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애가 쓴 일기를 우연찮게 봤다.."

2014. 7. 1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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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강민수,이희훈 기자]

세월호침몰사고 단원고 생존학생 학부모 대표 장동원씨.

ⓒ 이희훈

세월호침몰사고 단원고 생존자 학부모 대표 장동원씨가 'Remember20140416 기억 팔찌'를 손목에 차고 있다.

ⓒ 이희훈

장동원씨 인터뷰① "살아남은 아이들이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딸애가 쓴 일기를 우연찮게 봤어요. 일기에 '내가 너하고 같이 살아나가지 못해… 앞으로 응급구조사가 돼서 많은 사람들 구할게'라고 써 있었어요."

딸은 성격이 당찬 아이다. 무뚝뚝한 아버지 곁에서 '힘들어? 웃어봐'하며 애교도 잘 떨었다. 집안의 분위기 메이커였다. 그러나 사고 이후로는 신경질적인 면이 생겼다. 육체적인 피로와 스트레스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버지는 "(딸이) 감정이 울컥해지기도 하지만 (지금은) 많이 밝아졌다"고 말했다.

장동원 생존학생 학부모 대표는 스스로를 '딸바보(딸을 각별히 아끼는 아버지)'라고 칭했다. 그의 오른쪽 가슴에는 노란 리본이 달려 있었다. 오른 손목에는 'REMEMBER 20140416'이 새겨진 팔찌가, 스마트폰 뒷면에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세.월.호. 세 글자가 현재 그를 설명해주는 것 같았다.

그는 "딸은 밥을 먹더라도 이것저것 만들어서 차려 먹을 정도로 요리를 좋아했다"며 "지금은 응급구조사가 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함께 살아오지 못한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을 구하겠다는 것이다.

침착했던 목소리는 정치권과 연관된 질문을 던지자 단호해졌다. 그는 지지부진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국회에 쓴소리를 남겼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함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도 "지금 여당 국회의원들에게 특별법 제정을 조속히 끝낼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또 여당 의원에게는 막말을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근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이 세월호 침몰 사고를 '조류 독감'에 비유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를 두고 그는 "그 자리에 있었으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죽했으면 스마트폰 벨소리를 닭 울음소리로 바꿨다"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94일 째인 18일. 안산 단원고 2학년 325명 중 75명이 살아남아 학교에서 정규 수업을 받고 있다. 다음은 2학년 10반 교실에서 장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졸업 이후가 큰 걱정... 전 생애주기 걸쳐 책임져야"

▲ 생존학생 학부모 대표 장동원씨 '빈자리가 미안한 마음'

세월호침몰사고 단원고 생존자 학부모 대표 장동원씨가 가장 희생자가 많이 발생한 2학년 10반 교실에서 삐뚤게 놓여진 의자를 바로 잡고 있다.

ⓒ 이희훈

- 그간 받아온 치료나 연수원 프로그램을 평가하자면?

"지금 진행되는 상담 프로그램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의 치유는 단원고에서만 가능한 일이에요. 졸업 이후가 큰 걱정입니다. 학교에 있을 때야 치유가 가능하지만 성인이 돼서 술 한잔하면 사고가 떠오를 것 같아요.

때문에 전 생애주기에 걸쳐서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돈으로 책임지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치유 프로그램을 꾸준히 준비해서 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다른 사고에도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고 봐요. 지금은 센터를 만든다, 병원을 만든다고 말만 무성할 뿐이에요."

- 일부 대학에서 생존학생 배려 전형을 만들었습니다. 또 국회에서도 단원고 3학년과 유가족 중 학생에 대해서 특례 입학 법안을 만든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이신가요?

"저희 부모들은 사고 터지고 나서 대입 특례나 보상을 요구한 적이 없었습니다. 오직 이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는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다만, 단원고 1, 3학년 학생들에게 국가적인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논란이 있긴 했지만 3학년들은 지난 4월에 사고가 터졌으니까 공부가 안 되겠죠. 2학년 교실은 3학년 교실 바로 밑입니다. 여기를 매일 지나가면서 봐요. 마음이 안 아프겠습니까. 1, 3학년 애들이 무슨 죄가 있습니까."

- 아버님의 삶도 세월호 이후로 많이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전후를 비교하자면 어떤가요?

"저는 10kg가 빠졌습니다. 회사도 3개월째 휴직을 한 상태에요. 사고 터지고 나서 회사가 아이에게 신경 쓰라고 한 달은 유급처리 됐습니다. 고맙게 생각했죠.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거예요. 계속 병원에 있고 그래서 한 달, 또 한 달 연장이 됐죠. 회사는 있지도 않는 관례를 만들어 준거예요. 다음 달이면 회사에 복귀해야할 것 같습니다.

