기하는 공식 채널이 없다. 특검의 경우 우리와 관련 없이 임명이 되고 이루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게 우리가 확실히 믿지 못하는 부분들이다. 그럴수록 같이 터놓고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거듭 요청한 게 '우리 것을 받아들여 달라'가 아니라 '협의체를 만들어 협의를 하자'는 것이었다. 협의체에서 깊이 이야기를 하고, 서로 설득할 게 있으면 설득하고, 이해시킬 게 있으면 이해시키고, 그런 과정을 거쳐서 안이 나오면 과연 누가 거기에 반대를 하겠나. 그런 취지로 협의체 이야기를 한 건데 협의체는커녕 논의과정에 참관조차 못하게 한다."

국정조사 기관보고 과정에서도 가족들과 새누리당의 마찰이 있었다.

"심재철 위원장이 국정조사 기관보고를 이끌어가는 방식이 좀 의아했다. '무엇을 위해서 이런 식으로 회의를 진행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들 입장에서는 국회나 국회의원들의 권위를 위해서 사회를 보는 것 같았다. 기관보고 중에 가족 한 명이 퇴정당했다. 심 위원장이 든 이유는 그동안 그 가족이 상습적으로 고성을 질러서 경고를 했는데도 또 그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국정조사 기관보고 외에 세월호 관련 재판에도 들어간다. 세월호 선장, 선원들에 대한 재판이다. 재판을 시작할 때 재판장이 안내문을 보내왔다. '유가족들이 방청을 하는 재판이 차분하고 조용하게 진행되리라는 기대를 안 하고, 또 그럴 수도 없다'면서 '내가 가족이라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느냐'고 하더라. 따라서 방청석에서 어느 정도 소란이 나오는 것은 재판장이 가능한 한 묵인하고 넘어가겠다는 내용이었다. 또 가능하면 가족들이 발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은 반드시 해야 하기 때문에 재판에 방해되지 않게 자제와 협조를 부탁한다는 요청이었다. 재판에서도 순간적으로 격분해서 중간에 소리지르는 가족도 있다. 그럴 때 재판장은 그 가족을 혼낸다. 그러면 우리는 또 그 재판장 말을 듣는다. 재판장이 무슨 뜻에서 저렇게 하는지 우리는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판 시작 그리고 후에 인원 제한 없이 가족들 발언을 시켜준다. 저분들도 우리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하지만 저분들은 저분들대로 할 일이 있어서 혼을 내는 것을 아니까 서로 맞춰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는 심지어 회의시간이 아닌데도 가족들이 이야기하는 것까지 뭐라고 한다. 상식적으로 기관보고 중에 해경이 와서 거짓말을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그 자리에서 아무 얘기도 안 하고 가만히 있을 수가 있나. 그게 부모인가 사람인가. 그런 걸 예외 없이 원칙이라며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하면 저 사람이 우리와 공감을 하겠다고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대책위에서 내놓은 특별법의 핵심 목적은 무엇인가.

"세월호 이후 한국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핵심 목적이다. 그렇다면 문제점을 알아야 한다.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온다. 한국 사회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대책은 여러 번 나왔다. 그러나 제대로 시행을 못해보거나 시행을 하더라도 잠시뿐이지 금세 없어져버렸다. 우리는 보고 싶다. 우리가 만든 대책이 지속적으로 시행이 되어서 한국 사회를, 문화를 바꿀 수 있는 걸 말이다. 거기까지 가는 게 특별법의 목적이다. 대통령도 수십년 동안의 적폐를 말씀하지 않았나. 이게 해소되지 않으면 반드시 이보다 더 큰 참사가 일어나고 우리보다 훨씬 많은 가족들이 이 고통을 겪어야 한다. 이건 두고 볼 수가 없다. 나도 평생 이런 일과 관계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저 그때 잠깐 미안해하고 가슴 아파하고 그러다 하루 이틀 사흘 지나면 잊어버렸다. 나도 기억 안 하고 살았다. 그 결과가 이렇게 오게 된 거다. 기억하지 않는다면 다음에 누가 해당될지, 누가 들어갈지 모른다. 그래서 자꾸 기억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고, 기억해 달라고 하는 것이다."

<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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