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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결정문 조작에 증거능력 없는 증거로 유죄선고(종합)

송고시간2014-07-1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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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적 변호사건서 항소심도 변호인 선임안해…1·2심 모두 위법성 논란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국선변호인 선임 관련 결정문을 조작해 중징계를 받은 현직 판사가 유죄 근거로 사용할 수 없는 증거로 판결을 선고하기 위해 무리하게 서류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예상된다.

게다가 해당 사건은 반드시 변호인이 있어야 하는 필요적 변호사건이었는데도 이 판사는 물론 항소심 재판부도 다시 변호인을 선임해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대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에 근무 중인 김모 판사는 2012년 수도권 법원에서 맡았던 폭행 사건에서 국선변호인 선임 취소 결정문을 조작해 감봉 4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판결 선고 1주일 뒤인 10월 4일에야 국선변호인 선정을 취소한다는 결정문을 당사자와 변호인에게 보냈지만, 결정 일자를 9월 10일로 조작한 것이다.

당시 국선변호인은 "김 판사가 선고날인 9월 28일에는 피고인이 나오지 않자 부동의한 증거를 모두 동의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피고인을 위해 변론해야 하는 국선전담변호인에게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를 동의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변호인이 이를 거부했는데도 김 판사는 이날 동의하지 않았던 증거로 유죄를 선고했다.

형사소송법 318조에 따르면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증거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지만, 변호인이 출석했다면 증거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결국 김 판사가 변호인이 동의하지 않은 증거를 유죄 근거로 삼기 위해 판결선고 2주 전에 변호인 선정이 취소됐고 변호인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것처럼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 수밖에 없다.

이런 잘못은 항소심 판결문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형사소송법 318조에 따라 피고인이 동의한 것으로 간주해 증거를 채택했지만, 이는 위법하다"며 1심에서 유죄 증거로 삼은 것들을 모두 배척했다.

더구나 이 사건은 변호인을 반드시 선임해야 하는 필요적 변호사건이다.

형사소송법 33조와 282조에 따르면 법원은 심신장애가 의심되는 피고인에게는 국선변호인을 선임해줘야 하고, 변호인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김 판사는 자신이 작성한 1심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심신장애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김 판사가 9월께 변호인 선정을 취소하기로 했다면 다른 국선변호인을 선임했어야 하는데도 김 판사는 물론 항소심 재판부도 변호인을 재선임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변호인도 없는 심신미약 피고인에게 검찰이 제시한 다른 증거를 토대로 유죄를 선고했고, 피고인이 상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런 경우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은 잘못이 분명해 피고인이 상고했다면 대법원에서 100% 파기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와 관련 성명을 내고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가능한 것은 국선전담변호사가 판사의 인사상 감독을 받기 때문"이라며 "판사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찍힌 해당 국선변호인은 이후 공교롭게도 국선전담으로 재위촉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국선전담변호사는 담당판사 평가로 재위촉 여부가 결정된다.

대한변협은 "이번 사건은 법원의 관리감독을 받는 국선변호사가 법원에 맞서 피고인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겠느냐는 그동안의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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