제가 '딸바보'다 보니까 눈물이 많아요. 모든 신경이 딸에게 쓰여 있어요. 그래도 먹고는 살아아죠. 언니는 대학생이어서 등록금도 내야하고요. 언니는 단원고 5기 졸업생이에요. 자기 나름대로 중심을 잡고 도와주고 있어요. 지금 방학중이어서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마음 아프죠. 제가 벌지 못하니까 시급을 더 받을 수 있는 공장에 나가고 있어요."

"'살아 남은 애들이 왜 특혜받냐'는 말, 큰 상처"

▲ '할 수 있는건 다 하겠습니다'

세월호침몰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 중 2학년 10반 학생들은 한 명을 제외한 22명의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다. 생존학생 학부모 대표 장동원씨는 이 교실에서 눈시울이 젖은 채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창가에는 아침에 내린 비가 맺혀 있다.

ⓒ 이희훈

- 따님이 바라던 꿈은 무엇이었나요?

"요리를 되게 좋아했어요. 지금도 요리를 잘해요. 밥을 먹더라도 이것저것 해서 차려 먹는 아이에요. 요리 자격증도 따려고 학원도 다니고 했어요. 근데 요즘은 바뀌었어요."

- 무슨 이유인가요?

"사고 터지기 전에도 조금씩 생각을 하긴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응급구조사를 하겠대요. 제가 '사고 때문은 아니지'라고 물었는데 '아니다'라고 하더라고요. 딸애가 쓴 일기를 우연찮게 봤어요. 일기에 '내가 너하고 같이 살아나가지 못해… 앞으로 응급구조사가 돼서 많은 사람들 구할게'라고 써 있었어요. 다른 애들도 조금은 그런 마음이 있을 거예요."

- 따님에게 사고 전과 이후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신경질적인 면이 생긴 것 같아요. 앞으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진도에서 올라와서 병원에 연수원, 학교 오가면서 육체적으로 힘들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죠. 당연히 아이들이 신경이 날카로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고 이후로 건강하게 이겨내고 있어요. 감정이 울컥해지기도 하지만 많이 밝아졌습니다.

원래는 성격이 당찬 아이었어요. 성격이 되게 좋아요. 저는 집에서 무뚝뚝한 편인데 아이가 분위기 메이커였어요. '아빠 힘들어? 웃어봐'하고 애교도 떨었죠. 얘가 잘못됐으면 저희집 어떻게 됐을까요."

- 사고 이후, 아이들이 가장 상처 입었던 말이 있었다면?

"'죽은 애들 때문에 살아남은 애들이 왜 특혜받냐'는 그런 말들이 큰 상처죠. 저희 부모님들은 온 국민이 원했듯이 무사히 돌아왔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얘기해요. 그런 악플은 유가족 대책위와 자료를 수집하고 있고 조만간에 고소고발을 할 것입니다."

"아픔 통감한다던 박 대통령, 결단 내려야"

▲ '사랑해, 보고싶어, 돌아와'

무사귀환을 바라며 선후배들이 적어 놓은 메시지가 단원고 2학년 10반 칠판에 가득 적혀있다.

ⓒ 이희훈

- 국회에서 단식 농성 중인 유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모님들이 건강 상하지 않게 몸 잘 챙기셨으면 좋겠어요. 진상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거라고 믿어요. 왜냐하면 아직까지 많은 국민들이 이 사고에 호응을 하고 있기 때문에 희망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희들도 어떻게 도울지 방안을 생각하고 있어요. 힘내시길 바랍니다."

- 진상 규명에 대한 공이 국회로 넘어갔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야가 정말 부모의 마음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나가는 사람으로서 책임있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성역 없는 조사를 하겠다고 했는데, 수사권이든 기소권이든 당연히 줘야하는 거 아닙니까. 대한민국의 미래인 아이들이 죽었습니다. 한 두명이 아니라 수백 명입니다. 뭘로 풀어야할까요? 철저하게 성역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하고 책임있는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합니다."

- 박근혜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통령께서 많은 아픔을 통감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여당 국회의원들께 특별법 제정을 조속히 끝낼 수 있도록 결단을 내리셨으면 좋겠어요.

또 여당 의원들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유가족들에게 실언, 막말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해요. 의원이라면 품위에 맞지 않는 말은 삼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이 아이들을 조류에 비유했어요. 그런 분이 어떻게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지 이해가 안가요. 그 자리에 있었으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제가 오죽했으면 벨소리를 닭울음소리로 바꿨겠습니까. 제가 항의할 수 있는 방법이 그거 밖에 없습니다."

세월호침몰사고 단원고 생존학생 학부모 대표 장동원씨.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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