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의 SBS 전망대] 현직 기장이 꼽은 소방헬기 추락 사고 세 가지 의문점

입력 2014. 7. 18. 10:03 수정 2014. 7. 2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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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OOO 현직 기장 (익명인터뷰)

▷ 한수진/사회자:

어제 아침 사고 소식에 또 한 번 가슴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세월호 참사 현장 지원 활동을 마치고 복귀하던 소방 헬기가 광주광역시 도심 인도에 추락했는데요. 헬기에 타고 있던 소방대원 5명 모두 목숨을 잃었습니다. 어쩌다 이런 사고가 일어났을까요? 비행 28년 경력의 민간 헬기 조종사 한 분 연결해서 사고 원인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사고로 숨진 조종사의 지인이시고요. 오늘 이 방송에서는 익명으로 인터뷰를 하시겠는데요. 청취자 여러분의 양해를 바랍니다. 지금 전화연결 되어 있습니다, 기장님 나와 계시죠?

▶ OOO 기장(익명인터뷰):

네,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사실 지난 해 11월에도 서울 삼성동에서 헬기 사고로 우리가 얼마나 놀랐습니까. 그런데 8개월 만에 헬기 추락 사고가 도심에서 또 일어났는데요. 원래 헬기가 이렇게 위험한 건가요?

▶ OOO 기장(익명인터뷰):

이번에 광주에서 추락사고가 나서 위험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교통수단이라고 이야기하는 보통 자동차도 마찬가지지만, 헬기면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전혀 위험하지 않습니다. 만일 기상이 나쁘거나 기계적 결함이나 조종 실수 등이 생겨서 위험요인이 발생하는 거겠죠.

▷ 한수진/사회자:

이번 헬기 사고로 돌아가신 조종사분과는 아주 잘 아는 사이라고요?

▶ OOO 기장(익명인터뷰):

맞습니다. 그 분은 제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조종사들 중에 가장 유능한 교관 조종사였습니다. 약 30년 동안 5천 시간 이상의 비행 경력을 가진 유능하신 분이시죠.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일까요, 지금 목격자들 이야기 들어보면 추가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서 추락하면서도 아주 혼신의 힘을 다 한 것 같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죠?

▶ OOO 기장(익명인터뷰):

네, 맞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당시 사고 상황에서 조종사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 OOO 기장(익명인터뷰):

만일 일반인들이 사고로 다치게 되면, 나부터 살아야겠다고 해서 하겠죠. 하지만 우리 조종사들은 안전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이 인명, 우선적인 안전 확보입니다. 그런 판단력을 키우기 위해서 훈련을 많이 하게 되겠죠. 그래서 아무래도 이번 사고도 최소한의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안전 지역으로 이동하다가, 조종사의 선택이 그렇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추락 지점을 보면 주변에 공원도 있고 아파트도 있고, 상가 건물도 있고 학교도 있었잖아요. 그곳에 추락했다면 어땠을가 생각을 하게 되면, 이 분들이 더 큰 희생을 막았다, 하는 생각이 앞섭니다. 그래서 더욱 애도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지금 광주 공항에서 이륙한 지 4분 만에 사고가 났다는 거죠. 여러 가지 추측이 사고원인과 관련해서 나오고 있는데, 기장님은 어떻게 보세요?

▶ OOO 기장(익명인터뷰):

제가 사고 결과로만 판단하기에는 어렵지만, 여러 뉴스를 보면서 제가 혼자 추측하면 기체 결함이 아니었나 생각을 해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 꼬리 날개 측 부품에 결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 OOO 기장(익명인터뷰):

어제 모 방송사에서, 차량에서 찍은 블랙박스 영상을 한 번 봤거든요. 실제 헬기가 추락하는 긴 장면이 나오더라고요. 그 장면 보면서 사실은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그 동영상 보셨겠지만, 제가 조종사로서 가진 3가지 의문점이 있는데요. 그렇게 빠른 속도로 추락하면서 왜 조종사가 조종간을 이용해서 착륙 조치를 못했을까. 착륙조작이라고 속도를 감속시키는 조작인데, 그 조작을 못했다는 게 첫 번째 의문이고요. 두 번째로는 떨어지면서 보여지는 화면상으로만 봤을 때는 꼬리 날개가 있거든요. 꼬리 날개 쪽 보면 그래도 큰 부분이라서 그 부분이 보여야 하는데, 그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는 거고요.

▷ 한수진/사회자:

꼬리 날개 쪽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

▶ OOO 기장(익명인터뷰):

네, 맞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추락하는 헬기 뒤편 화면으로 이상한 물체들이 따라서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어요, 동영상 화면에 잡힌 거지만. 그러한 3가지 의문점이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 세 가지 사실로 어떤 것을 추론해볼 수 있을까요?

▶ OOO 기장(익명인터뷰):

먼저 조종 불능 상태이죠. 첫 번째 의문을 가졌던 건데.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조작을 그렇게밖에 못 했다는 것은 조종 불능 상태로 추락을 했다는 이야기가 되는 거고요. 더 이상 감속 조작을 못 했다는 거죠. 차량으로 말하면 브레이크를 밟지 못했다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왜 이런 조종 불능상태가 되었을까를 생각해볼 수 있는 거죠?

▶ OOO 기장(익명인터뷰):

그렇게 된다고 한다면, 꼬리 날개 부분이 떨어지기 전에 벌써 이미 없어졌거나 조종 불능이 되어가지고 그렇게 되지 않았나, 라는 게 두 번째 의문을 가진 결과이고요.

▷ 한수진/사회자:

블랙박스 화면에 보이지 않았다는 거고요, 꼬리날개가?

▶ OOO 기장(익명인터뷰):

그렇죠. 그게 원래 옆에서 보면 크게 항공기 동체만큼 사이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보여야 하거든요. 꼬리 날개 부분이 전혀 잘 안 보였어요. 각도에 의해서 잘 안보일 수 있겠지만, 그건 제가 드는 의문이었습니다, 동영상 보면서. 마지막으로 추락하면서 헬기 뒤로 떨어지는 파편들이 어떤 판넬이나 조각들 같은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봤을 때. 그런 부분이 떨어졌다는 것은 항공기 내에서도 벌써 뭐가 이상이 있어가지고 부속들이 떨어지지 않았나, 부품들이. 그런 게 추가로 따라서 떨어지는 모습처럼 보였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또 사고 목격한 주민들 이야기 들어보면 불이 붙어있었다고 했잖아요. 그런 부분도 단서를 추정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 OOO 기장(익명인터뷰):

그렇죠, 이미 어디 고장상태가 있었거나 그럴 수도 있죠.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 관제센터로부터 '2,100m이상 고도를 유지하라' 라고 지시를 받고도 올라가지 못했다는데. 이건 어떤 면을 추론해볼 수 있을까요?

▶ OOO 기장(익명인터뷰):

우리 헬기 특성상 비행기와 다르게 정상적 상태에서도 고도를 높게 취하지 않습니다. 만일 사고 지역의 기상상태가 구름이 낮았으면, 그 구름보다 아래로 비행해야 안전한 비행 시야가 확보되기 때문에 그렇게 낮게 했거나, 아니면 기체 결함으로 인해서 상승고도로 올라가지 못했다고 하는 두 가지 그런 결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난 삼성동 헬기 사고에서도 조종사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번에도 또 탑승자 전원이 숨을 거두었습니다. 혹시 헬기 비행 중에 뭔가 이상하다싶으면 탈출할 방법은 없는 건가요?

▶ OOO 기장(익명인터뷰):

저희 헬기는 탈출할 수는 없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낙하산 뭐 이런 것 없나요?

▶ OOO 기장(익명인터뷰):

추락하는 헬기에서는 낙하산을 펼 수가 없죠. 따로 위에 도는 메인로터라고 있어서 그 위험성 때문에 더 위험하게 됩니다. 다만 탈출하는 방법이라고 하면, 안전조치가 되겠지만, 비상 상태에서 숙달된 조종사는 비상절차 조작이라고 해서 안전하게 착륙하는 그런 방법이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 상황이 모두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지금은 보이는군요. 알겠습니다. 기장님도 안전비행하시길 바라고요, 오늘 무거운 마음에도 인터뷰 응해주신 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어제 광주에서 추락한 소방 헬기 조종사의 지인이자 28년 경력의 민간 헬기 조종사와 말씀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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